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철/객원기자 ordermaker@hotmail.com
장상 총리서리에 이어 장대환 총리 서리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마저 부결됐다. 총리 임명동의안이 이번 경우처럼 연이어서 부결된 것은 한국전쟁 중이던 지난 1952년도 이후 처음으로 딱 반세기만의 일이다.
이러한 ‘희귀한’ 사태에 직면하여 민주당은 국무총리 부재에 따른 국정운영 공백의 책임을 한나라당에 돌리면서, 한나라당이 ‘다수당의 횡포’를 저지른 것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부결사태 직후 박지원 비서실장 주재 하에 열린 긴급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한나라당에 대한 강한 성토가 주를 이루었다고 한다.
민주당의 비난에 대해 한나라당은 도덕성이 결여된 인사를 연이어서 국무총리 서리로 임명한 것은 ‘정실과 오기에 따른 DJ식 파행인사’라고 맞받아치면서, 박지원 비서실장과 신건 국정원장, 이재신 민정수석 등에 대한 문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편 장대환씨에게 국무총리 서리직을 사퇴하라고 요구하던 시민단체를 비롯, 일반국민들은 민주당의 ‘다수당 횡포’ 운운에도 불구하고, 또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여부를 떠나 이번 부결사태가 민심을 반영한 ‘당연한 것’이라고 입을 모으면서, 도대체 왜 그런 부도덕한 인사를 연이어 총리서리로 지명했는지에 대해 의아해하고 있다.
혹시 대선을 앞둔 여야간의 치열한 전략적 갈등국면이 아니라면, 또 민주화 운동의 성과인 인사청문회가 없었더라면 장대환씨는 물론 장상씨도 ‘무난하게’ 국무총리 자리에 앉게 되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오히려 여기서 의문은 더욱더 증폭된다. 여야는 ‘병풍’을 둘러싸고 격렬한 대치국면에 처해있다.
또 정당정치세력들 간의 담합으로 그 기능을 상실할 수 있는 인사청문회이긴 하지만, 민주노동당과 같은 진보적 대안정치세력과 시민사회의 권력감시운동이 활성화되어있는 상황에서 장대환씨와 장상씨 같은 부도덕한 인사를 총리서리로 지명했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치는 상식의 안과 밖을 넘나들며 때로는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한 것’으로, 때로는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 목적의식적 실천행위이긴 하다.
그러나 이회창 후보가 얼마전에 빌라게이트, 원정출산 등으로 곤욕을 치른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민심은 정치사회적 지도자들의 도덕성에 민감해있는 상황이 아닌가. 심지어 그 도덕성을 무기로 삼아 ‘병풍’문제를 이슈화해 이회창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바로 민주당 아닌가.
이런 사정들을 고려할 때, 장상씨와 장대환씨를 총리 서리로 지명한 것은 DJ와 청와대가 다음과 같은 상황들 중 그 어딘가에 처해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첫째, 민심에 대해 ‘이유없는 반항’을 서슴치 않고 감행할 정도로 상황판단 능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둘째, 장상씨와 장대환씨의 결격사유가 결격사유로 보이지 않는 ‘그들만의 도덕관’을 공유하고 있다. 셋째, 인물들에 대한 사전검증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거나 그것을 제대로 작동시킬 역량이 부재하다. 넷째, 이제 더이상 도덕성과 역량을 겸비한 인물 중에서 DJ정권과 함께 할 사람이 없다. 다섯째, DJ가 ‘민주주의에 대한 마지막 신심’으로 한국 사회 주류세력들의 실상을 낱낱이 폭로하고자 한다.
아마도 이것들 중 무엇이 정답인가에 대해서는 DJ의 퇴임 후 혹시 출판될지도 모를 그의 ‘회고록’에서나 들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말로 이번에 DJ는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일을 해버렸다.
[ 102호] 9.2 ~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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