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국민의 정부 문화정책 5년을 돌아본다
<편집자주>
지난 2일 "국민의 정부 문화정책 평가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이 토론회는 국민의 정부 문화정책 5년을 되돌아보고 성과와 한계, 이후 과제를 살펴보기 위해 개최됐다. 이에 토론회의 발표문을 요약·정리하여 싣는다. 독자 여러분께 일독을 권한다.
글 싣는 순서
1.총론 - 문화의 세기, 문화 정책의 철학과 비전 ①,②
2. 문화기구 및 조직운영 평가 ①,②
3. 순수문화예술진흥과 문화산업의 상생발전 ①,②
4. 문화의 서울화와 지역사회의 문화시민권 ①,②
5. 국민의 정부 남북문화예술교류 정책 ①
(본지 644호에서 이어짐)
2. 세계화와 문화의 종 다양성
WTO체제 출범 이후 진행되는 수많은 변화의 양상들은 그것이 구성원들의 세계화가 아니라 자본의 자유를 극대화하는 방향의 세계화라는 데 그 특징이 있다. 국경을 초월하여 금융, 환경을 비롯한 인간생활의 거의 모든 영역에 대한 무차별적인 이동은 인류를 정체성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는 중이다. 특히 문화를 무역통상의 대상으로 삼은 채 개방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더 이상 각국의 문화적 공공영역이 존속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WTO의 양허요구안에 대해 유럽과 중남미,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은 문화적 종 다양성과 예외를 주장하며 양허안 제출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이에 대해 어떠한 국민적 합의도 없이 양허안을 제출한 상태이다. 국민의 정부가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일말의 자각이라도 소유하고 있다면 이에 대한 공론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3. 문화 정책의 주체는 누구인가?
국민의 정부 이후 문화적 환경은 한층 개선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자체마다 다투어 유치하는 축제, 시 단위마다 설립되는 미술관, 지역문화의 해(결과야 어찌되었든 이는 정부가 '지역문화'에 대해 사고한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추진, 국공립 예술기관들의 민간위탁 및 전문가의 책임경영 등 이전보다 진일보한 정책들이 눈에 띄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인프라 구축에 대한 노력이 다각적으로 진행된다 하더라도 시스템과 제도 자체에 대한 통찰 없이는 만족스런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겠다"라는 원칙은 예산기획과 배정, 집행과정에 대한 통제권이 관료시스템의 관할 하에 있는 한 상징적 구호에 그칠 따름이다. 미국과 독일 등 문화정책의 새로운 시스템을 모색하는 것을 통해서만 새로운 세기에 걸맞는 문화정책의 입안과 생산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4. 예술의 불온성 그리고 표현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도래하지 않았다. 그 어떤 정부보다도 인권에 대한 남다른 감수성과 경험을 가졌다 자부하는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문화예술인들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기대치는 한껏 높아졌다. 그러나 현실은 차갑기만 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청소년보호법으로 인한 표현의 자유 침해 사례가 줄줄이 이어졌다. 일찍 찾아온 봄을 예감하며 잠자리를 털고 일어난 개구리들은 모두 검열이라는 한파를 견디지 못한 채 얼어죽고 말았다.
5. 공영방송의 문화적 인식
TV가 생필품 목록에 오른지 오래 된 지금, 우리 사회에서 방송의 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방송이 보유하고 있는 사회적인 영향력에 비해 공영방송의 문화적 인식은 어떠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산업으로서의 문화와 순수예술 간의 균형잡힌 공급에 대해 한국의 공영방송은 책임있는 자세와 성찰을 보여주는가? 여기에 더해 자본에 의한 통제양상까지 겹친다면 문화적 소수자들에 대한 배려는 실종되고 이윤생산의 법칙에 종속되고 마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6. 글을 마치며
세계화 시대, 문화정책에 있어 민주적 가치의 성장과 함께 우리의 정체성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많은 장벽들을 넘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군사적 긴장상태와 지역갈등, 여전한 갈증을 보여주는 민주적 절차에의 지향, 근대적 역사왜곡의 청산작업, 사회적 가치 통합에 대한 합의 등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독립과 정신적 자유는 문화 자체의 존립기반으로 필수불가결한 것이 된다.
문화는 언제나 과거로부터 끊임없이 흘러들어오는 것이면서 현재 우리의 삶 자체에서 연유하는 것이다. 문화는 틀림없는 일상인 동시에 정치이고, 생활인 동시에 예술인 것이다. 우리의 문화가 우리의 총체성을 담지하며 역사를 갱신하는 힘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자율과 독립의 실현을 전제로 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 역사적 왜곡을 바로잡는 동시에 가치창출의 성과와 전통을 바르게 이어받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로 인해 문화정책은 특정 정당이나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독립적인 위치를 보장받을 특권을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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