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형창(전국건설운송노동조합 조직부장)
여수지역건설노동조합
사람이 살고 있고 상품이 생산되는 곳 어디에나 건설노동자가 있다. 여수국가산업단지는 국내최대의 종합 석유화학산업단지이다. 이런 산업단지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목수, 미장, 철근 등의 건축분야 외에 플랜트 관련 건설노동자들이 많이 있다. 이들은 공장 신설 때 뿐만이 아니라 정기적인 개보수 작업시에 용접, 비계, 기계, 배관, 전기, 계전, 탱크제작 등의 일을 하는데 여수산업단지 내에만 약 3천5백 여명이 투입되어 있다. 여수산단에서 일하는 건설노동자들은 수 십 개의 단종에 각각 소속되어 있으면서 공사 상황에 따라 여수뿐만이 아니라 포항, 울산, 마창, 광양, 서산 등지의 공단을 이동하며 일을 한다.
여수산업단지에서 일하는 플랜트 분야 건설노동자로 구성된 여수건설노동조합은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88년 6월에 1천명 이상이 참여하여 처음 설립되었다. 설립 6개월 만인 89년 1월에는 조합원들이 여수지방노동사무소 점거농성을 펼쳐 20여명이 연행되고 10명이 구속·수배되는 등 치열한 활동을 펼쳤지만 이후 노태우 정권 말기 공안정국으로 인해 노동조합 활동이 위축되고 결국 93년에는 활동을 중단하였다가 5년만인 98년에 다시 재건하였다. 2002년 7월17일 파업시작 당시 조합원이 900명이던 것이 파업투쟁 과정에서 하루 100여명이 가입하는 기록적인 조합원 증가로 현재 2600여명에 이르고 있다.
근로기준법 준수하라!
파업투쟁의 주요 요구 중에 '임금 몇%인상하라'는 것은 없다. 건설노동자들은 그 동안 사회권과 노동권으로부터 철저히 소외되어 있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이 준수만 되어도 실직임금이 충분히 상승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전7시부터 저녁6시까지 하루 10시간을 일하는 건설현장에 8시간 노동이 적용된다던가, 주·월차 수당이 지급되기만 해도 증가하는 금액은 상당할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흔히 건설노동자는 아무 때나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쉬고 싶을 때 쉰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철저한 팀체제 하에서 작업을 하기 때문에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더구나 새벽부터 일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선거 때 투표 참여도 일반 정규직에 비해 어렵고 굳이 투표를 하는 사람은 하루 일당을 날려야 한다. 한편, 가장 고용이 불안정한 집단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고용보험도 실질적으로는 적용되지 않고 있고, 장기간 일하고도 퇴직금을 받지 못하거나 임금이 체불되는 경우는 너무나도 많다.
건설일용직노동자들의 절대 다수는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일부 지역의 경우 노동조합의 투쟁을 통해 상당 부분 적용을 받고 있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포항제철에서 용접, 배관, 비계, 전기 등 플랜트 분야에서 일하는 비정규 노동자로 구성된 포항지역건설노동조합과 전북지역에서 전업사에 고용되어 한전에서 발주하는 전기설비 일을 하는 활선전공 등으로 구성된 전북전기원노동조합이 있다. 이 두 노조는 이미 수년 전부터 파업투쟁을 통해 수십 개에 이르는 하청업체들에게 대표업체를 구성하게 하고 일괄교섭을 통해 업체간 차별을 없애고 지역적으로 임금 및 근로조건을 통일시켜 왔고 조합비 또한 단협을 통해 원천징수를 하고 있어 일용직 노동자의 실정에 맞도록 노동일 수(곧 임금의 크기)에 따른 정률제 조합비를 시행하고 있다.
산업단지점거와 가두투쟁
여수지역건설노동조합은 파업투쟁을 벌이면서 상당기간동안 여수산업단지를 실질적으로 점거하고 통제하고 있었다. 산업단지로 통하는 주요 도로를 100∼200명 씩 조를 짜서 현장에 출입하는 사람들을 검문검색하여 대체근로 투입을 원천 봉쇄하였고, 비조합원들을 동원하여 작업을 강행하는 현장의 경우에는 대규모 인원을 동원하여 강력한 작업저지 투쟁을 성공적으로 벌이기도 하였다. 이는 공장점거를 뛰어 넘어 지역자체를 해방구화 한 것이었다.
수십 개의 하청업체에 각각 고용되어 있고 시기마다 현장을 이전하는 건설노동자의 처지는 투쟁의 양상이 사회적인 것으로 발전하는 토대가 되는 경우가 많다. 여수의 경우 어차피 고정된 공동의 작업장이 없는 현실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지속적으로 가두집회와 행진 투쟁을 통해 노동부를 비롯하여 시청, 경찰서 등 지역사회를 압박한 결과 수십 개의 하청업체를 교섭자리에 나오게 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비정규 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하나의 방향
지금 40일이 넘게 파업투쟁을 벌이고 있는 여수건설노조를 비롯하여, 포항건설노조의 사례는 하청 노동자, 비정규 노동자를 조직하고 투쟁하는 하나의 방향을 제시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대규모 공장에서 원청의 정규직과 때로는 같은 직종, 때로는 다른 직종으로 일을 하면서도 수십 개의 하청업체로 각각 고용되어 있지만, 건설 플랜트 분야라는 나름의 공통된 조건을 하나의 조직으로 통일한 결과 형식적 연대가 아닌 소산별형태의 공동투쟁을 전개할 수 있게 하였다.
지역노조이지만 일반노조와는 분명히 다른 이러한 조직형태가 어디까지 일반화 할 수 있는 것인지는 좀더 고민해 볼 과제이지만 건설관련의 전국건설운송노동조합, 전국타워크레인기사노동조합, 전기원노동조합 등 민주노총의 산별추진과는 다른 역사적 맥락에서 형성된 소산별노조가 그 동안 보여주었던 투쟁의 양상은 결코 우연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당장에 전개되고 있는 여수지역건설노동조합의 투쟁을 지지엄호함은 물론, 이 조직화와 투쟁의 성과가 어떻게 주변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볼 일이다.
[여수건설노동자 투쟁일지]
@ 8월27일 파업 42일째
오늘은 분회장들의 삭발식이 있었고, 위원장의 단식투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여수방송에서 촬영을 해갔고 오마이뉴스에서 인터뷰를 하였습니다.
내일은 대시민 선전물을 제작해서 배포할 것이고, 시청 제2청사 앞에서 천막농성이 오늘에 이어 계속 진행될 것입니다.
현재의 상태는 소강국면이지만 전반적으로 약간의 긴장이 걸려있습니다.
구속된 동지2명, 수배 4명, 입원 3명, 통원치료 4명, 중경상 다수
@ 8월28일 파업 43일째
오전 9시30분 여수시청 제2청사 잔디밭에 약 1천 여명 집결.
본집회에서는 8월 27일 민주노총대의원대회에 참관하고 온 동지들의 발언이 있었고, 사용자 업체를 방문한 대표들의 발언이 있었습니다.
사용자들은 시간 끌기를 통해서 파업대오가 자진해산 할 것을 노리고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여전히 파업대오를 유지하면서 돌파구가 만들어 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조합원 가운데는 올 연말까지도 갈 것을 각오하고 있는 분들도 있습니다.
가장 문제는 나이든 조합원들의 생계와 자식들 학자금 등이 막혀있는 것입니다.
@ 8월29일 파업 44일째
집회 참가 조합원 수가 또 늘었습니다. 오늘은 1500대오로 집회를 하였습니다.
오늘은 기계, 배관 분회의 교섭이 이루어졌습니다.
어제 오후에 진행하였던 대시민 실천사업에 대한 보고가 있었습니다.
1만부를 여수시내 전역에 뿌렸습니다. 부수가 적었으나 나눠준 시민들의 반응은 좋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 2만부를 다시 뿌리기로 하였습니다.
오후에는 대시민 실천사업을 하였습니다.
내일은 현장출입구 50곳에서 1인 시위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오늘 50곳에 사용될 피켓작업을 하였습니다.
@ 8월30일 파업 45일째, 단식농성 4일째
오늘도 오전은 시청 앞 제2청사 결의대회, 오후는 실천투쟁으로 이어졌습니다.
집회 이후 수 백대의 차량으로 약 1시간 가량 공단거리를 1차선을 점거한 채 서행으로 항의 시위를 하였습니다.
오늘 여수지역에는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곳의 조합원들은 대오를 강고히 유지하며 힘차게 투쟁하고 있습니다. 하루하루의 투쟁들이 이곳 조합원들에게는 큰 재산이 될 것 같습니다. 조합원들의 공통된 정서는 89년 패배이후 다시 패한다면 다시는 조직을 세울 수 없을 것이라는 각오들을 다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다. 끝까지 투쟁하자"
@ 8월31일 파업 46일째, 단식농성 5일째
오전9시 30분에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도 파업대오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1천명 이상 모였습니다.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치는 관계로 집회를 간단하게 마치는 것으로 하고 각 분회별로 모임을 하였습니다.
* 위 투쟁일지는 파업현장에서 작성한 투쟁소식의 일부를 발췌한 것임.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