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설 dllp21@kdlpnews.org
“목사가 되려는 생각은 애초에 전혀 없었어요.”
미국 뉴저지 길벗교회 담임목사로 일하는 재미언론인 김민웅 목사(46)는 원래 정치경제학 공부를 하기 위해 미국에 유학을 갖다가 중요한 영적 체험을 하면서 신학공부에 대한 열망이 생겼다고 한다.
하지만 목회자로서의 삶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역사의 문제 앞에서 목회자, 언론인, 학자, 운동가로서의 역할을 하나로 통합하면서 내 자신의 인생이 오늘의 시대에 의미 있게 쓰여지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김 목사는 요즘도 <한겨레>, <내일신문>,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말>, <인물과 사상> 등 국내매체에 왕성한 기고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 CBS <시사자키> 등 방송프로그램에 출연, 국제정세와 남북관계를 해설하고 있다.
<진보정치>는 최근의 남북, 북미관계와 관련, 김민웅 목사와 이메일로 인터뷰를 나눴다.
민족내부 응집력 높여야
- 최근 7차 남북장관급회담과 8.15민족통일대회가 연이어 열렸고 다음달 부산아시안게임에 북한이 참여할 예정이다. 6월 서해사태 이후 파국으로 치닫던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최근 남북관계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 미국 부시정권의 제국주의 패권정책이 가하는 압박이 심상치 않고, 이에 대한 민족적 대응이 자칫하면 무력해질 수 있다는 것을 남북 집권세력 모두 인식하고 있다고 보여진다. 특히 권력 교체기에 들어선 남쪽의 상황에서, 전세계를 폭력적 대결상태로 몰아갈 대 이라크 전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미국의 군사주의는 한반도에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따라서 그런 상황이 확고히 다져지기 전에, 6.15 남북공동선언이 지향하는 민족내부의 응집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을 속히, 그리고 집중적으로 기울여야 할 절박한 필요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이 시기의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한반도는 미국의 전쟁노선과 내부의 수구적 극우세력이 끊임없이 야기하는 분열주의에 시달리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 북미대화도 재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현지에서 바라보는 북미대화 전망은.
= 미국은 북한과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현재 관심이 없다. 미국에게 대화는 북한이 미국에 대하여 머리를 숙일 것이 확실할 때만 의미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럴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는, 대화는 파탄날 수밖에 없고 적대적 대결주의 노선이 불가피해지는 이유들을 선전하기 위한 외교적 과정이 될 가능성이 보다 높다. 미국이 노리는 것은 그러한 면모들이다. 그래서 북한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들을 계속 추가해서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대화를 위한 자세가 결코 아니다.
다만 대화를 기피하려는 인상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대화하려는 시늉만 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과 미국의 대화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고 지배하려는 의사와 계획 자체를 포기하는 일이다. 그 포기의 가장 정확한 증거는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미군을 비롯하여 미국의 무기 체제를 철수, 철거하는 일이다. 그 과도기적 과정으로는 북한에 대한 악의 축, 내지는 테러국가 규정을 철회하고 두 나라간의 국교수립과 북-미 정상회담을 추진하여 우호적 분위기를 만들어나가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매파 공세적 접근 돌아서
-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2003년 한반도 위기설이 구체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위기의 변수들은 무엇인가.
= 북한에 경수로를 제공할 것을 약속하면서 핵 능력을 동결시킨 제네바 협정에 대하여 미국의 우파들은 지금 매우 큰 불만을 가지고 있다. 소위 미국 판 ‘퍼주기론’이 되는 것이다. 제네바 협정 당시 미국의 우파들은 북한이 곧 붕괴할 것으로 봤기 때문에 큰 반대를 하지 않고 넘어갔지만, 북한 붕괴론 자체가 무너지면서 공세적 접근 쪽으로 돌아섰다.
자연 붕괴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북한의 권력과 체제 교체의 적극적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위기의 변수는 북한의 무기체제를 가지고 미국이 어떻게 시비를 걸고 나올 것인가에 달려 있다. ‘사찰론’을 들먹이면서 북한이 테러 국가인양 국제적인 캠페인을 벌이고 나올 경우, 상황은 위기로 치닫게 되어갈 것이다.
-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남북공조가 필요하다고 여러 번 주장해왔는데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가.
= 철도를 잇는다든가 경제교류를 보다 적극적으로 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남북공조가 사실 적지 않게 실현되어가고 있으나, 아직 본질적인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가령 지난번 남북간의 충돌이 일어났던 서해수역에서의 공동어로작업은 가장 쉽고 빠르게 해볼 만한 남북공조다.
현재 한반도 평화를 위한 남북공조의 제일 중요한 과제는 미국의 전쟁정책을 반대하는 일이다. 이것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라면 남과 북은 어떤 형태로라도 보조를 같이 해 공동의 입장표명을 하는 작업을 수시로 해야 할 것이다. 평화의 가치를 깃발로 내거는 작업을 통해서 세계여론의 지지를 확보해나가는 것이다.
- 대통령선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여러차례 “김대중 정권의 실정에 대한 심판이 식민주의 파시즘 세력의 정치적 승리를 돕는 방향으로 가도록 만들 수는 없다”며 “개혁적 진보세력의 강력한 연합전선 구축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는데 개혁적 진보세력은 어디까지이고 연합전선은 어떤 형태로 구축해야 한다는 것인가.
= 개혁세력과 진보세력을 뭉뚱그려 표현하는 과정에서 개혁적 진보세력이라는 말이 되어버린 것이다. 개혁과 진보의 연합전선에 대한 논의는 전쟁노선을 지향하는 미국의 군사와 대자본 동맹, 남쪽 내부에서 이의 대리세력 등장에 대한 연대와 관련되어 있다. 실로 오늘의 세계정세는 1930년대와 매우 흡사하다. 세계 자본주의체제 위기가 날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고, 자유주의적 외피가 거추장스러워진 미국의 대자본은 파시즘의 정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것은 한반도 내부의 권력교체가 바로 이러한 미국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따라서 개혁세력은 사회경제적 변혁에 이르는 의식과 자세까지는 갖고 있지 못한다 해도 적어도 역사적 관점에서 보았을 때, 반민중적, 반민주적, 반민족적 세력이 권력을 쥐게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진보세력은 이에 더하여 아메리카 제국주의에 대한 결연한 반대와 민중의 삶을 위해 자본에 대한 민주적 권력의 통제가 필요하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이들 사이에는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의 문제에 대한 이견이 일정하게 존재하지만, 파시즘 세력의 집권에 대한 반대라는 공감대가 있다. 연합전선 구축의 중심축을 진보세력이 장악할 수 있으면 좋겠으나 역량상 현실이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는, 개혁세력 가운데 가장 진보적 입장을 취할 수 있는 인물을 공동의 대안으로 내놓고 함께 손을 잡는 일을 연구해봐야 할 것이다.
이행기 주도권 키워야
- 민주당(또는 그 일부)을 개혁적 진보세력에 포함시키고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것은 ‘비판적지지’의 재판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
= ‘비판적지지’라는 규정은 연합을 위해 진보세력의 대의를 일정하게 포기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내가 말하는 연합전선은 진보세력의 대의가 정치적 기반을 갖도록 만들기 위한 전략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운동의 역량이 무엇보다도 강력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축이 되어 연합전선을 주도하는 힘을 하나 하나 발휘해나갈 때 그것은 ‘비판적지지’가 아니라 ‘이행기의 주도권’을 점차적으로 길러나가는 일이 될 수 있다.
- 민주노동당 당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민주노동당이 갈 길은 결코 탄탄대로가 아니라는 점, 그러나 역사가 바로 서고 우리 민족의 삶이 나아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존재하고 날이 갈수록 힘차게 성장해야 할 정당이라는 확고한 신념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물론 진보적 역사관과 정책의 제시가 중요하겠으나 무엇보다도 당원과 지도부 모두가 온유하고 겸손하며, 인간미 넘치는 정치세력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있는 당이라면…’하는 깊은 애정과 신뢰감, 그것이 민주노동당의 힘이 돼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진보적 가치는 제시하지만 정치에 대한 환멸을 극복하면서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만한 희망을 빚어내기에는 역부족이 될 것이다. 결국, ‘사람의 아름다움’, 그것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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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6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김 목사는 외대 정치외교학과 대학원을 나와서 델라웨어대 대학원, 유니온신학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갑인 부인 김금숙씨, 아들 하니(21), 딸 누리(17)와 함께 살고 있다. 민주당 국회의원인 김민석 의원이 김민웅 목사의 친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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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호] 8.19 ~ 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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