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잡급'영양사 노조에 교육청 말 문 열다

경기도교육청, 일용영양사노조에 고용안정, 부분적 정규직화 약속

경기도 교육청은 일선 학교의 정규직 영양사 채용 시 현재 일용 영양사를 채용인력의 40%선에서 우선 채용키로 하고, 일용 영양사들의 계약기간 동안 고용안정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전국여성노조 일용영양사지부와 합의했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 31일, 전국여성노조와 경기도교육청과의 면담 끝에 경기도 교육청이 밝힌 입장으로, 사실상 도교육청과 노조와의 합의안으로 보여진다.

교육청, 전교조 아닌 일용영양사와 교섭하다

태풍이 전국을 강타한 지난달 31일 일용영양사 200여 명은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쏟아지는 비바람을 견디며 '일용직 영양사 고용안정 요구집회'를 가졌다. 몇 차례 도교육청에 교섭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응해 주지 않았고, 지난달 13일에는 처음으로 노조와의 면담을 통해 "정규직 발령과 상관없이 일용직 영양사들의 근로계약기간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동안 정규직 교사의 발령과 동시에 계약해지를 당해왔던 일용영양사들에게는 이마저도 큰 성과였지만 이러한 약속 역시 구두로만 했을 뿐 아무 것도 명문화 된 것이 없었다.

이에 노조 일용영양사지부는 태풍 '루사'의 북상도 아랑곳 않고 그들의 '작업복'인 흰색 가운과 비옷을 겹쳐 입고 4시간이 넘도록 집회를 지속하면서 재면담을 요청했다.

결국 교육청은 노조 대표와의 면담을 수락했고 노조의 요구안에 대한 검토를 거쳐 △정규직 영양사 신규채용 인력의 40%를 일용직 영양사로 특별 채용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은 교육청의 재량이 아니기 때문에 기획예산처, 교육인적자원부에 개정을 건의하여 최선을 다하겠으며 △ 일용직 영양사의 계약기간 만료 시까지 정규직 영양사 발령을 유보하고 △근로기준법에 의한 수당은 모두 지급하되 실제 근로를 하지 않는 방학 기간 임금지급은 곤란하다는 내용을 문건으로 밝혔다.

이 같은 교육청 입장에 대해 전국여성노조 최순임 조직국장은 "40%의 정규직 채용 할당을 받았지만 정규직 모집을 할 것이라는 구체적이 약속이 없어 실효성이 있을 지는 의심스럽다"고 한계를 지적하면서도 "정규직 발령과 동시에 비정규직을 잘라내는 관행에는 쐐기를 박은 것은 것과, 일정부분 정규직화의 통로를 마련한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일용영양사 고용불안 =학교급식 질 저하


경기도에서 학교 급식을 담당하는 영양사는 900여명으로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00여명이 일용직 영양사다. 경기도는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공무원 수 동결령이 내려지면서 초·중등 급식소 영양사를 일용직으로만 채용했다.

그나마 올 들어 지난 5월 정규직 40명을 채용 했지만, 정규직 채용 대상에 기존에 일하고 있던 일용직 영양사는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아 여성노조에 일용영양사지부가 만들어진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들은 학교장 재량으로 채용되면서도 업무지침은 교육청으로부터 받는 등 기형적인 형태로 근무해 왔고, 월 80만원도 안 되는 월급을 받으면서도 그나마 방학 중에는 아예 급여를 지급 받지 못하는 극심한 저임금에 시달렸다.

무엇보다도 근무하던 학교의 학생수가 1,000명이 넘으면 교육청은 정규직 영양사를 발령하는데, 이 날이 기존에 일하던 일용직 영양사들에게는 '보따리 싸는 날'이 되곤 했다.

수원의 S초등학교에서 일하는 한 일용영양사는 신설 초등학교에서 8개월동안 일했다. 비록 초과근로수당을 인정 받지 못하는 '일용잡급직'이었지만 신설 학교의 급식이 체계적으로 자리 잡힐 때까지 거의 매일 초과근로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새 학기가 되면서 정규직 영양사가 발령 받으면서 그는 '당연하다는 듯'이 학교를 떠났다. 처음 있는 일도 아니었고 3년을 일용영양사로 일해왔지만 한 학교에 1년 이상을 일한 적은 거의 없는 그에게는 아주 자연스런 일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노조 일용직 영양사지부는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연월차를 적용 받지도 못하고, 방학 중에는 평소 80만원 정도 되던 임금조차 지급되지 않는 기막힌 차별을 철폐해서 일용영양사들의 노동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함윤정 부지부장은 "학교급식을 책임지고 있는 영양사들을 인건비 절감에만 눈이 어두워 일용직으로 대체하는 것은 학교급식의 질을 저하시키는 심각한 문제점을 유발한다"고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한다.

때문에 이들의 '고용안정'요구는 단순한 노동권 쟁취가 아니라 교육환경 정상화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실질적인 사용주인 도교육청에 교섭을 요청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노조는 주장한다.

이번 경기도 교육청이 내놓은 입장은 사실 교육청이 '일용직 영양사'노조의 요구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적인 견해를 밝혔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또한 일정부분 일용영양사들이 정규직 전환을 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 준 것이 가장 큰 성과로 보여진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정규직 영양사의 정원을 늘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단계적이더라도 구체화 된 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기획예산처나 교육부에 책임을 돌리며 '최선을 다하겠다'는 상투적 약속으로 한계를 보인 것은 유감스럽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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