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길섶의 소수자렷다!-문화사슬과 문화거울

우리에게는 '먹이사슬'이라는 말이 있다. 다 아는 바지만, 풍뎅이는 개구리가 잡아먹고 개구리는 뱀에게 잡아먹힌다. 이런 걸 먹이사슬이라고 부른다. 물론 먹이사슬은 자연계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인간사회에도 존재한다.

그런데 먹이사슬은 수직적이고 위계적인 구조이다. 이번에 KBS2의 <서세원쇼>가 문화연대의 폐지요구로 골치 아파지자 진행자인 서세원 씨는 방송사 측에 그 책임을 전가하였다. PD가 시키는 대로, 작가가 원고를 써주는 대로 자기는 말한다는 것이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는 시청률에 안달이 나 있는 방송사 측의 먹이사슬에 걸려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방송사 측은 서세원 씨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은 먹이사슬의 수직적 논리와는 다른 개념으로 설명될 수밖에 없다. 나는 먹이사슬과는 다른 생태적 규칙성을 '먹이거울'이라는 말로 이름 붙여 본다.

먹이거울은 먹이사슬과 달리 일방향적으로 수직적이고 위계적이지 않다. 개구리가 뱀에게 잡아먹히는 것을 우리는 소위 자연의 섭리라고 말한다. 하지만 황소개구리같이 뱀을 잡아먹는 개구리들도 있다. 서로 잡아먹고 먹히며 그 삶들을 비추어주는 욕망의 복잡함, 이것은 수평적이며 탈위계적인데, 이것을 먹이거울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동일한 개념에서 우리는 먹이사슬과 먹이거울을 '문화사슬'과 '문화거울'로 바꿔 쓸 수 있겠다. 방송사 측과 서세원 씨의 상호 책임전가는 문화사슬의 양태라기보다 문화거울의 양태라고 볼 수 있다. 방송사 측의 시청률 경쟁과 서세원 씨의 욕망이 서로 문화거울로 비추면서 공모해왔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더 많은 거울의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돈, 인기, 권력, 체제 등등. 서로 먹고 먹히며 비추면서...

여기서 먹이거울 혹은 문화거울이라는 말을 꺼내는 것은 문화개혁의 타겟을 어디에 둘 것이냐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구조만의 문제도 아니고 주체만의 문제도 아니다. 그러나 구조를 문제삼다보면 도대체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이미 단단해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체, 즉 사람들의 변화를 촉구하거나 추동 해내려 하지만 역시 구조에는 이상무다!

구조냐 주체냐, 사실 이것은 낡은 이분법적 개혁어법이다. 물론 지금은 이것 가지고 논란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구조와 주체라는 이항적 문제틀의 방식은 여전한 것 같다.

문화는 특히 욕망, 화폐, 권력과 같은 것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가령, PD가 여자 탤런트들에게서 '성상납'받는다는 것은 PD의 위치(구조 혹은 체제)에 의해서만 성사된다고 보지는 않는다. 배역을 따내고 스타가 되고싶어하는 그녀의 욕망이 타협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욕망은 또한 사회적 스타체제와 돈에 환장하게 만드는 자본주의 생리에게서 비추어진다. 더러운 거울들의 문화적 연합...

우리가 문화개혁의 대상을 문화사슬로 파악할 때보다 문화거울로 파악할 때 더 곤혹스러워진다. 그러나 지형도는 더 선명해진다. 욕망과 권력과 체제, 혹은 욕망과 화폐와 체제들의 서로 비추고 서로 안아가기. 문화에 바로 이것들이 역동적으로 배치되고 있음을 읽어야 하지 않을까. 체제는 욕망과 권력의 유혹물이기도 하고, 욕망은 권력과 체제의 비춤효과이기도 하다. 욕망은 체제이고 체제는 욕망이다. 권력사회에서 그것은 권력생산의 메커니즘으로 연동된다.

문화가 삶이라면, 바로 이것들의 삶이다. 그러므로 문화를 개혁한다 함은 바로 이것들의 삶을 바꾸어내자는 것이 아닐까. <서세원쇼>를 폐지하자는 것도 그렇고 세종로에 문화광장을 만들자는 것도 그렇고.

-뭐라굽쇼? 필자의 말씀에 이의를 제기한다굽쇼? 그러면, 문화개혁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먹이거울, 문화거울의 게임에 빠지지 않고 있느냐굽쇼? 욕망의 과잉이 이름 쌓기와 권력의 거울체제로 호흡되지 않느냐 굽쇼? 의도적으로 거울을 이용하지 않느냐굽쇼? 실천의 힘으로 커버시키고 있다굽쇼? 그러다 보면 이미 저것과 닮아있다굽쇼? ...굽쇼, 굽쇼, 굽쇼?

-필자 왈: 풍뎅이가 그러데요, 거울은 집집이 다 있지 않소.

고길섶 (월간 <문화연대> 편집실장) speak21@chollian.net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클리핑기사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