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의 순한 이미지 뒤엔 죽어가는 현중 노동자들의 일그러진 삶이 있다!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이 월드컵의 열기를 몰아 신당 창당과 대선 출마까지도 선언하고 있다. 10년전 정주영 왕회장이 국민당으로 대선에 나서면서 현대그룹의 모든 조직을 동원하고 노동자들에게도 극심한 위기의식을 유포하며 지지를 강요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 만큼 울산 노동자들로서는 정몽준의 대선 출마를 남의 일이라 여기며 내버려 둘 수만은 없는 일이다.
10년전 정주영 왕회장이 대선 후보로 나섰을 때 저들은 “왕회장이 대선에 떨어지면 현대가 망하고 울산도 망한다”는 식의 위기의식으로 현대그룹과 울산의 노동자들을 내몰았다.
이제 정주영의 아들 정몽준이 또 다시 대선에 나서고 있다. 그런데 둘 다 자본가라는 점에서는 동일한 계급성을 가지고 있지만, 정주영의 이미지와 정몽준의 이미지 사이에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많은 유권자들은 자본주의 사회 구조에 편입되어 있기 때문에 선거에서도 상품을 구매하듯 후보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동구에서 네 번을 연속 당선된 독보적인 국회의원이면서 FIFA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정몽준은, 순하게 생긴 외모 때문에 악랄한 노무관리로 이름높은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로서 실질적인 소유주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교묘하게 잘 감추고 있다. 이런 이미지 조작 탓에 그는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넘볼 정도로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정몽준의 자유민주주의와 현중 노동자의 쟁의행위 찬반 투표!
현대중공업의 어느 젊은 노동자로부터, 정몽준을 지지하던 자기 부인을 설득했던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난다.
그의 부인은 외견상 순한 이미지 때문에 정몽준을 지지하고 있었다.
그는 현대중공업에서 노동자들이 얼마나 힘들게 일하고 있는지, 정몽준이 노동자들에게 준 것이 어떤 것인지 이해시키기 위해 참으로 많은 얘기를 했다고 한다.
엄청난 노동강도에 많은 노동자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워 하는지, 강화된 노동강도로 발생하는 산재마저도 인정하지 않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죽음의 행렬에도 눈 하나 까딱 하지 않는 것이 바로 저 자본가 정몽준임을 다 이야기했을 때 그의 부인은 눈물을 글썽이며 자기가 잘못 생각했다고 하더라는 이야기였다.
그렇다. 법적으로도 보장된 너무나 정당한 권리인 쟁의행위 찬반투표조차 온갖 압박으로 못하게 만드는 현대중공업의 악랄한 노동통제의 최고사령탑이 바로 자본가 정몽준이다.
그런 그가 대통령 후보가 되겠다는 것은 현대중공업 뿐만 아니라 전체 노동자들을 그렇게 만들겠다는 얘기 아닌가?
그런데, 정몽준의 대선 출마를 앞두고 현대중공업에서는 날씨가 덥다고 음료수를 공짜로 주는가 하면, 현장통제의 강도를 낮추고, 근골격계 대책위를 회사가 받아들이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현대중공업의 악랄한 노동탄압이 대선에서 악재가 될까 두려워서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이 얼마나 가증스러운 일인가!
정몽준의 대선 출마와 노동자 정치!
대통령에 이회창이 되든 노무현이 되든 정몽준이 되든 노동자들에게는 크게 달라질 게 없다. 우리 노동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보수정당 분파들의 이합집산에 따라 누가 대선후보가 되느냐가 아니다. 우리 노동자들이 노동자 정치를 위해 어떻게 싸울 것인가가 중요할 뿐이다.
노동자 정치는 바로 현장에서 자본가들의 이데올로기 공세와 통제를 박살내는 것이다. 현장 노동자들과 노동운동에 대해 토론하고 자본이 갈라놓은 정규직 비정규직, 여성과 남성 등의 분열을 깨기 위해 현장에서 투쟁하는 것이다. 노동자 해방을 위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토론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현장 밑바닥으로부터 노동자 정치를 구현하려는 집단적인 힘이 성장하고, 그를 발판으로 국회의원을 만들고 지방자치단체장을 만들어 낼 때, 노동자 정치가 현장과 사회에서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대선이라는 공간도 마찬가지다.
<박진영 울산노동자신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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