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민주노총 박강우 정책국장
‘주5일근무제’가 표류하고 있다. 주5일제 논의가 노사정위원회에서 결렬되자 정부는 ‘공익위원안’을 중심으로 9월 정기국회에서 입법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입법 자체가 불투명할 뿐더러, 공익위원안은 문제가 많아 노동계의 비판을 받고 있는 안이다. 4년 여 동안 노동시간 단축 투쟁을 벌여온 민주노총은 현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을까? 박강우 정책국장을 만나, 노동계의 향후 계획까지 들었다.
Q : 4년 동안 진행된 주5일 논의가 여전히 논란 중인 원인은 무엇이라 보는가
A :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은 정부에 있다. 노동시간 단축은 노사간 이해관계가 엇갈릴 수밖에 없는 문제다. 그런데 정부는 줄곧 노사가 합의해 오면, 입법하겠다고 했다. 이 문제에 어떻게 노사간 합의가 있을 수 있겠는가? 민주노총이나 시민단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정부가 입법하면 되는데, 정부는 노사정위에다 던져놓고 팔짱만 끼고 있었다. 노사정위는 일부 의견을 듣는 하나의 통로에 불과하다. 민주노총은 ‘노동시간 단축’ 문제만이라도 협의의 틀을 만들자고 정부에 제안했으나 정부는 노사정위 핑계만 대며 우리를 배제했다.
Q : 정부가 공익위원안을 중심으로 입법하겠다고 밝혔는데
A : 공익위원안이든 노사정위 합의안이든 큰 골격에는 별 차이가 없다. 이 안들은 여러 문제가 있지만 특히 시행시기와 변형근로시간제 확대, 초과노동시간 한도 등은 심각하다. 먼저, 시행시기에 있어 규모가 큰 기업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한다는데, 중소·영세 업체가 노동조건이 더 열악한 현실은 외면한 채 조건이 좋은 곳부터 한다는 것은 노동조건 격차를 더 심화시키겠다는 말밖에 안 된다. 더구나 대기업이 초기 비용증가를 하청업체에 납품단가 인하 등의 방식으로 떠넘길 경우, 영세업체의 노동조건은 더 악화될 수 있다. 또한 변형근로시간제를 6개월에서 1년까지 늘리겠다는 것은 연장근로수당 없는 초과근로가 광범위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실질임금 삭감은 물론 노동자 건강에도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초과근로시간 한도를 늘리자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Q :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이 안 된다는 얘기인가
A : 법정노동시간을 주 40시간으로 줄이면 200시간 정도가 줄어 연간 2,200시간을 일하는 셈이 된다. 2,000시간으로 줄이려면 휴일을 늘리고 초과노동을 줄여야 하는데, 정부와 자본가가 노동시간 단축을 ‘거래’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2000시간으로 줄이자’는 원칙은 사장한 채 휴일휴가를 줄이고, 할증률을 줄이는 등 시간 단축을 틈타 노동의 유연화를 꾀하려 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렇게 되면 노동시간 단축 없는 주5일제가 된다.
Q : 앞서 지적한 것처럼 중소·영세 업체의 문제 또한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A : 중소·영세 사업장 실시는 노동조건 악화를 막는 것을 넘어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노동자 사이에 격차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비정규직이 많은 영세 사업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비정규직의 문제와 닿아 있다. 기본권조차 제약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실질임금 삭감 없는 노동시간 단축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를 개선하는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은 반드시 비정규직 차별 철폐의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Q : 이미 단체협상 등으로 주5일제를 실시하는 곳도 있지 않나
A : 사무금융이나 금속연맹은 시간단축이 되고 있는 편이다. 시간단축 투쟁은 ‘법제화’가 기본이지만, 한편으로 단협을 통해 기준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은 당장 주40시간을 법제화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장에서부터 현실화하는 것에 그 의미가 있다. 또한 이를 돌이킬 수 없는 대세로 만들고, 다른 조건의 후퇴 없이 시간단축이 되지 않으면 얼마나 허구인 지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법제화’ 투쟁은 물론 계속 할 것이다.
Q : 어쨌든 공은 정부한테 넘어갔다
A : 8월 20일 정부의 구체적인 안이 나오겠지만 그 전에 민주노총은 교섭을 요구할 것이다. 그 동안 정부가 ‘노사정위’를 핑계로 교섭을 피해왔으나 이제 핑계거리는 없어졌다. 여러 가지 상황으로 미루어 입법화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번 안이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여기서 출발해서 갈 확률이 크므로, 이 안을 얼마나 노동계 요구를 반영한 안으로 만들 것인가가 중요하다. 이 법안이 민주노총 요구에 못 미칠 경우 입법 반대 투쟁을 벌일 것이다. 노동시간 단축은 온 국민의 관심사인만큼 임금과 노동조건 저하없는 노동시간 단축의 원칙에 입각한 노동계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여론 압박 투쟁을 벌여야 한다.
이현주 / lhj@sp.or.kr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