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양재동의 한 영어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유모(5․서울 서초구 양재동)군의 어머니 임모(35)씨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다 깜짝 놀랬다. 아들의 머리 한가운데 머리숱이 듬성듬성해진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인근의 다른 영어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박모(6․경기도 분당시 구미동)군은 누군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 벽으로 몸을 붙인채 꼼짝도 하지 않는다.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는 탓에 뜻을 알아들을 수 없어 주눅드는 일이 반복되면서 한국어로 말할 때마저 대인기피증이 생긴 것이다.
‘조기교육 열풍’을 타고 지난해부터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영어 유치원생들중 일부가 ‘영어 스트레스’로 인한 자폐증, 원형 탈모증, 불면증, 부모에 대한 폭력 등 이상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아직 인성과 사회성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과잉 조기영어교육’을 시키는 풍토가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의 주원인은 영어교육에는 뛰어나지만 교육적 자질이나 정서적 교감능력이 떨어지는 원어민 교사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어린 아이들이 아프거나 화가나도 자신의 감정을 원어민 교사에게 영어로 제대로 표현할 수 없자 스트레스가 쌓여 정신적․심리적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
연세대 의대 신의진(소아정신과) 교수는 “원어민 교사가 교육적 지식부족과 언어적 장벽때문에 영어보다 훨씬 중요한 정서적이고 따뜻한 교감, 도덕적 가치를 아이들와 나눌 수 없는 것이 문제”라며 “치료를 받아야할 사람은 아이들보다 ‘좋은 엄마 콤플렉스’에 빠져 아이들을 영어학원으로 내몬 어머니들”이라고 지적했다.
영어 유치원이 마음껏 뛰어 놀아야 할 유아들을 가둬놓고 있는 것도 문제다. 원광아동심리상담소 신철희 부소장은 “일반 유치원과 달리 비좁고, 놀이시설도 없는 비교육적인 환경의 영어학원에서 하루 6~7시간동안 수업한다는 것 자체가 정서불안을 유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이 조기 영어교육의 역효과가 발생하자 다시 종합 유치원이 붐비고 있다. 양재동 C유치원 관계자는 “지난해 영어유치원으로 전학갔던 아이들 80여명 중 절반가량인 40여명이 ‘영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다시 학원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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