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아 정용상 한박정미
“지난 몇년간 매년 총파업이 반복되었다. 그러나 결과는 어땠나. 구속수배자만 늘었고 조직피로도만 높아졌다. 조합원들에게서 ‘성과없는 투쟁’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다.”
김호규 금속산업연맹 사무처장의 말이다. 김대중 정권 출범 이후 “신자유주의 분쇄”를 외치며 매년 수많은 투쟁이 벌어졌지만 그 결과는 참담할 뿐이었다. 그런가하면 투쟁을 이끌어온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남발한다”와 “지도부가 투쟁을 기피한다”는 상반된 비판을 한꺼번에 받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무엇이 문제인가. 정권과 자본의 공세 속에서 노동운동진영의 대응은 적절했는가.
“2000년 롯데호텔 파업 당시 비정규직 문제가 제기되었지만 지금처럼 비정규직 문제가 전면화될 줄은 솔직히 상상하지 못했다”는 이근원 공공연맹 교육선전실장은 “노동시장은 급속도로 재편되고 있는데 노동운동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전체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으로 전락하고 있음에도 노동운동진영은 여전히 정규직, 대기업 중심의 사업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각 연맹이 처한 현실은 정규직, 대기업 중심의 사업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낳고 있다. 조합원 10만명을 거느리고 있는 공공연맹만 보더라도 1백50여개 노조 중에서 26개 주요노조만 합쳐도 8만명이 넘는 상황이라 사업집행에 있어서 이들 주요노조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연맹 사업이 좌지우지되는 형국이다. 현재 기업별노조의 폐해가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자본의 세계화, 신자유주의 등 노동운동을 둘러싼 외부환경은 달라졌으나 이에 대한 노동운동의 대응은 구태의연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금수 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투쟁과제는 제도나 정책의 변경을 요구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지만 투쟁의 실질적 무기는 임단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운동의 장기적인 전략의 부재’ 또한 날로 다양해지고 광범위해지는 정권과 자본의 탄압에 노동운동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도부가 ‘동네축구’하듯 방향도 없이 당면투쟁에만 급급했다”(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는 것이다.
심상정 금속노조 사무처장은 “IMF이후 노동운동이 수세기에 어떠한 전략과 전술을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없었다”며 “이 결과 ‘투쟁주의’와 ‘교섭주의’라는 양편향을 낳았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목표와 비전이 제시되지 않은 속에서 투쟁만을 중시하는 편향은 조직력의 소진을 가져왔으며 투쟁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교섭은 양보교섭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어떤 사업이나 투쟁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말만 있지 실천은 없다”(구수영 민주택시연맹 수석부위원장)는 비판에서부터 “일선 노조간부들이 관성화되고 매너리즘에 빠져있다”(정종승 사무금융연맹 정책국장)는 등의 지적은 노동운동 주체들의 변화와 혁신 없이는 현재 노동운동이 처한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자기 진단에 다름 아니다.
또한 조직내 각 ‘정파’간 갈등과 대립은 “조직 내부의 의사소통을 어렵게 만들고”(정용건 사무금융연맹 부위원장) 외부의 ‘적’과 싸우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 서로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낳았다.
“양대 노총이 실천력 있는 연대투쟁을 벌이지 못해 정권의 양대 노총에 대한 이원화 전략을 가능하게 했다”(정문주 한국노총 금속노련 교육국장)는 지적은 올초 양노총 공공부문 노조들의 총파업과 최근 주5일근무제 도입을 둘러싼 논의에 이르기까지 양 조직간에 크고 작은 갈등을 낳았다는 점에서 반성을 필요로 하는 대목으로 보인다.
[ 102호] 9.2 ~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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