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만 농민은 압도적 다수 대중이 참여하는 단결투쟁으로 총체적 농업위기를 돌파할 것이다

이호중(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부장)

도시민들이 휴가를 지내고 있을 지금, 이 땅 농촌은 수해로 황폐화되고 400만 농민은 굴욕적 통상협상과 가격폭락에 대한 분노로 이글거리고 있다.
엄청난 폭우로 자식처럼 키운 농작물이 생육을 멈추거나 병 피해로 쓰러지고 있으며 아직도 남부지방은 폭우가 쏟아지고 있어 복구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대자연의 횡포 앞에서 그래도 농업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 쓰러진 농작물을 일으켜 세워야 할 터인데 김대중 정권의 농업포기 정책, 굴욕적 통상협상은 갈수록 도를 지나치고 있어 농민들의 가슴속에서 한가닥 삶의 희망조차 앗아가고 있다.

한중마늘 협상은 세계 외교사에 손꼽힐 치욕적 사건이다.
2000년 당시 중국산 마늘에 의한 농가피해가 치명적이자 정부는 WTO 규정에 의거하여 정당하게 긴급수입제한조치(높은 관세 부과)를 내렸다. 그러자 중국은 우리측의 휴대폰, 폴리에틸렌에 대한 수입중단 조처라는 횡포를 가했다. 이것은 세계 통상외교에 있을 수 없는 폭력이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중국측의 횡포에 항의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요구를 수용하였다. 이것만 해도 그 치욕을 참을 길 없을 터인데 2003년 이후 긴급수입제한조치를 연장하지 않는다는 비밀합의까지 해놓고 공개조차하지 않고 있다가 최근에야 발각된 것이다.
정부의 굴욕적 협상으로 내년부터 국내가격의 1/5 밖에 안되는 중국산 마늘이 무차별적으로 수입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50만 마늘농가가 망하는 건 시간 문제이게 되었다. 마늘이 무너지면 어디 마늘농가만 망하는가? 작목전환을 할 수밖에 없는 마늘농가가 보리 농사를 지으면 보리가, 고추 농사를 지으면 고추가 연쇄적으로 폭락하여 밭작물 전반이 무너지게 될 것이다.

농업강국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 역시 비밀리에 추진되고 있다.
칠레는 세계적 농산물 수출국가다. 다국적 기업이 농업을 기업화하여 운영하기 때문에 특히 과수 분야는 세계 수출시장의 1,2위를 차지할 정도로 막강하다. 전문가들은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연간 2조원이 넘는 농업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학자들의 예상일뿐 과수 농가는 전멸할 것이고 마늘의 예처럼 농가들이 작목전환 할 경우 마치 도미노 현상처럼 농업 전반이 붕괴 할 것이다. 또한 칠레와 맺은 협정은 올가미가 되어 미국, 호주 등 농산물 수출국들의 동등한 대우 요구에 직면할 것이고 이는 곧 한국 농업의 전면 파산이라는 대재앙을 가져올 것이다.
이같은 사태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정권은 연내체결이라는 목표아래 칠레와 물밑에서 협상을 급진전시키고 있다. 또한 협상 내용을 전혀 공개하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는 8월20일경으로 예상되는 5차 협상의 일정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결국 이번 협상 역시 한중마늘비밀협상과 똑같은 결과를 낳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농업포기, 개방농정'을 관철하기 위한 협상이 될 것이 자명한 것이다.

김대중 정권은 국내 농업을 다국적 기업에 내맡기는 농업포기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미 김대중 정권은 각종 나팔수를 동원하여 농업의 기둥인 쌀 역시 개방이 불가피하다며 '개방 불가피론'을 떠들어대고 있다.
지난 94년 UR 협상으로 국내 농업은 쌀을 제외하고 전면 개방되어 있다. 그나마 그동안 농업이 유지된 것은 농업소득의 52%나 되는 쌀농사만은 개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김대중 정부가 2004년 쌀 개방과 관련한 재협상을 앞두고 협상을 해보기도 전에 개방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데 있다.
전체 농민의 80%가 짓고 있는 쌀농사 마저 값싼 외국쌀(우리쌀의 1/4 수준)의 수입으로 가격이 폭락하고 생산비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하기조차 끔찍하다.
현재 식량자급률이 30%도 되지 않아 하루 세끼중 두끼를 외국농산물에 의존하고 있는 가운데 쌀마저도 자급하지 못한다면 농민생존은 물론 농업파산으로 민족의 주권 자체가 유린될 것이다. 이미 지난 1980년 우리나라의 쌀흉작 때 다국적 곡물기업이 쌀을 평상시의 3배가량 올려서 판매한 사례나 94년 일본에 흉작이 들었을 때도 국제 쌀값이 톤당 220달러에서 650달러로 3배 가까이 오른 예가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400만 농민 전체의 대항쟁만이 민족농업을 지켜낼 수 있다.
정권의 근본적인 농업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2004년 쌀재협상, WTO 뉴라운드 협상(도하개발아젠다), 각종 자유무역협정 등 급변하는 통상여건에서 민족농업은 파탄날 위기에 놓여 있다.
이제 농업의 전면파산이라는 총체적 위기는 400만 농민에게 새로운 투쟁의 도약을 요구하고 있다.
전체 농민이 투쟁의 주인으로 나설때만이 정권의 농업정책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민족농업을 사수, 발전시킬수 있다는 대전제를 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쌀재협상과 WTO 뉴라운드 최종 협상을 앞두고 있는 2004년은 농업이 사느냐, 죽느냐하는 격변이 될 것이다.
이에 전농은 노동자들의 총파업 투쟁과 같이 전체 농민이 참가한 가운데 벌이는 농가부채 상환거부투쟁, 농산물 출하거부투쟁, 농기계로 전국 국도와 고속도로를 마비시키는 투쟁 등으로 정권과 직접 교섭하여 승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자 한다.
전체 농민이 단결된 조직력으로 강위력한 투쟁을 펼칠 때만이 정권을 굴복시키고 쌀은 물론 농업대개혁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올 11월13일 전국농민대회는 30만명의 농민이 참여하는 대장정이 될 것이며, 이는 농민운동사는 물론 전체 민중운동사에 길이 빛날 대투쟁이 될 것이다.
이미 400만 전체 농민이 참가할 1000만인 서명운동이 전국 각지에서 시작되었고 1개 시군당 차량 100대, 3000명의 농민을 목표로 농민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지난 8월2일 1만 2천여명의 군민이 모인 의성군 마늘투쟁과 같이 당면현안(한중 마늘 비밀협상,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고추값 폭락, 과일값 폭락 등)에 대한 투쟁을 압도적 다수 농민이 참여하는 지역투쟁(9월10일을 전후로한 전국 시군 동시다발 농민대회)으로 전개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투쟁은 냇물이 모이고 모여 대하를 이루듯 11월13일 서울 전국 30만 농민 대집회로 총화될 것이다. 전체 농민의 10% 가까이 참가하게될 11월13일 대회는 우리 모두에게 자신감과 희망, 그리고 서로에 대한 믿음속에 새로운 단결력과 투쟁력을 주게 될 것이다.
이 투쟁의 성과는 마치 월드컵 16강 진출이후 8강, 4강으로 이어지는 기적이 창조되었듯이 곧바로 전국적 마을 대책위 건설로 이어질 것이며 2003년부터 농민운동은 그동안의 일회적, 분산적 투쟁을 극복하고 새로운 투쟁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바야흐로 농민운동은 민족농업 최대의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한단계 질적도약을 준비하고 있으며 농민해방의 한길로 진군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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