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 덮으려는 국가기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회)의 활동을 가로막은 것은 다름아닌 국가기관이었다.

국정원은 지난 6월 서울대 최종길 교수 사망사건이 국가권력에 의한 타살로 인정된 후 “과거 안기부나 중앙정보부가 직접 조사한 사건 이외에는 다른 수사기관의 조사 내용과 조사 과정에 대한 일체의 자료를 제출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국정원은 위원회가 한시적인 활동기구라는 점을 이용한 시간끌기의 행태도 다양하게 선보였다. 문일필씨 의문사에 대해 담당직원의 이름과 나이만을 통보한 뒤, 6개월 후에 주민등록번호와 연락처를 통고했으며, 또한 정법영씨 의문사와 관련된 중앙정보부 직원의 신상자료는 무려 1년에 걸쳐 통보됐다.

경찰도 “국정원의 보안감독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자료제시를 거부했다. 기무사 역시 “다른 정보기관들도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데 군 정보기관이 자료를 내놓을 수 없다”며 현장조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기무사는 이른바 ‘녹화사업’과 관련된 의문사에 대해 “녹화사업 관련자료를 지난 92년에 모두 폐기해 자료가 없으며 문서규정집은 기밀사항이라 공개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퇴직 교도관들 역시 법무부의 감시로 인해 자유로운 진술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각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들 역시 소환조사에 불응했다. 정윤기, 명동성, 최광태 검사는 각 사건에 대해 “의문사 사건이 아니다” “위원회의 직무범위를 넘는 조사이다”는 식의 논리를 세우며 조사를 거부했다.

전현정 / jhj@s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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