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부산지역 일반노조의 부산역 앞 텐트농성 투쟁 취재

업종과 직종 차이를 훌쩍 넘어 뭉쳤다

황정일(노동자의 힘 선전국장)

7월 25일 오후 5시 부산역 광장.
광장 한 편에서는 효순, 미선을 살려내라는 서명전이 한창이었다. 부산지역 일반노조의 텐트는 그 뒤편에 있었다. 기역자로 나있는 두 채의 텐트 농성은 이제 3개월 째로 접어들었다. 지난 6월 붉은 악마들이 이곳 부산역 광장을 가득 채운 그 날에도 일반노조의 농성투쟁은 어김없이 이어져 왔다.
"그때는 여기 없었어요. 붉은 악마였거든요." 효림 학원에서 해고된 한 여성동지의 말이다. 6월부터 차례로 해고된 6명의 젊은 학원강사들. 그들은 올 2월에 3명의 동료가 원장 마음대로 해고되고도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남은 선생님들은 이래서는 안되겠다며 소모임을 결성했다. 최소한의 법적 보호는 받아야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리고 4월30일에 일반노조에 가입했다. 원장은 5년 경력의 한 선생님에게 전문대학을 나와서 자격에 미달된다는 억지도 부리면서 6명에게 해고의 칼자루를 휘둘렀다.
"7월7일부터 지금까지 4차례의 출근투쟁을 했습니다. 원장은 학부모와 친인척을 동원해서 우리와 몸싸움을 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부산에는 2000개의 등록된 단과학원이 있고 강사는 2만이 넘는다고 한다.

옆의 텐트에는 나이가 지긋한 아주머니 동지들이 보인다. 육가공 업체인 두원식품에서 일하시는 일반노조의 조합원들이다. 123일째 파업투쟁하는 40명 규모의 사업장으로 컨베이어벨트 시스템 작업이란다. 1층에서는 육고기를 부위별로 잘라내고 2층에서는 포장해서 냉동하는 일을 한다. 기본 3시간 일하고 20분 쉬는 연속작업인데 대부분의 조합원은 관절통을 앓고 손과 팔에는 칼자국 투성이다. 잔업까지 해서 한 달에 월급이 60만원. 기본급은 48만원이고 6년 이상 근무해야 80만원을 받는다.
"회사가 그 동안 지급해오던 공휴일 수당을 주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감정이 폭발했죠. 저는 11년 간 몸바쳐 일해왔는데 관리자들은 육고기 훔쳐갈까 싶어 1달에 한번 가방을 뒤지고, '시발 여편내들, 팬티까지 다 뒤집을 거다'며 욕을 해대고, 생리수당도 '여자 40넘으면 폐경인데 일일이 팬티를 보여야 줄 수 있다'는 말까지도 들으면서 일했습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일반노조에 가입하고 작업 전에 구호를 외쳤단다. 사장은 '오늘 일당은 줄 테니까 일하지 마라'고 했다. 그 날이 작업의 마지막이었다.
"처음 빨간 조끼 입고 투쟁에 나설 때 부끄러워서 고개도 못들었습니다. 차츰 당당해지고 사측 관리자에게도 내 권리를 주장하게 되었지요. 그래도 노동자는 참 힘이 듭니다."

일반노조의 텐트 농성에서 가장 많은 인원은 부산지역 케이블 노동자 동지들이었다. 노조원들은 케이블을 가설하는 기사, 콜 센터의 전화업무를 하는 여성, 그 외에 카메라맨과 아나운서도 있다고 한다.
"우리 케이블 기사들은 밤에 집에 있다가도 AS를 요구하는 전화가 오면 밤 작업을 해야 했습니다. 일의 성격상 눈비가 와도 전봇대를 타고, 옥상에서 옥상으로 넘어가고 3년 전에는 사망사고도 있었죠. 그 이후로 위험수당 좀 받고 안전모가 의무화 된 거 말고는 달라진 게 없습니다."
그런데 요즘 CJ39 쇼핑 등 홈쇼핑 업체들이 호황을 누리면서 지역 케이블 업체를 닥치는대로 사들이고 있다. 노조가 있는 지역 케이블은 80억 없으면 100억 식으로 팔린다. 사들인 다음에는 정규직을 없애고 모두 계약직으로 재편한단다. 그들에게는 지역 방송 문화에 대한 고민은 할 필요도 없고 하지도 않는다. 오로지 돈 되는 홈쇼핑 방송이 주목적이다. 왜냐하면 CJ39 쇼핑의 사무실은 24평인데 대형 백화점의 전체매출과 맞먹을 만큼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 부당한 문제를 고발해도 소용없고 노동자는 아직 힘을 못쓰는 것 같아요."
부산지역 일반노조에는 이 밖에도 환경미화원 노조, 파라다이스 신용금고 등 비정규직, 건설노동자, 그리스도 요양원에 몇 명, 제조업... 이렇게 다양한 사업장들이 있고 새로운 사업장들이 속속 결합하고 있다.

부산지역 일반노조(www.ilbannojo.org)는 2000년 4월 공식 출범이후로 지역의 중소, 영세, 비정규직 사업장의 구심으로 발전했다. 노조의 규모는 이제 800여명 수준으로 발전했다. 부산의 어디를 가도 일반노조 가입사업장이 있고 이 사업장 중 30%는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반노조 사업장들은 한 번 싸우기 시작하면 파업은 기본이고 두 달 이상 투쟁을 벌인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지역일반노조의 존재는 위력적이다. 조합비로 투쟁 사업장의 생계비를 지원하고 교섭과 집회 등의 힘을 실으면 아무리 배포 큰 사업주도 떨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투쟁 주체의 결합과 그들의 자신감은 다시 일반노조를 튼튼하게 하는 힘이 되고 있다. 노조에 힘이 생기고 열심히 투쟁하고 그 투쟁이 위력을 발휘하자 정부는 이를 더 이상 놓아두지 않고 위원장 구속이라는 본격적인 탄압과 흠집내기를 시작하고 있다. 지난 7월19일 노동청 항의방문 때는 이국석 위원장을 포함하여 총 42명의 조합원을 경찰이 연행해 41명은 다음날 모두 석방했지만 위원장은 구속시켰다.

7월26일 아침에는 구속된 이국석 위원장의 석방을 요구하는 검찰청 항의 선전전이 있었다. 투쟁하는 사업장의 동지들이 빠지지 않고 결합했다. 검찰청 항의집회를 끝내고 대오는 다시 부산역 텐트로 돌아왔다. 농성투쟁이 지속되면서 처음에 서먹했던 조합원 사이도 이제는 언니 동생 한단다. "노동자는 한 식구 한 형제라는 생각이 들어요."(두원식품) "학원강사들은 우리보다는 대우가 더 좋을 것이라 생각했죠. 막상 만나보니 같은 노동자 처지라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케이블) 서로의 이해가 높아지면서 시야도 넓어지는 듯 보였다. "부산의 학원강사 노조 1호로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껴요. 다른 두 군데의 학원에서도 노동조합의 움직임이 보이는 데 좋은 선례를 남겨야죠."(효림학원)
점심시간이 되었다. 수십명 규모의 농성대오라 식사가 큰 문제였다. 다행이 철도노조에서 조합 안의 취사공간을 빌려줘 당번을 정해 점심식사를 해결하고 있었다. 옹기종기 모여 식판에 밥을 먹고, 식사 후에는 같이 모여서 TV도 보고 모자란 잠도 해결하고 그러면서 농성대오는 투쟁의 일상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조합원 가족들의 반응도 다양하다고 한다. "자식들은 빨리 그만 두라고 해요. 집의 아저씨도 처음에는 반대했는데 지금은 끝까지 해봐라고 합니다."(두원식품) "남자친구가 얼마 전 문자메세지를 보내왔어요. '투쟁. 뜨거운 여름에 살도 빠지고 좋겠네. 열심히 해라'고요."(효림학원)

부산지역 일반노조는 이제 부산 노동자 집회의 핵심대오가 되어 있다. 일반노조 대오가 집회의 반을 차지하고 투쟁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월5일 두원식품의 단체교섭은 타결되었다. 8월12일 현재 효림학원은 폐원되고 6명이 전원해고상태에서 사측과 교섭 중이다. 부산진구의 청소대행업체인 유창환경 직장폐쇄에 맞선 조합원들의 천막농성이 8월13일부터 시작되었고, 8월17일에는 소위원제와 같은 전체현장위원 수련회가 열린다. 지금 이 주에도 부산역 천막 농성은 계속되고 있다.
부산지역 일반노조 홈페이지에 있는 신규 현장위원을 위한 일반노조 교안에 있는 이 말이 눈에 들어왔다.
'노동자는 하나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노동조합은 연대와 협동을 최고의 가치로 지향하는 노동조합이어야지 연대와 협동을 하지 못하는 노동조합은 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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