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청산, 시작이냐 끝이냐

의문사 진상규명 2년, 그 성과와 한계

김대중 정권은 과거청산을 위한 두 개의 위원회를 탄생시켰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회)’와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가 그것. 그리고 활동기한에 대한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기간은 한 달 여도 채 남지 않았다.

지난 20일 기자회견장에 모인 유가족들은 위원회의 기한연장과 권한강화를 골자로 한 의문사 특별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위원회에 우려의 뜻을 전달했다. “유가족 및 관련단체의 입장에서 보면 위원회의 발표보다 더 많은 사건이 미궁속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전제한 유가족 및 사회단체 회원들은 “기한에 쫓겨 신중한 심의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니만큼, 위원회는 직면한 진상규명의 위기를 솔직하게 전 국민에게 상세하게 공개하여 3차 법개정이 이루어지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대통령직속 위원회의 신설은 유가족들이 벌였던 400여일 투쟁의 대가였다. 1999년 12월 28일. 천막농성 421일만에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특별법안’과 ‘의문사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유가족들이 그렇게 바라던 대통령 직속기구가 만들어졌건만, 의문사 진상규명의 길은 더욱 험난하기만 했다. 1년 후인 20001년 1월 19일. 유가족들은 ‘위원장 퇴진과 특별법 개정’을 요구하며 자신들의 힘으로 만들어낸 위원장실을 점거해야만 했다. “이러다 다 자살, 사고사로 결론날 것 같다”는 것이 당시 유가족들의 심정. 제정된 의문사 특별법은 실상 위원회에 아무런 ‘강제권한’을 주지 않았으므로, 관계기관들이 자료를 은폐해도, 참고인들이 허위진술을 해도 막을 방도가 없었던 것이다.

20일 기자회견에서 유가족과 사회단체들은 “자칫 위원회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과거 반민특위와 같이 실패한 위원회로서 남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많다. 게다가 이렇게 위원회의 활동이 진실을 밝히지 못한 채 오히려 과거 가해 세력들에게 면죄부만 주게되는 것은 아닌지 너무나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기한과 권한의 한계를 가졌던 위원회의 ‘결과’는 어느정도 예견된 바였다. 물론 최종길, 허원근, 김준배 사건 등 그간 위원회가 밝혀낸 진실은 폄하될 수 없다. 그러나 몇가지 사실에 진실에 다가섰다는 것을 빌미로 의문사 진상규명의 길이 영영 묻혀버린다면, 그것은 과거사청산에 오히려 더 큰 짐을 남기는 셈이다. 위원회의 활동은 한국사회 과거사 청산의 시작을 알렸다. 그러나 이 시작이 어느순간 끝이 될 수도 있음을 우리 모두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전현정/jhj@s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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