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이제 주5일근무를 실시하지 않는 나라 한국, 우리는 과연 주5일근무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인가. 또 그 주5일근무는 어떠한 형태일 것인가. 정부는 5일,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확정하여 발표하고 오는 9일 입법예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법안은 ①법정근로시간 40시간으로 단축 ②월·연차휴가 통합, 연 15일 휴가 부여, 근속년수 2년당 1일 가산, 25일까지 연차휴가 부여 ③휴가사용 촉진방안 신설 ④유급생리휴가 무급화 ⑤탄력적 근로시간제도 1개월에서 3개월로 확대 ⑥3년간 초과근로 한도 12시간에서 16시간으로 확대, 최초 4시간 분에 대한 할증률 25%로 조정 ⑦임금수준 저하 방지위한 법 부칙에 임금보전 원칙을 규정 ⑧시행시기 △공공, 금융·보험 및 1,000인이상 사업장 : '03.7월 △300인이상 사업장 : '04.7월 △50인이상 사업장 : '05.7월 △30인 이상 : '06.7월 △ 30인 미만 사업장은 대통령령을 통해 시기조정 등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다.
이번 법안에 대해 재계와 노동계가 모두 불만스런 모습을 보이고 있어 차후 입법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그러나 언론의 양비론에 가까운 거리두기나 재계의 볼멘소리와는 달리 정부의 입법안은 여러모로 시행시기를 앞당기려 무리하게 추진하는 동시에 재계의 요구사항이 상당부분 관철되었다는 비판을 면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우선 그 시행시기만을 두고 볼 때, 대형사업장 위주로 시기를 맞추어 놓은 것은 편법적일뿐만 아니라 제도의 본질을 치명적으로 훼손하는 처사라 할 수 있다. 1,000명 이상 대형 사업장의 경우에는 법안의 통과가 없이도 주5일근무의 도입이 가능하고 또 실제로 시행하고 있는 곳도 있다지만, 영세사업장의 경우에는 법안의 도입이 없이는 주5일근무의 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30인 이하 사업장에 종사하는 노동자수는 현재 약 800여만명, 전체 노동인구의 60%에 가까운 숫자다. 이들에 대해서는 시행시기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정부안을 과연 당사자인 노동자들이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과반수에 이르는 노동자들이 주5일근무에서 소외되는 것은 노동계 내부에 주5일근무에 대한 사회적 위화감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지적마저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탄력근로제를 3개월 단위로 확대하여 노동유연성을 높였으며, 제한 노동시간을 하루 12시간 주 52시간으로 유지해 주5일근무제의 기본취지를 무색케 했다. 이 제도들이 그대로 적용된다면 실질적인 노동시간의 단축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초과근로시간 상한 16시간에, 임금할증률을 25%로 조정한 점, 생리휴가의 무급화, 15∼25일로 축소되어 버린 연월차 휴가 등 대부분의 법안에 재계의 요구가 반영된 상황이다.
정부의 입법안이 발표된 이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정부의 근로기준법 개악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하기로 합의하고 '입법예고안은 결코 수용할수 없다', '임금 노동조건 개악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향후 공동투쟁 조직' 등에 대해 합의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노동조건을 빼앗는 공격'이라 정의하고 '주5일 정부안이 노동법 개악 음모로 변질'되었다며 정부안의 철회를 촉구했다. 민주노동당과 사회당 등 진보정당도 일제히 성명을 통해 '노동조건 후퇴없는 5일 근무제의 조속한 시행'을 요구했다.
주5일근무제의 시행은 인간의 기본적인 삶과 존재에 관한 것이다. 자본주의의 속도전 아래에서 자신의 몸과 정신을 쏙 빼어놓는 노동중독의 문화에 우리는 너무 긴 시간동안을 혹사당해 왔다. 일찌기 버트란트 러셀은 '게으름에 대한 찬양'에서 '하루에 네시간만 일하고 남는 시간은 스스로 알아서 쓸 때 문명이 발전한다.… 게으름에 대해 느끼는 죄책감은 용감히 버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이것은 우리 시대에 더할나위 없이 적절한 말이다. 이미 주5일근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시대의 대세가 되었다. 이제 주5일근무제시대를 눈앞에 두고 그것이 노동조건의 개악 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실질적으로 우리의 삶의 질을 윤택하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할 때다. 정부는 개정법안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5일근무제의 취지를 살리는 법안을 새롭게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일일문화정책동향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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