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10억원 보유자 2~5만명 대상

부유세 도입 왜 해야 하나 세수 11조원 추정... 결식아동 46만명 10년 동안 세끼 먹일 돈

김정진/민주노동당 정책부장ㆍ변호사
얼마 전 의사, 변호사 부부가 집을 전국에 16채 소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년 소득을 8백만원만 신고하여 여론이 광범위하게 들끓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고소득자나 자산가에 대한 불만은 술자리에서 분통을 터뜨리는 것으로 끝나고 만다. 그 분통에는 어찌 보면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데에 대한 불만과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는 선망이 섞여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아무 것도 바뀌는 것이 없다.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사태 이후 빈부격차는 계속 확대되어 왔는데, 특히 자산소유의 불평등이 그 주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다. LG경제연구소에 의하면, 토지소유에 대한 지니계수는 무려 0.9이고, 자산소유 지니계수는 0.76이라고 한다(0이면 완전평등이고 1이면 완전불평등임.) 한마디로 일반 국민들의 자산 보유 구조는 완전히 불평등하다는 의미이다.

물론 고소득자와 자영업자에 대해서 소득을 전부 파악하여 누진과세를 하면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모든 사람의 모든 소득을 ‘완전히’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반면에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주요한 자산을 파악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결국 자산이 소득을 낳는 것이므로, 자산의 보유에 과세하는 것이 부유세다.

부유세는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연합 8개국에서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한 개인 혹은 가정이 소유하고 있는 모든 자산을 과세표준으로 하여 여기에 일정 비율의 세율을 누진적으로 과세하는 세금으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종합토지세를 일반 자산까지 확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부유세 과세대상 재산에는 부동산, 예금, 주식 등의 금융자산, 자동차, 선박 등이 포함되고, 10억원 이상 자산소유자에게 부과된다. 이 정도 자산 소유자라면 전국적으로 약 2~5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세율은 현행 종합토지세 세율에 의할 수 있을 것이다.

잠정적으로 추산해 본다면 약 11조원의 추가세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1조원이면 결식아동 46만명에 대하여 하루 세 끼를 1년 동안 공급할 수 있으며 10조원이면 대학생 1백70만명의 등록금을 무상으로 실시할 수 있다.

부자들의 소비 행태나 탈세에 대해서 더 이상 감성적인 분노는 치워버리자. 부르르 떨어보았자 정신건강에만 안 좋을 뿐이다. 불필요한 감정을 털어버리고 냉정하게 부유세 신설을 사회적 의제로 만들어야 하고, 임대소득 같은 불로소득에 대해서 중과세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마련한 재원으로 무상의료, 무상교육, 주거안정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

부자들을 보고 화만 내고 있는 주변 사람들이 있다면 부유세를 선전하고, 이를 통하여 우리의 주장이 결코 공상적인 것이 아님을 알리자. 영국 최초의 노동자·사회주의자 하원의원인 케어 하디는 지금은 일반적이지만 당시에는 혁명적인 누진적 소득세 도입을 주창했다. 민주노동당의 첫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부유세를 선전하는 모습을 기대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 102호] 9.2 ~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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