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보화의 빛과 그늘 - 대책 없는 예산낭비와 개인정보 침해


[Copyleft by 교육희망] 전국적으로 1,400여억원을 들여 구축한 CS시스템은 무용지물이 됐다. 그럼에도 정부는 시스템 구축에 한창이다. 사진은 작업중인 교육행정정보화 추진팀. 안옥수 기자


개학과 함께 전국 초중등 학교가 벌집 쑤셔 놓은 듯 시끄럽다. 교육부가 '전국 단위 교육행정정보시스템'(교육정보시스템)이라는 막대기를 전국 1만여 개 학교로 향했기 때문이다.

교육정보시스템의 출발 시기는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CS)이 한창 진행되던 2000년 9월이었다. 올 9월 15일 시범 개통을 앞둔 이 시스템은 '교무/학사', '보건', '시설' 등 27개 영역으로 나뉘어 있다.

이 시스템은 16개 시도교육청과 교육부에 서버를 두고 초·중등학교를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체제다. 이에 따라 CS를 운용하기 위해 1200만원씩 주고 구입한 학교 서버는 전원을 켜보기도 전에 '애물단지'가 되어 버렸다.

교사들의 배신감도 날로 커지고 있다. 차정원 교사(충북 가평초)는 "그 동안 말썽투성이 CS로 바로 방학 전까지 들볶였는데 갑자기 새 시스템이 들어온다는 말을 듣고 기가 막혔다"면서 "이제 교사들이 아이들 앞에서 컴퓨터 앞으로 가버려야 하는 시대가 되었나 보다"고 한탄했다.

교육부 김익로 교육행정정보화추진팀 사무관은 "이 시스템이 구축되면 교육행정의 효율적 정보화로 교원 업무경감도 함께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말 그럴까. 개통도 되기 전에 온갖 문제들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예산낭비와 정보인권이란 부분만 떼어내 알아보도록 하자.


<예산낭비> 잘못된 외양간 짓기

외양간을 지울 것인가, 마구간을 지을 것인가. 시대 형편에 따른 선택이라면 무엇을 짓건 이해할 수 있다. 소를 기르려면 외양간을 짓고, 말을 기르려면 마구간을 지으면 된다.

그런데 외양간을 짓고 소를 기르지 않았다면 그건 낭비일뿐더러 잘못된 일이다. 더구나 소를 기르려는 일을 그만 두고 말을 기를 것을 계획했다면 외양간에 대한 추가 투자를 멈춰야 했다. 이건 삼천리에 퍼져 있는 농군을 비롯한 상식을 가진 이라면 누구나 아는 일이었다.

그런데 교육부만 몰랐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았을까.
이들은 곧 마구간으로 개조할 장소에 최근까지 외양간 짓는 일을 독려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질렀다. 외양간 공사비로 많이 잡아야 300만원 정도가 든다면 교육부가 저지른 공사는 300억이 넘는다.

교육부는 2000년 9월 교육행정정보시스템 계획을 잡아놓고도 2001년과 2002년 기존 CS(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를 만드는 일에 291억6900만원이나 퍼부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지역교육청은 학교 CS 감사를 여러 차례 벌여 정보담당 교사를 괴롭힌 것까지 떠올리면 기가 막힐 노릇이다.

교육부 쪽 주장대로만 해도 그 동안 SA와 CS체제를 만드는 데 든 돈이 1400억원이다. 지역교육청에서 쓴 돈과 교사 시간 투여비까지 계산하면 7000억이 넘는다고 한 중앙일간지는 주장했다.

뚝잘라 5000억원만 따져도 대한민국 5000년 역사동안 1년에 1억원씩 벌어야 모을 수 있는 돈이다. 5000억원이면 전국 학교 책걸상도 바꿀 수 있고, 정수기도 새로 설치할 수 있는 돈이다. 그런데 교육부는 이를 공중에 날리고 600억원을 들여 또 새 시스템을 들여왔다. 전임 대통령인 노태우씨가 떼어먹은 돈이 5000억이었는데, 교육부가 날린 돈도 같은 액수였다.
노태우씨는 구속된 바 있다. 교육부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정보인권> ‘빅브라더’의 하수인인가?

사람들은 개인정보를 편리함과 바꾸기도 한다. 조지 오웰은 '1984년'이란 소설에서 개인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빅 브라더'라는 국가권력의 탄생을 예언했다. 그런데 교육계에도 '빅브라더' 바람이 몰아치는 것은 아닐까. 교육정보시스템을 반대하는 교사들의 일부는 이 시스템이 '빅브라더'의 하수인 노릇을 할 지 모른다고 걱정한다.

교육정보시스템의 '교무/학사 영역'을 열어보자. 담임은 인터넷에 학생 개인의 인적사항으로 다음 내용을 적어야 한다.
'영문과 한자 성명, 주민번호, 성별, 주/야간, 생년월일, 전화/핸드폰 번호, 주소, 전자메일주소….'

가족사항 등록은 한술 더 뜬다. 부모의 성명, 주민번호, 전화/핸드폰, 직업, 학력 등 수많은 정보를 쳐 넣도록 되어 있다. 게다가 부모의 학력 정보는 30여 개 항목으로 나눠 있을 정도다.

이에 대해 전교조 박상준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대책팀장은 "지나치게 많은 양의 정보를 시스템이 보유하는 것은 개인 정보 인권과 사생활 침해로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자칫하면 해킹 문제 등 보안의 허술함으로 중요한 정보가 유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건강상태와 질병 치료 결과를 일일이 적어야 하는 교육정보시스템의 '보건' 영역도 문제가 심각하다.
전교조 서울지부 보건위원회 소속 교사들은 최근 발표한 의견서에서 "건강상태와 질병치료 결과가 웹을 통해 새 시스템에 쌓인다면 사생활과 인권침해가 분명하다"고 밝혔다.

정보는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찾아 쓸 수 있다. 학생과 부모의 정보가 교무수첩이나 학적부를 떠나 만인이 보는 인터넷에 뜨는 일이 온전한 발전일까. 인터넷에 저장한 이런 정보들을 인증 받은 다음 꺼내 볼 교사는 거의 없어 보인다.

물론 새 시스템의 데이터를 교사가 언제 입력했는지, 누가 수정했는지 '일거수 일투족'은 시도교육청과 교육부에 있는 서버에 기록된다. 교사의 행적 또한 서버 관리자가 뒤집어보려는 마음만 있으면 다 공개된다.

정보 공간에서 이를 견제할 세력은 별로 안 보인다. 오직 규칙이나 규범이 이런 일을 할 수 있지만 이를 만드는 이 또한 교육청과 교육부이기 때문이다.

윤근혁 기자

l 이 교사가 겪은 악몽, SA와 CS, 그리고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사람잡는 교육정보화

서울 ㅇ초등학교 정보부장인 이 선생(남·42)은 요즘 죽을 맛이다. ㅇ학교로 전근 오자마자 치른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Client Server, CS)과의 전쟁'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교육행정정보시스템이라는 복병을 만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교사의 악몽은 이미 1997년 종합생활기록부(Standard Admin, SA) 시스템 도입과 동시에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이 선생, 그럴 줄 알았어.”

SA가 도입되자 이 선생은 정신없이 시스템과 파일을 점검했다. 그 해에는 일요일도 반 이상을 학교에서 보냈다. 헌데 3년 뒤 교육부는 정보화 시스템을 CS로 바꾸겠다며 SA에 입력한 데이터를 CS로 옮기라고 지시했다.

이 교사는 어이가 없었지만 새로운 시스템에서는 전출작업도 가능하다는 점을 위안 삼아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서로 호환되지 않는 SA의 자료를 CS로 옮기는 일은 말 그대로 '노가다' 였다. 게다가 틀린 부분을 발견하면 바로 수정이 가능했던 SA와는 달리 CS는 부분삭제를 하려해도 1인당 10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상황은 쉽지 않았지만 이 교사는 부지런히 움직였다. 3월부터 동료 교사를 교육하고, 출석입력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시스템에서는 계속 오류가 발견되었고, 급기야 6월에는 관리자인 이 선생이 가진 전 데이터가 날아갔다.

교사들의 불만은 대단했다. 하지만 그때까지 차일피일 입력을 미루던 교사들은 기다렸다는 듯 한마디씩 던졌다. "이 선생, 그럴 줄 알았어. 딴 학교들도 다 망했다더라."
그도 그럴 것이 CS는 발표이래 수십 차례의 오류 수정 패치 파일을 거쳐 패치 번호 2.84라는 오명을 지닌 불량 시스템이었기 때문이다.


“컴퓨터 조금 안다는 것이 죄”

이 선생은 SA와 CS에 이어 7월 22일부터 24일까지 3일에 걸친 교육행정정보시스템 연수를 마친 뒤 씩씩대며 학교로 돌아왔다. 연수를 받는 전국 교사들이 동시다발로 서버에 접속하자 사이트가 다운되고 말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선생의 학교에는 이 시스템을 사용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이 선생이 '큰일났구나' 느낀 것은 8월 23일 학교 교사들을 상대로 전달 연수를 마친 다음이었다. 하루라는 짧은 연수 기간이 탓에 대부분의 교사들이 CS와 정보화시스템의 근본적 차이점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컴퓨터 관리하러 학교 온 게 아니라 애들을 가르치러 왔는데…"
수업시간, 시스템 불안정으로 학교 방화벽이 뚫렸다며 다급히 걸려온 전화에 아이들에게 자습을 시킨 뒤 교무실로 뛰어가던 이 선생은 문득 가슴이 답답해졌다.

강성란 기자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클리핑기사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