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디지털에 '백태클' 거는 아날로그 세력?
문화부가 (사)한국인터넷PC문화협회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우수 음란물차단프로그램 선정 사업'은 작년 음비게법의 개정에서부터 온 것이다. 작년 5월에 전문이 개정된 음비게법 32조에는 '게임제공업자 또는 멀티미디어 문화컨텐츠 설비제공업자는 청소년이 이용할 수 있는 게임물 및 컴퓨터 설비 등에 음란물을 차단할 수 있는 프로그램 또는 장치를 설치'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최근 디지털과 관련하여 일어나고 있는 각종 논쟁들은 흡사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대결장을 보는 것만 같다. 이미 세상은 디지털로 '달리고' 있는데 아날로그로 '기고 있는' 기존의 사회문화적 체계들이 '백태클'을 거는 꼴이다.
청소년 보호법을 통한 인터넷 상의 '마녀사냥'이 그랬고, 소리바다 사태가 그랬으며 디지털도서관과 관련된 논쟁이 또한 같은 줄거리로 진행되었다.
이번 사업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기술적인 부분으로만 이야기한다 해도 음란물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여러차례 증명되었다. 디지털의 역사가, 금지된 것들의 담장을 끊임없이 넘어온 그 수많은 과정들이 이를 증명해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을 일선 PC방에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만드는 것은 성인들의 볼 권리를 차단하는 것이다. PC방은 청소년들만의 공간이 아니며 10시 이후에는 출입조차 금해져 있다. 야간시간대의 성인에게 어떠한 제한을 둘 수 있다는 것인가. 이것은 명백하게 기본권 침해에 해당하는 일이다.
더욱 위험스런 것은 이데올로기적 선택과 배제의 논리가 개입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음란'은 상당히 자의적인 개념이다. 작년,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미술교사 김인규씨 홈페이지 폐쇄 명목은 '음란'이었지만, 김인규 교사에게 그것은 명백한 '예술작품'이었다. 또 같은 기간 동성애자 사이트인 'X-ZONE'이 폐쇄될 때의 명분도 마찬가지로 '음란'이었지만, 그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은 기본적인 '권리'와 '자유'의 문제였다. 음란물차단프로그램의 설치는 이와 유사한 방식의 기준으로 사람들의 권리를 차단하고 자유를 얽어맬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무엇보다도 국민을 이와 같은 방식으로 통제하려는 행정권력에서 우리는 군사·권위주의적 정권의 그림자를 본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디지털로 힘껏 달리는 세상을 아날로그로 막아서려는 일은 우스울 따름이다. 지금은 규제를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 디지털문화가 한껏 꽃피울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 주는데 힘을 쏟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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