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적 좌파진영의 정치적 재조직화 활동 보고

- 지금까지의 경과와 의의를 중심으로

김원호(노동자의 힘 조직국장)

노동자의 힘은 기관지 제10호(7월5일)를 통해 '계급적 좌파진영의 정치적 재조직화를 본격화하자'고 제안하였다. 그리고 계급적 좌파진영의 정치적 재조직화를 본격화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8월24일∼25일 '전국 활동가 수련회' 개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전국 활동가 수련회는 계급적 좌파진영의 정치적, 조직적, 실천적 과제를 내오기 위한 공동 노력의 산물이다. 물론 전국 활동가 수련회가 모든 계급적 좌파진영(활동가)을 포괄하고 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계급적 좌파진영의 정치적, 조직적 전망 수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점에서, 또한 계급적 좌파진영의 분산된 활동을 극복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의를 가진다. 노동자의 힘은 전국 활동가 수련회의 성과에 기반하여 모든 계급적 좌파진영과 함께 정치적 재조직화를 지속하기 위한 활동에 조직의 역량을 다할 것이다.

당면 정세에 대한 공동대응에서 조직건설로

2002년 1월27일 200여명의 활동가가 참여한 가운데 노동의 미래를 여는 현장연대(전북), 노동자 민중회의(부산), 노동자의 힘, 민주노동자연대, 사회진보연대 등은 '2002년 정세와 민중운동 투쟁방향 공동토론회'를 개최하였다. 공동토론회는 2002년 정세와 투쟁방향, 당면 투쟁 등에 대한 노동자·민중운동진영의 통일성, 공동인식을 강화하고 공동대응을 모색하기 위해, 그리고 계급적 좌파진영의 연대운동의 정치적 복원을 위한 시발점이었다.
이에 따라 공동토론회 주최 조직과 토론회 이후 결합한 민중실천연대(광주) 등 6개 조직은 '2002년 정세와 민중운동 투쟁방향 공동토론회' 후속 모임을 통해 노동자 민중진영의 공동실천 사안을 상호 제안하고, 계급적 좌파진영을 포함한 노동자 민중진영의 조직적 진로 등을 논의하기로 하였다.
이런 취지 아래 계급적 좌파진영의 조직적 진로를 마련하기 위해 '노동운동'에 대한 평가와 과제, '정치세력화' 흐름 및 '좌파운동'에 대한 평가 등을 논의해왔다. 그리고 전선운동, 노동자계급정당운동, 평의회운동, 비국가연대운동 등 정치·조직 노선에 대한 각 조직의 입장을 제출하였다. 각 조직이 표방하고 있는 노선의 이해로부터 출발하여 쟁점을 객관화하고 서로의 차이가 어디로부터 출발하는지, 그 차이는 화해할 수 없는 것인지를 확인해왔다. 그리고 이것들을 단지 추상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 계급투쟁의 구체적 실천 과제로 삼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다해왔다.
이러한 공동노력의 결과로 '정치적 재조직화와 활동가 정치조직' 이라는 조직건설 전망이 현실의 구체적 사안으로까지 올라오게 되었으며 전국노동자회(준)도 참여하는 '전국 활동가 수련회'라는 공동토론과 결의의 장이 만들어졌다.

주체형성을 위한 정치적 재조직화의 의의와 과제

당면 정세에 대한 공동대응으로부터 시작한 계급적 좌파진영의 정치적 재조직화는 전국활동가 수련회 개최를 통해 새로운 진전을 위한 첫 발걸음을 시작하게 되었다.
정치적 재조직화는 사실상 지난 10여 년 동안의 좌파진영의 연대운동의 성과와 한계, 그리고 조직 건설운동의 실패라는 역사적 연장선에 있으며 짧게는 1월27일 당면 정세에 대한 공동대응으로 출발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의 정치적 재조직화 과정의 의의와 과제를 살펴보면서 우리에게 부여된 역사적 책임감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첫째, 계급적 좌파진영이 현재와 같은 분산·분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주체형성의 관점에서 시작해야 가능하다. 좌파진영의 역량은 노동현장, 부문운동, 사회운동, 학생운동, 지역운동 등에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또한 좌파진영은 현실 사회주의 실패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제출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개별화되고 분절된 활동을 넘어서지 못하였다. 계급투쟁이 전국화되고 노동조합운동이 급격하게 고양되는 데에 비해, 좌파진영의 전국적인 정치적 지도력 형성은 지체되어 왔다. 물론 좌파진영의 공동실천, 연대운동은 일상적으로 진행되어 왔으며 주요한 대중투쟁을 성사, 발전시키기 위해 모든 조직적 노력을 다해 왔다. 하지만 이러한 공동투쟁 자체로는 새로운 대안사회 건설을 위한 대체권력의 맹아를 만들기 위한 활동은한 걸음도 진전시킬 수 없다.
자신이 처해 있는 현실에서 출발하는 것만으로는 노동해방은 머나먼 과제가 되며, 현실 계급투쟁에서 검증되지 않은 정치, 조직 노선을 신주 단지 모시듯 붙잡고 있다고 문제가 풀어지는 것은 아니다. 노동조합운동과 진보정당운동, 사민주의와 민족주의에 포위되어 있는 노동자계급을 투쟁과 계급정치의 주체로 세워내기 위해서는 이를 지속적으로 자신의 과제로 삼아 나가는 주체를 형성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둘째, 정치적 재조직화는 수평적 통합이 아니라 상호 침투와 개입을 통해야만 가능하다. 노동자의 힘은 '혁신과 연대에 기초한 정치적 재조직화'를 주장하였으며 노동자의 힘 스스로도혁신의 대상임을 밝힌 바 있다. 우리를 포함한 좌파진영은 실패한 현실 사회주의의 유산을 고스란히 받아 안고 있으며, 분산적이고 개별화된 활동의 경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한 당면 투쟁과 전술적 행동에 있어 작은 차이로부터 서로를 과도하게 규정하기도 하였다.
좌파진영이 정치적 재조직화를 통한 새로운 조직건설 전망을 현실화 해 나가야 하는 지금, 차이와 대립의 정치가 아니라 상호 침투와 개입의 정치를 활성화하고 그 속에서 자신을 드러냄으로써 계급투쟁의 과정에서 실천적으로 검증 받는 활동으로 진전해 나가야 한다. 과거의 역사적 경험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운동을 현실의 과제로 만들어 나가는 질적 발전을 이루어내야 한다.

셋째, 정치적 재조직화는 계급투쟁의 정세에 근거한 공동투쟁, 공동실천에 근거해야 한다. 자본의 신자유주의 전략은 '자본의 위기'를 '노동자계급의 삶의 위기'로 전화시켜 냈다. 노동자계급은 생산현장, 삶의 현장에서 위기로 내 몰리고 있지만, 노동자계급은 투쟁의 주체, 자본의 위기를 자본에게 돌려주기 위한 정치의 주체로 서지 못하고 있다. 또한 노동조합운동의 실리주의, 개량주의가 만연하고 있어 노동자계급을 더욱 더 위기의 구렁텅이로 내몰고 있다. 자본의 신자유주의 전략과 노동조합운동의 실리주의, 개량주의에 맞서는 좌파진영의 공동투쟁, 공동실천은 그 자체로도 중요하지만 정치적 재조직화를 위한 과정과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공동투쟁, 공동실천이 정치적 재조직화와 분리되는 것이 아닌 동전의 양면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넷째, 정치적 재조직화는 노동자계급과 함께 호흡하며 그들을 주체로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우리는 사민주의, 의회주의 노선이 노동자계급을 정치의 주체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대상, 객체로 만드는 정치세력화임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런데 사민주의와 의회주의만의 문제가 아니라 좌파진영도 정치적 재조직화를 상층만의 문제로 제한해서는 계급을 정치의 주체로 세워 낼 수 없다. 다만 현재 계급투쟁의 정세로 볼 때 계급적 좌파진영부터 먼저 정치적 재조직화가 시작될 수밖에 없다. 즉 대중투쟁의 급격한 고양과 정세의 반전으로부터 정치적 재조직화가 제기되는 정세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정치적 재조직화의 전 과정은 노동자계급 대중에게 제출되어야 하며 잘못된 과정뿐만 아니라 설사 실패할지라도 온전하게 대중에게 보고되고 평가받아야 한다.
정치적 재조직화는 활동가 조직건설로 표현되고 있지만, 활동가 조직 건설이란 노동해방 사회의 전망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노동자계급의 주체 형성, 대체권력의 맹아를 실질적으로 구축해 나가는 전체의 과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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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 재조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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