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왜곡비판 "민주노동당 강령 읽어나 보셨는지..."

이재영/편집위원
바야흐로 대선의 계절이 다가온 모양이다. 대한민국 정치는 대선에 임박하면 으레 물타기와 수혈, 신장개업에 열을 올려 신당을 창당하곤 하는데, 금년 역시 예외는 아닌 듯 하다. 정치부 기자 정도는 돼야 알아먹을 만한 수많은 시나리오와 수많은 신당들이 출몰하고 있다.

물론 이런 신당 대부분은 ‘재혼전문 결혼정보회사’의 ‘묻지마 관광’ 상품이지만, 단연 돋보이는 신상품이 있으니, 바로 유시민의 개혁적 국민정당이다.

유시민은, 노무현의 부활을 위해 민주당 정책과 민주노동당 구조의 퓨전(Fusion)을 꿈꾸고 있다. 좋은 일이다. 그런데, 몰라서 그런 것인지 의도적으로 그런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유시민은 패러디의 대상인 민주노동당을 곡해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강령, 자료 등을 보면 정말 한심하다. …민주노동당 강령은 2차 대전 이전의 유럽 노동당과 사민당 강령과 비슷해. 유럽 사회주의자들이 그걸로 1백 년을 했지만 결국 대중정당이 옳다는 것을 깨달았지.”

민주노동당이 대중정당이 아니라고? 유시민이 어떤 정치학자의 책으로 공부했는지 모르겠지만, 인적 구성과 의사결정이 소수에 제한되지 않고 대중에 공개돼 있는 정당을 ‘대중정당’이라 일컫지 않던가?

유시민이 개혁적 국민정당의 미래상으로 꿈꾸고 있는 “당의 모든 중요한 의사결정은 당원들에게 물어서 결정하고, 각종 후보자 공천 등은 철저히 당비를 내고 의무를 행사한 당원들의 뜻에 기초해서 결정”하는 정당이 바로 명망가나 음모자만의 당이 아닌 ‘대중정당’인 것이다.

그래서 “정당의 조직과 문화는 민주노동당의 것을 수용한다(<오마이뉴스> 인터뷰)”고 하면서도, 민주노동당을 대중정당이 아니라고 규정하는 속내를 모르겠다.

대중정당과 대중정당 아닌 것을 섣불리 구분하기 전에 왜, 한국에 민주노동당 이외의 대중정당이 존재치 않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보길 권한다. “난 당원으로서가 아니라 … 대통령선거가 끝나면 칼럼니스트의 자리로 되돌아갈 거야(<월간 말> 인터뷰).”

유시민이 민주노동당 강령을 2차 대전 이전의 구닥다리로 단정하는 것은 민주노동당 강령을 읽지 않았거나, 2차 대전을 전후한 사상적 변화에 문외한인 때문인 것 같다.

꽤 긴 민주노동당 강령 전체를 읽으라는 것이 고역일 수도 있으니, 세 쪽 짜리 강령 전문을 중심으로 살펴 보자.

2차 대전 이전의 유럽 진보정당들이 “국가사회주의의 오류와 사회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겠다고 천명했던가? “국민이 공직 대표자를 소환 탄핵 통제하고 …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할 것이다. … 민중의 삶이 이루어지는 일상의 곳곳에서 … 아래로부터의 민중권력을 창출”하겠다는 발상을 사민당이나 공산당 같은 국가주의 정당들이 가졌었다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어떠한 시도도 거부하며 … 생태계와 조화롭게 공존”하겠다는 가치관은 최근대에 이르러서야 확립된 가치관이 아니던가? 유시민이 지적한 그대로 민주노동당은 노동계급의 문제를 최우선시 한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계급환원론에서 벗어나 생태나 인권 같은 새 시대의 과제와 조류에 눈떠가고 있다.

유시민은 민주당의 정책이 충분히 훌륭하다고 말한다. 국립공원에 관통도로를 내고, 불온서적을 읽었다고 감방에 가두는 정책은 히틀러나 처칠, 아니 진시황제 시절의 통치철학이 아니던가?
[ 103호] 9.9 ~ 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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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곰돌이

    대중정당 또한 대안은 아닌것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