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편지]대우조선 오세욱 부위원장

박동지께

여름 휴가는 잘 보냈소?
대우조선 노조 때문에 휴가를 망치지는 않았는지 모르겠소. 나는 8월2일 통영에서 부산으로 이감을 왔소. 통영에 있을 때 감옥이 아니라 천국이라 생각을 했는데, 여기는 통영보다 더 편하고 좋소.
통영은 햇빛을 구경할 수 없지만 여기는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오고, 아침이면 까치가 울고 온 종일 매미소리가 그치질 않는구려.
40년을 넘게 살아왔지만 감옥에서 만큼 편하게 살아본 적이 없소. 밖에서 술을 많이 먹어 속을 많이 버렸는데, 규칙적으로 식사를 해서 속병을 모두 고쳤고, 음주와 흡연의 자유를 뺏긴 대신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할 수 있고, 많은 시간을 줌으로써 독서와 운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구려.
처음엔 감옥은 죄짓고 들어오는 사람들이라 무서운 사람들만 있는 줄 알았소. 감옥에 와 보니 불쌍한 사람들만 있어요. 그 중에 양아치들도 있고. 양아치들이 시비를 자꾸 걸어서 참을려고 하다가 참으면 계속해서 괴롭힐 것 같아서 주먹으로 한방 먹였지요. 방안에서 난리가 나고 추가 뜰 것 같더니 진술서 한장 쓰고 대충 넘어 갔어요.
그리고 며칠 있다가 제일 등치 크고 힘 센 놈하고 씨름해서 창살에다 몇 번 쳐 박았더니 힘으로는 도저히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던지 두 번 다시는 시비를 안 걸어서 아주 편하게 지내다 왔소.
그리고 내가 고참이 되면서 감옥에 민주화를 만들었소.
경찰들이 일어나 앉아 있으라 하면 거의 다 누워서 자고, 장기두고, 바둑두고, 방장의 권위를 허물어 버리고 모든 행동을 자율에 맡겨 버렸오.
경찰들이 통제가 안되니까 방 사람들을 뿔뿔이 흩어 버린다고 했는데, 그 때 통영시장이 우리 방에 오는 바람에 방은 안 깨졌는데, 그 자식 오는 바람에 방 분위기가 이상해졌소. 시장이라고 받들어 모시고 잘 대해 주었는데, 나갈 땐 사식 미리 넣어 놓았던 것 다 찾아 가지고 가고, 나중엔 전표 달라고 와서 방 사람들이 욕을 마구 했소.
그 사람은 시민들을 위해 일하기 보다는 돈 벌 궁리나 하는 사람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소. 그때 거제시장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는데, 뇌물을 받지 말아야 되는 곳 강의를 합디다.
경쟁업체가 있는 곳, 건설업체, 장부에 기록하는 단체, 돈을 어디 썼다고 보고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 운전수, 비서가 알면 언젠가는 들통이 난다는 둥 뇌물수수에도 원칙과 3불이 있었어요.
이 정도면 사회 전반적으로 썩어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사회가 부패하면 가장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대우조선 노조에서 이번주 7일부터 14일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 총회를 속개한다고 합니다. 명분과 논리를 못 만들어 투표율이 저조하여 투표를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져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명분과 논리 개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의욕이 없는 것이 문제입니다.
선관위에서 집행부 사람들 투표인원 체크 못하게 한다고 그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되거든요.
선관위가 메가리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데, 메가리 말을 들으면 도대체 뭐란 말입니까?
박동지 미안하오.
3대 과제 실현 기회가 02년 임단협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때 분위기가 갑자기 과열되는 바람에 어쩔 수가 없었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감옥 생활 하면서 기가 꺾이지 않는 것이고, 밖에서 활동하는 동지들에게 당당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밖에 할 일이 없소. 사실 감옥 생활을 안방보다 편하게 하고 있고...
박동지.
염치가 없지만 좀 도와주소.
동생들이 생각 없이 활동을 하는데, 조금 경험을 쌓으면 사측과 잘 싸울 것이오. 나도 박동지하고 책 몇장 보다가 부위원장 됐는데, 활동이 뭔지 잘 모르고 시작했는데 그때 소신이라는게 있었겠소.
지금 세월이 지나고 나니까 그 순간이 재미 있었고 다시 집행부 일을 하게 된다면 진짜 잘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오.
박동지. 두서 없이 쓸 데 없는 말을 너무 많이 한 것 같소. 몸 건강히 잘 있으로.

02년 8월6일 오세욱

(추신) 1. 진작 편지를 쓸려고 했는데 편지 보낼 곳을 몰라서 늦었소. 이해하시요.
2. 이곳은 통영경찰서와는 전혀 다릅니다. 셋이서 공범이라는 이유 때문에 셋이서는 절대로 만날 수 없습니다. 변호사 접견도 따로따로 하고 면회 때도 만날 수 없습니다. 만날 수 있는 것은 재판 때, 법정에서밖에 만날 수 없습니다.

* 오세욱 동지는 대우조선 노동조합 부위원장이다. 지난 4월4일 대우조선 인력부 점거농성투쟁으로 김정곤 위원장, 강봉우 사무처장과 함께 실형을 선고받고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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