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서 샘솟은 <오아시스> 밑엔
'스크린쿼터', '표현의 자유' 등 '광천수' 흘렀다
지난 5월 27일 칸 영화제에서 <취화선>의 임권택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한 데 이어 이달 8일 베니스 영화제에서 <오아시스>의 이창동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함으로써 우리 영화가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더욱이 이번 <오아시스>의 경우 국제영화평론가 협회상, 미래의 영화상, 가톨릭비평가상, 최우수 젊은 연기자상 등 5개 부문을 휩쓸어 한국영화가 완연한 질적 발전의 궤도에 접어들었음을 실감케 했다.
우리 영화가 국내시장 점유율 40%라는 외형적 성장과 더불어 전 세계인에 의해 이처럼 '수준있는 예술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일까.
영화인들은 20여년 간 끊임없이 작가주의 영화를 고집해 온 임권택 감독이나, 자신이 직접 쓴 탄탄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집요하게 예술과 사회의 접목을 천착해 들어갔던 소설가 출신의 이창동 감독이 기울인 노력과 열정을 높이 사면서도, 하나같이 스크린쿼터 제도, 표현의 자유 확대 등 일련의 영화진흥정책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증거라는 점을 빠트리지 않고 있다.
이는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국제 영화제, 특히 예술성을 첫째 기준으로 삼는 칸, 베니스, 베를린 등 세계 3대 국제영화제에서 우리 영화가 수상한 추이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우리 영화는 1961년 <마부>(강대진)가 베를린영화제 특별은곰상을 수상한 이후 26년만인 1987년에 <씨받이>(임권택)가 베니스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함으로써 국제 무대에 비로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 후 7년만인 1994년에 <화엄경>(장선우, 베를린, 알프레드바우어상)이, 다시 8년만에 <취화선>과 <오아시스>가 칸과 베니스에서 각각 연이은 낭보를 전한다.
시기적으로만 봐도 3대 국제 영화제 첫 수상 이후 26년의 세월이 흐른 후에야 겨우 두 번째 수상작품이 나타났지만, 그 후로는 몇 년 단위로 계속 국제 영화제에 당당히 명함을 내미는 추세가 예사롭지 않게 전개됐다. 뿐만 아니다. 최근 5∼6년 간 국제무대에서 보여준 활약상은 우리 영화가 눈에 띠게 질적·양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올해만 해도 △<나쁜 남자>(김기덕) : 후쿠오카아시아영화제 대상 △<동승>(주경중) : 상하이영화제 시나리오상 △<마리이야기>(이성강) : 안시애니메이션페스티벌 그랑프리 △<소름>(윤종찬) : 판타스포르토영화제 감독상 등 3개 부문 △<봄날은 간다>(허진호) : 도쿄영화제 예술공헌상 등 이루 셀 수 없이 많은 우리 영화가 국제 무대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비단 올해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 간 <공동경비구역 JSA>(박찬욱), <섬>(김기덕), <파이란>(송해성), <박하사탕>(이창동), <오! 수정>(홍상수), <아름다운 시절>(이광모), <초록물고기>(이창동),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홍상수), <학생부군신위>(박철수) 등 수많은 작품들이 예술성을 인정받아 국제 영화제 트로피를 받았다.
영화인들은 이런 추세가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작품성, 대중성 양면에서 쉽게 폄하되었던 우리 영화가 오늘날 세계적 주목을 끌 수 있었던 배경이 무엇인지를 잘 알려주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요컨대 '1962년 영화법 제정 이후 일시적 전성기를 맞이했지만, 1970, 80년대 군사독재의 서슬퍼런 가위 앞에 자유로운 표현의 나래를 미처 펴지 못한 채 외국자본의 개방압력과 'UIP직배' 폭격까지 감내해야 했던 우리 영화가, 87년 이후 성취된 제한적 민주화의 성과를 바탕으로 완화된 검열제도, 안정적인 자본유입, 스크린쿼터제도의 실질적 정착, 영진위 설립 등 잇따른 호재와 영화진흥정책에 의해 다시 부활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그 증거가 연이은 칸, 베니스 영화제 수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1899년 미국인 여행가에 의해 첫선을 보임으로써 시작된 이 땅의 영화역사가 영화예술의 탄생지에서 당당히 인정받을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한 이면에, 영화인들의 지적처럼 검열제도의 완화와 스크린쿼터제 정착 등이 자리잡고 있다면, 최근 영화계를 둘러싸고 전개되는 일련의 사태들은 더없이 진지한 성찰을 필요로 할 것임이 분명하다. 논란이 되고 있는 영화 <죽어도 좋아>에 대한 재심 판정이나, WTO 뉴라운드 협상에서 '문화적 예외'를 인정치 않으려는 정부의 태도가 과연 합당하기나 한 것인지 말이다.
일일문화정책동향 안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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