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후보로서 민주노총 부위원장 최다득표 당선 이향원



“노동운동을 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평등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가부장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가 분명 존재한다. 진정한 성 평등 문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번 민주노총 부위원장 보궐선거에서 최다 득표로 당선된 이향원 여성 후보를 만났다. 많은 부위원장들 중에 먼저 인터뷰를 하게 된 것은 ‘일상의 모든 것과 싸우는 투쟁’에서 여성의 문제를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노조의 위기와 혁신을 많이 얘기한다. 그런데 위기의 뿌리는 계속되는 노조의 투쟁이 임단투에만 매몰된 나머지 진정 노동자들의 세계관과 눈으로 세상과 현장을 보지 못했던 데 있다고 생각한다.
노동자로서 근로조건 개선과 임금 인상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이런 투쟁을 통해 노동자들이 자신의 세계관을 바로 세우지 못하다면 배부른 돼지가 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자본의 문화가 노조에 작업장에 일상에 치밀하게 침투하고 있다. 이런 것에 맞서 싸우지 않는다면 민주노조운동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이향원 부위원장은 선거 출마 당시 민주노총 6년 사상 여성사업 담당임원이 한명도 없었고, 민주노총 12만 여성 조합원을 대변할 여성위원장 한 명 제대로 세워내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다음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미조직·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조직화 △고용평등 실현을 위한 활동 △모성보호 강화, 여성 노동권 쟁취 투쟁 △여성 조합원 참여 확대 △여성의 정치세력화

□ 이번 선거에 여성 후보로 나서게 된 배경을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성희롱을 당해도 가해자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노조 내에서도 성차별 의식이 여전히 존재한다. 민주노총 여성 할당제는 형식만 인정되었을 뿐 지지부진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여성위원회의 추천을 받아들여 나오게 되었다.

□ 여성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경험하는 구체적인 문제들은 어떤 것들인가?

남성 노동자들의 생존전략에 밀려 여성 노동자들은 일상적으로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많다. 성희롱적 발언을 들어도 제대로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남성 조합원을 중심으로 구성된 많은 사업장에서는 그 강도가 더욱 심하다.
조금 높은 위치에 있는 남성들은 여성을 위아래로 보는 경우가 많고 차 대접은 당연히 여자가 해야 한다는 것이 사회든, 노조든 팽배한 것이 현실이다.

□ 여성 노동자들이 사회적으로, 제도적으로 어떤 것들에 고통당하고 있는가?

비정규직의 70%가 여성노동자이고, 명퇴를 할 때도 여성이 우선 순위다.
교사들의 경우 비정규직인 기간제 교사의 8~90%가 여성노동자다.
여성 노동자들은 IMF 이후 급격히 노동시장에서 퇴출되었지만, 지금은 보다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비정규직으로 비공식 부분에서 더 열악한 조건을 감내하며 일하고 있다. 여성만 계약직으로 전환하거나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경우도 많다. 정규직 여성노동자들에게도 승진·배치·정년에서의 성차별은 여전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성매매춘은 근절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성들이 사회에서 일할 수 있도록 노동조건이 완화되고 보장된다면 인신매매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매매춘에 종사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회 전체의 문제로 발생하는 여성인권 유린 등의 사례에 맞서서도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 노동운동 내에서도 성희롱 등 성차별 사건이 존재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노동운동 내의 가부장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게 존재한다.
노동운동을 한다면 진정한 의미의 평등을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가부장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경우가 분명 존재한다. 성희롱 등을 폭로하면 정치적 음모라고 치부해버리는 모습 등이 바로 그것이다.
진정한 성평등 문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 미조직·비정규 여성 노동자 조직화를 위해 어떤 사업을 진행할 계획인가?

전체 여성 노동자 중 5%만이 노동조합으로 조직되어 있다. 미조직 특위와의 연계망을 확립해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를 조직하기 위한 체계를 갖추고, 또한 이미 조직된 학습지 교사, 보험모집인 등 특수고용 여성 노동자의 조직화 사업을 지원할 것이다.

□ 모성 보호 강화, 여성 노동권 쟁취 투쟁은 어떻게 진행할 계획인가?

지난 2001년 모성 보호 조치가 조금 나아졌지만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여성 노동자는 극히 일부일 뿐이다.
6개월,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는 73%가 넘는 비정규 여성 노동자들이 어떻게 90일 출산 휴가, 1년 육아휴직을 쓸 수 있겠는가? 또한 임신한 여성을 야간·연장근로로부터 보호하는 실질적 조치(대체인력확보)가 없어 병원 등 교대사업장에서의 모성파괴는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전반적인 모성보호, 건강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쟁할 것이다.
또한 가장 시급한 것은 주5일 근무제 도입과 더불어 추진되고 있는 생리휴가 무급화를 저지하는 것이다.

□ 민주노총에 여성 조합원의 참여 확대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여성 조합원, 신입 조합원 교육이 필요하다. 그리고 간부 교실도 필요하다. 이번 선거에서 후보들이 여성 활동가 중심의 교육을 얘기했지만 활동가 중심 교육은 한계가 있다. 전체 여성 조합원들 상대로 교육이 필요하고 남성 중심의 사업장에서도 남성 조합원을 포함해 전체 조합원이 같이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
여성들은 가사 노동이 짐이 된다.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기 때문에 탁아방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이런 제반 조건을 마련하지 않고 참여를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다.
조합 내 활동 역시 여성들이 가지는 제반 조건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활동은 보장되지 못하는 것이고 활동의 수준을 높일 수도 없다.

□ 선거 과정을 평가한다면

선거 기간 동안 현장을 돌아다니는데 체력이 달렸다. 개인적으로 기혼 여성이 6~7일 선거 운동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남성 후보들처럼 큰 소리로 유세했는데 너무 힘이 들었다. 남성들과는 다른 선거 방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할당제로 여성부위원장을 둘 필요가 있다. 기회의 균등은 남녀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차이점을 인정하고 그것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주장에 대해 공감대를 가지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능력 검증의 기회가 없다는 점에서 반대의견도 존재했다.

□ 당선의 배경과 이후 실천 활동에 대해서 말한다면?

30% 할당제가 통과된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정치권 등에서 할당제를 두어 여성들을 끌어들이려는 흐름이 있기 때문에 민주노총에서도 여성 후보를 거부할 수 없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최다 득표나 지지가 여성 노동자 사업이나 활동에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그리고 이런 조건이 우리의 노력을 더욱 중요하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제도적 장치가 없다면 우리들의 노력의 성과는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대구 유세 때, 아직도 전반적으로 남아 있는 생각은 남성들의 우국지사적 투쟁에 여성을 참여시키는 것, 최고 집행에 참여시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여성에게 기득권을 빼앗기는 것으로 사고하는 남성들이 있었다. 그리고 여성 임원을 모시는 것을 껄끄러워 한다는 것. 이런 현실을 보면서 간부들 역시 교육받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00년 3월 기준으로 여성 조합원이 23%인 13만여 명이지만, 같은 해 민조노총 대의원· 중앙위원 중 여성비율은 7%, 중앙집행위원은 5%를 넘지 못해 여성조합원의 요구와 이해를 제대로 대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8월 여성할당제 규약을 제정하였지만 아직까지 시행규정이 통과되지 않았고 각 연맹과 지역본부, 단위노조까지 파급효과가 크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국노총의 경우 고용평등 상담소에 3~4명의 전임자가 있다. 민주노총의 경우 여성위원장만 있을 뿐 상근자가 없는 상태에서 활동이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각 지역·연맹의 여성위원장들의 경우 상근자가 아닌 경우가 많다. 그리고 겸직을 하거나 겸직마저도 없애는 경우가 있다는 것은 여전히 여성의 문제를 중요한 문제로 사고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반영한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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