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 진상규명, 끝까지 가자

의문사 진상규명위 활동연장·조사권한 강화 절실 열쇠 쥔 전두환·노태우 끌어낼 법적조치 만들어야

대통령직속 의문사진상규명회(위원회)의 활동이 9월 16일 마감을 앞둔 가운데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던 허원근 일병이 타살됐다는 사실이 지난 20일, 18년만에 밝혀졌다. 위원회는 “이 사건은 타살이 자살로 위장되는 군의문사의 대표적 사례”라며 “앞으로 사건 조작·은폐의 지휘계통을 밝혀나가는 과정에 관련자들의 협조를 호소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장 다음달 초 활동을 마무리해야 할 상황에 놓인 위원회가 사건을 제대로 마무리할 시간을 벌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까지 위원회에 접수된 83건 중 마무리된 사건은 27건. 또한 허원근 사건이 보도된 이후 군의문사와 관련된 제보들이 폭주하고 있어 위원회의 활동기한을 연장하거나 아예 기간제한 자체를 없애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2000년 10월부터 활동을 시작해 온 위원회는 그간 최종길, 김준배 사건 등을 폭로하며 국가권력의 범죄상을 드러내왔다. 애초 9개월의 한시적 기구로 출범한 이후, 지난해 7월과 올해 3월 두차례에 걸쳐 6개월씩 기한을 연장했다. 조사기간이 늦춰졌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당시 상황 자료를 쥐고 있는 국정원, 기무사, 국방부 등 관계기관의 비협조적인 태도. 위원회 유한범 홍보팀장은 “다른 기관도 안내주는데 우리만 내줄 수 없다는 식의 태도를 보이며 몇 달 간격으로 별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하나씩 제공했다”고 꼬집었다.

조사를 지연시키고 있는 또다른 원인은 바로 관련 증인들의 소환 불응이다. 수많은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이른바 ‘녹화사업’의 핵심인 전두환·노태우를 비롯해 각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들이 대부분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상황. 특히 전·노 두 전직 대통령들은 위원회의 출석 거부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은 채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다.

현행 의문사진상규명특별법에 따르면 위원회는 출석요구 2번과 한번의 동행요구를 할 수 있으며 이에 불응할 경우 최고 과태료 1천만원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강제소환에 대한 권한이 없는 상황이어서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들을 소환할 방법이 없다.

한편, 한상범 위원장은 지난 12일 위원회의 기한연장과 조사권한 강화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김대중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한 위원장은 의견서를 통해 “9월 16일 조사활동을 마칠 경우 일부 사건을 빼고는 조사를 완료하지 못하게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 위원장은 “김대통령이 최근 시민사회비서관에게 지시해 위원회 활동상황에 대한 실태파악에 나섰다”며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한다는 뜻을 밝혔으나, 일부 언론의 보도와 달리 청와대측은 기한연장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문사 진상규명은 유가족들의 헌신적인 투쟁으로 시작된 과거사 청산의 큰 줄기다. 대통령 직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아무리 과거 역사와의 화해를 위해 만들어졌다 하더라도 입도 벙긋 안하는 전두환,노태우도 불러낼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떤 화해가 가능하겠는가.

전현정 / jhj@s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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