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안 mulu@kdlpnews.org
도도히 흐르는 옥빛 물결. 강 양쪽으로 펼쳐지는 기암 절벽과 그 사이로 비스듬히 누워있는 나무들. 그리고 백운산 자락에 걸친 아침 안개까지. 지난 13일 찾아간 동강은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키는 ‘천혜의 비경’이었다.
정선군 가수리에서 영월군 합수머리까지 이어지는 동강의 물길을 따라 노를 젓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밀려들 만큼 아름다웠다. 게다가 동강 일대는 천연기념물 260호인 백룡동굴을 포함, 수달·비오리·하늘다람쥐 등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가장 잘 보존된 자연생태박물관이 아니던가.
그러나 댐을 만든다는 소식이 들려온 뒤 동강은 ‘개발’과 ‘보존’을 둘러싸고 한바탕 전쟁을 치러야 했던 총성 없는 전쟁터였다. 물론 동강댐 건설이 백지화된 지 2년여가 지났고, 정부도 뒤늦게 동강 일대를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하긴 했지만, ‘개발’과 ‘보존’을 둘러싼 논란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영월읍에 도착하자마자 기자는 택시를 잡아타고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길을 택했다. 대규모 리조트가 들어설 삼옥리를 거쳐 래프팅 업체가 몰려있는 거운리를 지나자 옥수수밭, 고추밭만 보이는 오지마을의 전형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영월의 끝, 문산리다. 택시 한 대가 겨우 지날 수 있는 그 좁은 길엔 관광객을 태운 래프팅(급류타기) 업체들의 봉고차가 수십차례 오르내리고 있었다.
영월토박이인 택시기사 신기남씨는 “하루에 서너 차례 다니는 버스를 빼면 여긴 래프팅 업체의 봉고차 밖에 안 다닌다”고 귀띔해준다. 하긴, 그럴 만도 하다. 동강댐 백지화 이후 2년여간 성업중인 래프팅 업체만해도 무려 70여개에 이를 만큼 동강은 이미 ‘래프팅 천국’이다.
강 상류쪽인 문산나루에 이른 것은 오전 12시쯤. 곳곳에서는 수십명의 사람들이 고무보트를 띄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 래프팅 업자는 “댐 문제 때문에 이 지역 래프팅이 많이 알려졌다”면서 “결과적으로 동강댐 백지화가 래프팅 업자들에게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된 셈”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렇다면 “동강 환경훼손의 주범이 래프팅”이라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평창의 도하댐에서 흘러나오는 오폐수가 시급한 문제이지, 래프팅은 환경훼손에 실질적으로 큰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게 그의 대답. 물고기 산란기철 래프팅도 ‘가급적’ 자제하고 있어 생태계 파괴와는 상관없다는 얘기였다. 그렇다 하더라도 강원도가 지정한 하루 래프팅 허용인원 7천여명은 너무 많은 게 아닐까.
문산나루엔 문산 1, 2리를 잇기 위해 지난해 착공한 다리공사(사진 위)도 진행중이여서 포크레인 굉음도 끊이질 않는다고. 현재는 콘크리트 받침대만 세운 상태인데, 고즈넉한 오지마을에 들어서는 다리치고는 너무 육중해 보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제는 하류쪽을 향해 차를 달려 동강을 따라잡을 차례. 강원도의 동강사무소가 위치해 있으며 래프팅 업체에서 운영하는 민박촌과 식당이 빼곡히 들어선 거운리(사진 아래)는 어느덧 ‘관광지’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었다. 내려오는 길에 들린 삼옥리에도 유럽풍의 민박집이 군데군데 자리잡고 있었으며 동강에는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다리가 세워져 있었다. 국도와 연결되는 도로공사를 하기 위해 산자락을 깎아 내린 모습도 눈살을 찌뿌리게 했다.
삼옥리 주민이자 99~2000년 당시 영월(동강)댐반대주민대책위 부위원장을 지냈던 정규화씨는 “동강댐 백지화는 동강 일대 생태계 보존이 기본 전제였고, 개발의 손길이 미치기 전에 생태계 보존 대책을 수립했어야 했다”면서 “동강댐 저지를 위해 투쟁했던 지난 몇 년간의 결과가 실망스럽다”고 말해 ‘개발’을 우려하는 대다수 토박이 주민들의 목소리를 실감케 했다.
[ 100호] 8.19 ~ 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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