지금으로부터 64년 전인 1936년, 프랑스는 주5일근무제와 함께 연2주의 유급휴가가 시행되었다. 1958년에는 유급휴가가 3주로 늘었다. 모두 프랑스 정부가 나서서 한 일이다. 프랑스의 노동시간 단축 역사는 프랑스 정부의 노동시간 단축 정책의 역사라 불릴 정도다.
평등주의 전통을 자랑하는 프랑스는 그렇다치고, 한국과 노사관계 및 노동 관행이 비슷한 일본은 어떨까. 일본은 1980년대 말부터 정부가 적극적인 노동시간 단축 정책을 펴고 있다. 경제대국이면서도 노동자의 임금 및 노동조건은 낮은 수준인 탓에 ‘나라는 부자인데, 국민은 가난한’ 나라로 비난받았을 뿐 아니라 노동시간도 길었다. 일본은 이런 불명예를 씻고자 87년부터 당시 주 41.3시간의 노동시간을 주 35시간으로 단축할 것을 목표로 정하고, 이를 위해 노동기준법을 개정하여 주40시간 노동제를 도입하고, 시간외, 휴일노동의 법정할증률을 인상하는 한편 초과근로를 규제해 노동조건 악화를 막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94년에는 주 37.6시간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했다.
독일의 대표적 산업별 노조인 독일금속노조는 1985년 파업까지 벌인 끝에 이미 주 38.5시간으로 하는 협약안을 체결했으며, 95년부터 35시간으로 줄이는 협약을 체결했다. 네덜란드는 노사정합의를 통해 1989년 주당 평균 40시간을 골자로 하는 새로운 노동시간법을 입법화했다. 모두 우리나라보다 10년 20년 전에 이루어진 일이다.
민주노총은 우리나라에서 노동시간 단축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프랑스나 일본처럼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노동조합 조직률이 10%이하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독일이나 네덜란드처럼 노사협상이나 노사정 합의를 통해 제대로 된 노동시간 단축을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하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이들 나라에서는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임금을 삭감한 예는 거의 없다”는 민주노총의 지적이다. 일본에서 94∼97년 주 40시간으로 단축 할 때, 프랑스에서 주 35시간으로 단축할 때 임금삭감 문제는 쟁점조차 되지 않았다.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도 1989년에 주 48시간에서 주 44시간으로 법정노동시간을 단축했을 때 거의 모든 사업장에서 임금삭감은 없었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저자 홍세화 씨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남들은 64년 전에 자전거 타고 휴가가면서 주5일근무를 했는데 자동차가 천만 대를 넘는 나라에서 때가 이르다고 주장하는 것은 내일은 언제나 내일이어서 정작 내일이 와도 또 내일을 말하는 것일 뿐이다.”
이현주 / lhj@sp.or.kr
산업재해 왕국, 한국
한국이 장시간 노동과 함께 산재왕국이라는 오명을 얻고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한국의 산업재해에 따른 사망자의 비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 1997년 현재 중대재해율(중대재해율:1만명 당 사망자 비율)은 3.33으로서 미국의 무려 67배, 영국, 일본의 33배, 스웨덴의 14배, 프랑스의 6배에 이른다.
장시간 노동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한국 노동자들은 생명을 담보로 하는 전쟁을 계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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