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조직은 노동조합과 다른 질의 조직인가?

박정호(노동자의 힘 회원)

현장조직과 정치조직에서 활동하는 많은 동지들이 현장조직과 노동조합은 다른 질의 조직이라고 한다. 노동자의 힘 기관지에도 비슷한 표현이 있었다.

'…이러한 운동내용의 철저한 독자성은 현장조직이 노동조합운동과 철저히 독립된 조직으로 운영되어야할 근거를 제시한다…'(노동자의 힘 11호, 2002. 7. 20. 44면)

'…둘째, 계급운동, 변혁운동에 복무하는 활동가들의 모임은 끊임없이 재생산되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현장조직을 노동조합과 질적으로 다른 것으로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노동자의 힘 12호, 2002. 8. 5. 22면)

'…노동조합과는 다른 질의 조직운동을 통해 현장활동가들을 훈련시켜왔으며 그 힘으로 노동조합운동을 견인하고 비판해왔다…'(노동자의 힘 10호, 2002. 7. 5. 17면)

그럼 도대체 현장조직과 노동조합은 질적으로 다른가. 그 질이란 무엇인가?

많은 동지들이 현장조직은 노민추나 노조 건설추진위원회에서 출발하였고 현장에서의 신자유주의 공격이 본격화 되면서 새롭게 활성화되어 전국적 질서로까지 형성되었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이말은 현재 존재하는 현장조직 중 '현장파', 'oo파', '**파' 현장조직에 국한된 것일 수 있다. 노동조합 안에 노민추를 만든 세력이 있었으면 그 노조를 지킬려는 세력도 있었다. 소위 민주와 어용이다. 어용도 같은 노동조합원이며 이들이 집행부를 잡지 못하면 조직을 만들어 민주 집행부를 공격하였다.
현재도 몇몇 대공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노조의 내부는 경향에 따른 분화가 불충분한 상태이다. 그것은 최소한 단위사업장의 현장조직은 해당 노조의 투쟁의 역사에 긴박되어 있기 때문이다. 투쟁의 역사가 분화의 근거를 제공하지 않으면 현장조직은 오래 갈 수 없다. 이제 이러한 경향까지를 포함한 '현장조직 일반'의 성격규정에서 출발해야 한다. 경향과 노선은 그 다음의 일이다.

첫째, '현장조직 일반'의 성격은 실제의 목표, 역할, 사업을 중심으로 살펴야 한다. 왜냐하면 구성원, 의사결정구조, 사업집행과 같은 요소는 목표, 역할, 사업을 달리하여도 같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조합과 현장조직은 구성원의 모집방식, 자격, 기준이 다르지만 노동조합 및 현장통제력의 강화를 목표로 한다. 역할과 사업 또한 자본의 공세에 대해 노동자의 권리를 확장하는 것을 추진한다. 현장조직의 회의 내용과 실천을 보면 모든 것이 노동조합운동에 포괄되고 있다. 노조(현장)의 사안과 쟁점에 대해 각 현장조직이 자기 색깔로 대응하는 것이 전부이다. 그 활동의 전국적 총화는 민주노총(연맹)의 선거나 전국적 투쟁에 대한 자기입장으로 시기별로 이루어져 온 것이 사실이다.
현장조직은 그 뿌리가 노동조합운동에 있듯이 쟁점, 현안의 성격과 대응 또한 노동조합운동의 울타리를 넘어서지 않는다. 이러하기에 노동조합 집행부를 장악한 현장조직은 자유로울수 없다. 둘간의 관계를 당정관계든, 파견이든, 독자적 정립으로 하든 본질적으로 한몸일 수밖에 없다. 집행부를 배출한 현장조직은 집행부의 과오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최소한 현장조직과 노조집행부는 해당 사업장의 역사로부터 탄생한 것으로 뿌리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자적일 수 있는 부분은 구성원, 의사결정구조, 사업집행 등과 같은 비본질적 부분이며 본질(조합이라는 대중조직)을 달리하는 조직이 될 수 없다.

둘째, 현장에서의 투쟁을 들어 현장조직의 질적 차이를 설명하지만 현장문제에 대한 대응은 경향이 다른 모든 현장조직이 자기나름의 실천을 하고 있으며 이 또한 노동조합의 역할을 분담하거나 촉구하는 것이고 노동조합의 영역을 벗어나지 않는다.

셋째, 일부 현장조직의 강령에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있지만 그 실천은 노동조합운동안에 제한되어 민주노총 정치방침에 대한 찬성과 반대정도의 수준이며 현존하는 정치조직의 차이에 따른 당파적 실천은 현재의 현장조직속에서 실천될 수 없다. 만약 이것이 가능하다면 현장조직이 아니라 정치조직의 현장분회라 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현장조직에서는 구성원이 대체로 합의하는 수준에서의 조합주의적 정치실천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위의 이유로 '현장조직 일반'은 본질상 노동조합과 같은 조직이다.

위의 관점에서는 정치조직이 노동조합과 마찬가지로 현장조직에 대해(대중조직이라는) 좀더 거시적이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노동조합의 투쟁과 내용과 역사에 따른 현장조직의 분화(통합)와 발전이라는 자연스러운 관점이 아니라 내가(정치조직) 지도(장악)하는 특정 현장조직, 내가(정치조직) 지도(장악)하지 않는 현장조직은 분열주의 세력이야 라는 관점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정치조직 또한 자신의 조직으로서 노동조합 및 현장조직을 조직하고 나아가 지도할려는 지향을 분명히 해야 하고 이럴 때만이 노동조합 및 현장조직이 보다 대중적일 수 있다.

현장조직에게 사상적 강화, 정치적 강화 또는 통일성 확보의 전망을 제시할 것이 아니라 민주노총, 연맹, 지역, 사업장 등 해당 영역의 사안과 쟁점에 직간접적으로 관련있는 현장활동가 누구라도 경향에 따른 공동실천과 평가를 주요근거로 하는 (전국적)현장조직을 전망으로 제시해야 한다. 이 활동에 정치조직원인 현장활동가들은 자신의 활동이 정치조직의 활동이 되게끔 하고 정치조직 또한 현장조직만이 아니라 자기 조직원을 통한 직접적 개입을 지향해야 한다. 이럴 때 만이 노동조합-현장조직-정치조직이 제자리를 잡아갈 수 있다.

사상적, 정치적 강화는 노동조합과 질을 달리하는 정치조직일 경우에 온전하게 가능하며 현장을 포함한 모든 영역에서의 전국적, 전계급적 정치활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 현재 현장활동가 동지들(현장조직이 아니라)은 자신의 노동조합, 현장조직, 투쟁경험을 정치적으로 재해석하여 그 근저를 이루는 자본주의에 대한 태도와 노동자계급의 궁극적 지향에 따라 정치조직을 선택하고 개척해야 하는 시기를 맞고 있다. 특히 이번 대선은 이 선택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위와 같은 주장에 대해 '현장조직의 투쟁과 성과를 평가절하 할려는 의도가 아니냐'라는 오해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조직의 위상은 투쟁의 치열성, 규모와는 무관한 것이며 있는 그 자리를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항상 올바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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