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제 “우리에겐 그림의 떡”

주5일 근무제 도입비용 하청업체 노동자가 책임진다?

주5일 근무제 도입에 필요한 비용은 누가 책임질까. 일차적인 책임은 사용자측에 있겠지만, 결국엔 이 비용이 하청업체와 용역업체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늘어난 비용을 메우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하청업체의 납품단가를 깎는 것이고, 그렇게되면 자연스럽게 이 비용은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으로 나타나게 된다. 만약 이렇게되면 중소사업장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또한 주5일 근무제가 규모별, 업종별로 실시될 경우, 이는 주5일 근무제 정착에 오히려 장애요소가 된다. 노동시간이 짧은 업종과 대규모 사업장부터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될 경우, 노동시간 단축을 회피하려는 사측은 대기업을 분사화, 하청화, 용역화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주5일 근무제 도입의 조건으로 제시되고 있는 탄력적 노동시간제와 노동시간단축, 주휴무급화에 따른 임금보전 등도 문제다. 이는 정규직과 비정규노동자들에게 동시에 영향을 미치게 되지만 취약한 조건에 놓여있는 비정규노동자들에게 그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나게 된다.

상당수 대기업은 이미 격주 휴무 실시 등을 통해 주5일 근무제를 준비해왔다. 그러나 영세사업장의 경우 준비부족으로 인해 주5일 근무를 무작정 회피하고 보자는 사용자가 대부분인 상황이다. 정부는 정치권과 재계의 눈치를 보기 이전에, 세금혜택 등 대안을 제시하는 데 일차적인 노력을 투자해야 할 것이다.노동시간이 많은 사람에게 ‘토요일 휴가’가 먼저 주어져야 함은 상식적인 일이다. 그러나 정작 현재 진행되고 있는 주5일 근무제 논의는 여가시간에서조차 ‘빈익빈 부익부’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 주5일 근무가 가져다 줄 ‘여유’는 노동시간이 짧고 노동조건이 비교적 나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에게만 쏠려 있다. 노동시간이 길고 노동조건도 열악한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주5일 근무제는 그저 ‘그림의 떡’으로 남게될 상황이다.

노사정위원회 공인위원들이 제출한 안은 토요일 휴무는커녕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는 위협요소를 담고 있다. 전체 노동자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비정규직·중소영세기업 노동자들의 노동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 한국 노동자들을 사업장 규모로 구분해보면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되고 있는 천명 이상 사업장에 근무하는 노동자는 전체의 6.7%인 86만명에 지나지 않는다. 반면 50인 미만 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전체의 67%인 870만 명에 달하며 비정규직 노동자만 53%, 6백만에 달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단계적 도입을 뼈대로 하는 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 안은 소수의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체 노동자의 3분의 2가 넘는 중소영세업체 노동자는 7~8년 후에나 주5일 근무의 혜택을 넘볼 수 있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45%에 달하는 10인 미만 업체 노동자 580만에게는 주5일 근무 실시 일정 자체가 없다는 점이다. 지금도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영세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노동시간 단축에서도 여전히 차별을 받고 있는 셈이다.

전현정 / jhj@s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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