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규(출판노동자)
반가운 벗들과 소주 한 잔 걸치듯 헌책방을 찾아가면 어떨까요. 자기 생각과 삶을 살찌우고 일터에서 만나는 동료와 집에서 만나는 식구들에게 믿음직하고 야무진 노동자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슬기와 지식을 주는 좋은 책을 만나고자 찾아가면 어떨까요. 술 한 잔으로 고단한 몸을 풀어내고 책 한 권으로 머리와 가슴을 단단히 다진다면 그야말로 멋진 노동자로 살아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어떤 책을 만나서 읽고 생각하고 곰삭이고 동료들에게도 건네고 아이들에게도 건네고, 어찌 되었건, 책방을 찾아가야 좋습니다. 사실 서울과 경기도 쪽을 빼고는 헌책방이 많이 문을 닫았고 부산, 광주, 대전, 청주, 천안 쪽에 여러 곳 모둠을 이루거나 한두 군데 똑 떨어져서 장사를 해 나가기도 하지요. 어쨌든, 새책방, 헌책방, 도서관에 동료와도 함께 가고 아이들 손을 잡고도 함께 찾아가면 좋아요. 도서관에 노동자가 읽을 만한 책이 있으면 기분 좋게 빌려서 읽고, 노동자가 읽을 만한 책이 없다면 사서에게 따지면서 '이 땅, 이 나라를 이끄는 노동자가 읽을 만한 좋은 책을 갖다 놓으시라'고 권리를 주장해야겠지요.
우리들 아버지와 어머니 삶을 엿보며 우리들 일하는 사람 뿌리를 느끼고자 하는 분이라면 <민중자서전>(뿌리깊은나무) 스무 권을 하나씩 찾아보면 좋습니다. 1976년에 나와서 1980년에 폐간된 잡지 <뿌리깊은 나무>도 찾아보면 좋은 책으로 손꼽습니다. <들어라 양키들아>(아침)라든지 <끝나지 않은 노래>(한길사)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미국노동운동비사)>(백범사상연구소), <존 루이스>(한길사), <자동차절망공장> <노동자의 살림살이>(풀빛), <흔들리지 않으리(이름없는 미국노동자 수기)>(풀무), <기계들의 반란> <깡디드>(범우사), <볼떼르> 같은 책도 좋으며 <고리끼-빈민굴>이라든지 <김흥호-생각없는 생각>(풍만) 같은 철학 책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송두율, 이이화, 이영희 교수 책을 만날 수 있고 함석헌, 김교신 선생 책을 찾아볼 수도 있습니다. <말콤 엑스와 흑인혁명>을 살펴볼 수도 있고 프란츠 파농이 지은 책, 알렉스 헤일리가 쓴 책, <흑인문학전집> 같은 책이나 <스물네 개의 눈동자(쯔보에 사까이)>처럼 전쟁통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 <사할린에 버려진 사람들> <사할린 아리랑>(눈빛)처럼 우리가 잊고 지내기 쉬운 외국동포들 이야기, <가우디의 바다>나 <복합오염>, <숲속의 생활>처럼 환경 문제를 다룬 고전도 좋고 노신선집을 찾아볼 수도 있고 페스탈로찌나 루소 같은 교육자가 남긴 <은자의 황혼>과 <에밀>을 살필 수도 있습니다.
노동자도 똑같은 사람으로, 사람 생명을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이들을 낳고 기르며 사랑을 하며 이성과 만나고 환경이 더러워지면 그에 따른 문제를 살필 줄도 알 뿐 아니라 경제, 과학, 문화, 운동, 사회, 종교, 철학, 교육을 비롯한 여러 밭에 눈길을 두며 자기를 갈고 닦고 노동운동 속에, 현장 노동 속에 그 깨우침과 지식을 담아낼 수도 있습니다. 아직 시집장가를 가지 않은 분들이라면 <미혼의 당신에게>(백산서당)나 <애정론>(지양사) 같은 책도 괜찮으며 <껍데기를 벗고서>를 뒤적여 볼 수도 있습니다. <만국의 노동자여(백무산)> 같은 시모음이나 <공친 날(김기홍)> <인부수첩(김해화)> <바구니 속 감자싹은 시들어가도(박형진)> <농토의 역사(홍일선)> <바람 부는 솔숲에 사랑은 머물고(고재종)> 같은 노동자, 농민 시모음, <겨울편지(백창우)> 같은 아름다운 시나 <물 위에 기약 두고> <가두로 울며 헤매는 자여>처럼 일제 강점기 때 나라를 잃고 만주로 일본으로 떠나야 했던 사람들이 남긴 '유민시 모음'도 찾아볼 만합니다. <우리말의 상상력> 같은 책을 보며 머리를 식히다가 <이오덕 교육일기>를 보며 일하는 사람으로서 바른 몸가짐이란 어떠한가를 되새길 수도 있고 <김남주 전집> 같은 시를 요즘 시대에 다시 읽을 수도 <맹자> <노자> <공자> <채근담> 을 알기 쉽게 풀이한 책으로 돌아볼 수도 있습니다.
어찌 되었든 책방에 가는 일이 가장 중요해요. 지금 곧바로 책방에만 가면 그 책방 안에 있는 수많은 책을 돌아보는 겁니다. 그리하여 노동자가 보면 좋을 책을 살피고, 노동자 삶과는 동떨어진 책이 무엇인가를 걸러내기도 해 보세요. 그러면서 자신보다 젊은 세대에게 좋은 책을 넌지시 일러 주기도 하고, 새로 태어나 이 땅에서 살아갈 어린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책을 노동자의 눈과 생각과 마음으로 먼저 한 번 싹 훑어보기도 합시다. 그리하여 이 땅에서 새로 태어나 자라는 아이들은 가장 노
동자답게, 가장 농민답게, 곧 가장 사람다운 사람으로 클 수 있는 좋은 책을 만날 수 있는 책방을 즐겨 찾고, 헌책방과 도서관도 함께 손잡고 다녀 보아요. 그렇게 하는 가운데 우리 사회를 차근차근 바꾸고 가꾸어 나갈 수 있습니다.(끝)
* 서울-인천 쪽에서 가 볼 만한 헌책방 몇 군데를 일러 봅니다 *
서울 용산 <뿌리서점 02) 797-4459>
서울 신촌 <숨어있는 책 02) 333-1041>
서울 대치동 <책창고 02) 557-1616>
서울 외국어대 <신고책방 02) 960-6423>
서울 성신여대역 <그린북스 02) 921-0592>
서울 한성대입구역 <삼선서림 02) 747-3444>
서울 연세대 <정은서점 02) 323-3085>
서울 서울역 <서울북마트 02) 701-8327>
서울 낙성대역 <흙서점 02) 884-8454>
인천 배다리 <아벨서점 032) 766-9523>
* http://freechal.com/tobagi 로 들어와 보시면 다른 곳들 정보와 소식을
조금 더 만나고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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