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12일부터 여의도에서는 '재미난' 행사가 열린다. 여성부가 주최하는 '2002 여성 신직업페스티벌'이 그것이다. 여성들을 위한 80여개의 유망직업을 체험해보는 일종의 박람회인데 파티플래너, 음악치료사 등 이름도 낯선 직업부터 남성직종이라 불리는 군인, 소방관까지 다양한 직업을 소개할 예정이란다. 많은 여성들이 그런 직종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면 세상살기가 한결 즐거워 질 듯 하다.
하지만 씁쓸하다 못해 행사장 앞에 가서 깽판이라도 치고 싶어진다. 그것은 '오늘날
여성노동의 문제는 편중된 직업선택 때문이며, 따라서 다양한 선택의 길을 보여준다면 뭔가 달라질 것'이라 믿는 정부의 발상 때문이다. 여성 비정규직을 70%까지 늘려놓은 김대중 정부가 이런 행사로 생색을 내려는 꼬락서니란 정말 분노스럽다 못해 애처롭기까지 하다.
늘어가는 비정규 여성노동자들은 이미 우리 주변을 빼곡이 둘러싸고 있다. 건물을 청소하는 어머니들, 각종 고객서비스센터의 언니들. 이들은 대부분 자신이 일하는 회사에 직접 채용된 게 아닌 파견, 용역회사 소속 노동자다. 또 가끔 사무실에 찾아와 보험가입이나 카드신청을 권하는 아주머니들, 방문학습지 선생님들은 특수고용직이라 하여 모성보호 혜택은 물론이고 노동기본권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그밖에도 일반회사의 계약직 여직원들, 가내노동에 종사하는 여성들은 일일이 그 수를 헤아리기도 어렵다.
IMF 이후 급격히 퇴출됐던 여성들이 다시 일자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 1998년 47%까지
떨어졌던 여성경제활동인구가 2001년에는 48.8%로 계속 상승세다. 지난 몇 년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은 우리 노동자들의 가정형편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고, 기혼여성들도 일하지 않으면 생계를 꾸려나가기 힘든 지경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런 여성들에게 '얼마나 다양한 일자리가 주어지는가'가 아니다. 김대중 정부는 여성인적자원 활용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 숨은 의도는 더 많은 여성을 쉽게 쓰고 자를 수 있는 일자리에 묶어두는 것이다. 여성들로 하여금 안으로는 가사노동에, 밖으로는 비정규노동에 시달리면서 노동의 위기, 가족의 위기를 지연시키는 희생양이 되라는 것이다.
따라서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총리서리로 화려한 대미를 장식한 김대중 정권의 여성정책이 다른 정권과 견주어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며, 되레 수많은 비정규 여성노동자의 고통을 교묘하게 억누르고 있을 뿐임을 투쟁으로 밝혀나가는 일이 시급하다. 비정규·여성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을 알리고 권리보장을 위한 투쟁을 펼쳐야 한다. 뿐만 아니라 미조직 상태인 다수 비정규·여성노동자 조직화를 위해 더 많은 역량을 쏟아 부어야 할 것이다.
김원정(민주노총 서울본부 조직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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