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수제·강제추방' 옐로카드 받다

3차 연수제도 철폐·강제추방저지 결의대회 열려


그럴 줄 알았어야 했을까? 지난 3월 정부의 대대적인 불법체류자 자진단속기간동안 밤새 줄을 서 자신이 '불법'체류자임을 '등록'했던 26만 명의 이주노동자들. 적어도 이들은 정부가 출국시한으로 정한 내년 3월31일까지 한시적이지만 그 기간만큼이라도 맘 편히 일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졌다.

하지만 7월15일 정부가 "26만명의 자진등록자 전원을 강제 출국시키고 산업연수제도를 확대한다"는 내용의 '외국인력제도개선방안'을 밝혔을 때부터 소박하게나마 갖고 있던 이들의 꿈은 산산조각 났고, '안산역 사건'은 예견됐는지도 모른다.

노예사냥 시작되다

외국인산업연수제도 철폐를 주장하며 외노협을 비롯한 투쟁본부의 명동성당 노숙투쟁이 40일째에 이르던 지난달 29일, 경기도 안산역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인천공항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은 산업재해로 치료 중인 이주노동자를 비롯해 내국인처럼 보이지 않는 '외국인'을 무작위로 "여권 보자"는 이유로 차량으로 끌고 들어가는 식의 강제체포·연행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이주노동자들에게 욕설과 폭력이 가해진 것은 물론 심지어 수갑까지 동원됐다.

이날 단속에서 총 14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연행됐다가 3명은 풀려났지만, 잡혀간 11명 가운데에는 단속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은 산업연수생 3명도 포함돼 있었다. 특히 잡혀간 중국인 최 모씨는 자진신고를 마치고 무직으로 출국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였다.

결국 안산외국인노동자센타 등 관련 단체의 노력으로 러시아인 니코레바씨, 중국인 최 모씨 등 3명은 추가 석방되었으나 8명은 '작업장 이탈'을 이유로 강제 출국될 예정이다.

'중기협 깡패' 좀 잡아가세요!

외국인노동자차별철폐와기본권보장을위한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산업연수제도철폐·강제추방반대투쟁본부는 1일 종묘공원에서 지난달 29일 안산역 일대에서 벌어진 외국인노동자 강제체포와 구속, 추방 방침에 항의하는 집회를 가졌다.

박천응 공대위 투쟁본부장은 "안산역 강제 체포는 정부를 믿고 자진신고를 한 외국인노동자들의 뒤통수를 치는, 야만국가의 횡포일 뿐"이라며 "이주노동자의 인권이 작업장과 거리에서 유린당할 권리를 누가 누구에게 준 것인가"라고 정부와 중소기업협동조합을 비난했다.

이어 공대위 홍근수 공동대표는 "정부의 외국인노동자정책은 한국사회가 인종차별국가라는 사실을 노골적으로 확인하게 해주는 거울 구실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 김철홍 조직본부장은 "국내노동자 보호도 제대로 못하고 있으면서 무슨 외국인노동자까지 챙기려고 하느냐고 비아냥거리는 부류도 있지만 노동자는 원래 하나다"라며 "외국인노동자의 노동조건 향상을 위해 한국노총도 적극 연대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비통함과 사죄의 마음으로 이주노동자들에게 큰절을 한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손호철 공동대표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시급히 개선해내지 못하고 그저 이 자리에 서 있어야 하는 우리의 현실이 부끄러울 뿐이다"며 참담한 심정을 밝혔다.

이날 집회에는 방글라데시, 베트남, 중국, 인도네시아, 미얀마, 네팔, 필리핀, 스리랑카, 태국 등지의 이주노동자 400여명이 참석, 단속추방 반대와 산업연수제 철폐, 노동권 확보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반영했다.

참가자들은 △강제추방정책 즉각 중단 △미등록노동자 전원사면 △'외국인산업연수제도' 폐지, △'노동허가제' 실시 등을 위해 계속 투쟁해 갈 것을 결의했다.

현재 노동, 시민, 종교 등 52개 단체로 구성된 공대위는 앞으로 더욱 많은 단체들이 공대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확대, 개편하는 한편 3일 안산역 강제 체포사건과 이달로 예정된 집중 단속에 관한 규탄성명을 내고 9일경 명동성당에서 다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한편 동대문운동장까지의 행진으로 정리된 이날 집회에 참가한 400여명의 이주노동자들은 태풍 루사에 의한 국내 수재민을 돕는 성금을 모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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