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행동권, 법률-판례가 헌법 좌지우지

금속 '쟁의행위와 형사책임' 토론회

헌법에는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이 보장돼 있으나 법률과 판례 등 실제적용에서는 심각히 훼손되고 있음이 거듭 확인됐다.

금속산업연맹(위원장 직무대행 전재환)은 지난 8월26일 국가인권위원회 강당에서 '쟁의행위와 형사책임'을 주제로 종합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모두 10명이 나서 외국사례와 국내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정인섭(수원대 법학과) 교수는 이날 "노조법에는 '쟁의행위가 정당한 경우에는 그에 대해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형사면책을 통해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이 명시적으로 승인돼 있다"고 환기한 뒤 "하지만 그러한 규범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현실은 이와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김기덕 변호사(금속산업연맹 법률원)는 '쟁의행위에 대한 형사면책 법리의 재구성과 업무방해죄'라는 발제에서 "헌법상 기본권으로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음에도 그 권리행사인 쟁의행위에 대해 수많은 규제를 둠으로써 헌법상 기본권이 (하위규범)인 법률에 의거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쟁의행위 전체가 범죄가 되도록 업무방해죄(형법)를 두고, 예외적으로 노조법의 쟁의행위 관련규제를 통과한 경우에만 면책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법률에 의한 헌법의 전복'이 빚어진다는 지적이다.

'준법투쟁과 업무방해죄'를 주제로 토론에 나선 박 훈 변호사(금속산업연맹 법률원)는
"준법투쟁은 엄밀한 의미에서 쟁의행위에 포함되지 않음에도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는 데 분노를 느낀다"며 "설사 준법투쟁이 쟁의행위라 해도 곧바로 그 정당성을 잃거나 업무방해죄로 처벌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흔한 준법투쟁인 잔업거부, 연월차 동시사용 등 단순한 노무제공 거부는 민법상 채무불이행에
해당할 뿐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 전제하고 "(대법원이나 검찰 등은)'개별적인 조퇴나 결근은 채무불이행에 지나지 않지만 이를 집단으로 하는 경우에는 쟁의행위가 아니더라도 바로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회에서는 이밖에 도재형 변호사(법무법인 덕수)가 '쟁의행위와 상급단체 노조간부의 형사책임'을 주제로 단병호 위원장과 양경규 공공연맹 전 위원장 사례를 통해본 연대처벌 문제를, 전형배 변호사(금속산업연맹 법률원)가 '쟁의행위와 노조법상 형사책임'을 주제로 쟁의행위를 구속하는 각종 법률 문제를, 김성진 변호사(금속산업연맹 법률원)가 '파업에 대한 업무방해죄 적용의 헌법재판소 합헌 결정의 문제점'에서 헌재 판례를 각각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발제자들은 자유토론과 질문 등을 단체행동을 제한하는 법조항과 법을 의도적으로 왜곡해석하는 헌재와 검찰 등이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참석자들은 이와 관련해 "헌법이나 법률을 통해 판례가 형성되지 않고 정책이나 판례를 통해 거꾸로 법률 규정되는 현실에 대한 적극적 문제제기"(정인섭 교수), "정당한 단체행동은 합법이고 불법적인 단체행동은 불법이라는 논리 혁파와 정당성 문제가 아닌 권리와 개념도입"(김기덕 변호사)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50여명의 조합원이 참석해 끝까지 자리를 지켰으며, 자유토론 등에서 토론내용을 널리 알릴 방법을 찾고 집단적으로 문제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기덕 변호사는 이에 대해 "이번 토론회는 노동관계법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짚었다는 데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며 "지금까지는 정부나 법원이 문제를 터뜨리면 노동계가 이에 대응하는 식이었지만 앞으로는 거꾸로 노조 등이 잘못된 법이나 판례를 적극 문제삼고 비판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근 lsk530@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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