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를 달구는 노점상들의 한

최인기(박봉규 분신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

"노점 단속 분쇄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지난 8월29일 동대문운동장 역 앞에는 31도가 넘는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2천여 명의 노점상들이 모여 구호를 외쳤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불태워 단속의 부당함을 보여준 박봉규 동지의 한을 모아 힘차게 중구청까지 항의 투쟁을 전개했다.

자동차에서 뿜어내는 매캐한 매연과 아스팔트의 열기를 받으며 공구를 판매하는 노점상들이 즐비하게 놓여있는 청계천 3가. 이곳의 노점상들은 대부분 하루에 3-4만원 벌이로 한달 70~80여 만원의 수입으로 살아가고 있다. 1남 4녀의 생계를 꾸려가고 있던 박봉규씨만 해도 월드컵 경기 이후 서울시 노점 단속이 강화되면서 8월 한 달 동안 3번이나 단속에 걸렸다. 한 번 단속에 걸리면 벌금과 빼앗긴 노점 좌판, 물건들을 되찾아 오기 위해 드는 비용은 최소 10만원. 그렇게 3번 단속에 걸리고 나면 한달 평균 버는 수입의 절반에 가까운 돈을 벌금 등에 지출하게 된다. 지긋 지긋한 노점 단속에 맞서 박봉규씨는 단속 차량 밑으로 들어가 항의를 하자 중구청 단속 용역반들은 '저새끼 끌어내' '노점상은 불법인데 뭐가 잘났다고 항의냐'며 그를 내몰았다고 한다.

'서울노점상연합' 최정운 사무국장은 "화상을 입었어도 한동안은 정신이 맑았던 박봉규씨의 증언에 따르면 중구청 직원들이 박봉규씨가 시너를 뿌리고 불을 붙이자 다들 도망가기에 바빴다"며 "분신 직후 구청 직원들이 불길을 진압하는 등의 초기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의문이 든다"고 전했다. 박봉규씨 분신 대책위는 이명박 시장의 최대 공약가운데 하나인 청계천 복원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 속에서 영세상인과 노점상, 철거민에 대한 대책 마련 없이 사업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박봉규씨와 같은 사건은 계속 되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김흥현 전노련 의장은 "농민과 도시 빈민을 길거리로 내몰더니 이제는 내몰림의 끝에서 선택한 노점상을 접으라고 한다"며 "전 노점상인들이 좌판을 엎는 그 날 국가 경제 부담은 또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는 경찰과의 몸싸움으로 수많은 노점상들이 경찰의 방패에 맞아 피를 흘리기도 했다. 대책위는 집회 후 이명박 서울 시장 앞으로 항의서한을 보냈다. 서한에서는 첫째 박봉규씨 분신사태 책임자 처벌, 둘째 김동일 중구청장 및 이명박 서울시장 공개 사과, 셋째 청계천 재개발 사업 과정에서의 영세상인, 노점상인, 철거민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 제시, 넷째 박봉규씨 분신 늑장 대응에 대한 진상 규명, 다섯째 박봉규씨 관련 향후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막막한 삶 한번이라도 당신들은 느껴본 적 있습니까?
-박봉규씨의 막내딸 박희정씨가 쓴 편지-

먼저 저희 가족을 위해 애써 이곳까지 나와주시고 도와주신 분들 정말로 감사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전 또 다시 저희 아버지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이렇게 이곳에 서 있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평생 고생하신 분입니다. 지금 이곳에 계신 아버지, 어머니들 또한 그러시겠지요. 1남 4녀의 연년생 자식들 키우느라 흰머리와 주름살만 늘어오신 아버지...어디가 아파도 한푼이 아까워 병원 한번 가보지도 못한 채 일만 하신 분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돈 욕심이 있었던 분도 아니었습니다. 우리 가족들 어려울 때 우리 가족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 도우며 사신 분이었습니다. 그렇게 남한테 싫은 소리 한번 못하고 사신 분이었습니다. 법 없이도 살 분이라는 소리 듣고 사신 우리 아버지였습니다. 그렇게 순하고 착하신 우리 아버지가 지금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고 계십니다. 지금 이렇게 누워 있는 이 순간 얼마나 하루가 지옥 같고 고통스러울까요? 당신들 땜에 고통받고 있는 우리 아버지 왜 그런 무모한 짓을 했을지 한번쯤 생각해보셨나요? 얼마나 먹고살기가 힘들면 정말 목숨까지 걸고 그랬을까요?

환갑이 넘은 나이에 먹고살자고 노력하는 그 분이 당신들은 불쌍하지도 않았나요?
한참 손자 손녀들 재롱보고 편하게 사실 그 나이에 우리 아버지는 자동차매연냄새에 기침이며 사람들한테 지저분한 시선 받아가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려고 노력했습니다.
당신들 한번 술값도 안 되는 돈, 그 돈 벌려고 여름이면 뜨거운 태양 빛과 씨름하고 또 겨울이면 차가운 바람과 눈 땜에 힘들어하시며 처자식 먹여 살리자고 이른 새벽 피곤한 몸을 이끌고 어쩔 수 없이 내딛는 그 무거운 발걸음 당신들 한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 있나요? 평생을 하루하루 살아갈 걱정이구 깜깜한 미래뿐인 세상 앞으로 살길 걱정하느라 온통 걱정 근심뿐인 그런 막막한 삶 한번이라도 당신들은 느껴본 적 있습니까?
마지막으로 당신들께 묻고 싶습니다. 만약, 당신들에게 이런 아버지가 계시다면 어떨까요?
당신들이 이런 아버지라면 어떨까요? 다시는 정말 다시는 이번 일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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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 , 박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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