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해법은 역시 남북공조에서

강정구/동국대 사회학과 교수
올해 벽두부터 한반도는 가슴 졸이는 불안에 내몰렸다. 전쟁광 부시는 ‘전쟁의 해’ 선포에 이어 북한을 ‘악의 축’으로 몰아 붙였다. 3월부터는 2003년 한반도전쟁위기설이 파다하게 나돌기 시작했다.

이 위기에 즈음해 임동원 특사가 부랴부랴 방북해 6.15공동선언을 복원하는 남북공조의 대비체제에 들어갔다. 그러나 외교장관의 철부지 언동과 검증되지 않은 ‘금강산 댐 안정성’ 문제제기로 공조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또 이 시기에 2차 서해교전이 터지면서 긴장과 불안은 극에 달했다. 한반도정세가 마치 제동장치가 파열된 비탈길의 자동차처럼 내달리는 모습이었다.

이 와중에 진전되는 최근 일련의 복합적 흐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하면서 역시 남북공조만이 올바른 해법이라는 깨달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남한 정부는 서해교전에 즈음한 남한주류의 광적인 반응에 나름대로 통제된 대응으로 북한의 유감표명을 이끌어내어 조용한 해법을 찾았다. 북은 유연하게 유감표명을 제시하면서 8.15민족공동행사, 통일축구, 아시안게임 등으로 남북화해와 협력을 한층 고조시켰다.

여기에다 배급제의 폐지와 시장경제의 부분적 수용이라는 급진적 내부개혁에 들어갔다. 경의선 복원과 식량지원 등 경제협력에서도 남북은 성큼성큼 큰 발걸음을 딛기 시작했다.

이들 남북관계에서 6.15공동선언이 복원됨과 더불어 북한은 러시아와 1년 내에 두 번이나 정상회담을 가질 정도로 미국의 무법자적인 봉쇄 망에 대처해 나갔다. 곧이어 조·일 정상회담이라는 충격적 돌파구를 성사시킴으로써 미국의 전쟁위협에 파열구를 내었다. 남쪽 정부 또한 조·일 회담에 막후 매개 역할을 해 측면 지원을 했다.

이러한 대내외적 남북공조는 단기적으로는 2003년 한반도전쟁위기의 불씨를 없애고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경제개혁과 개방을 성공시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이루는 데 필수적 요소이다.

94년 영변 핵위기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전쟁 일보 직전이 되어서야 비로소 위기를 직시하고 한밤중에 클린턴에게 전화를 걸어 32분 동안 어떠한 일이 있어도 한반도에 전쟁은 있을 수 없다고 고함을 질렀다. 그러나 미국은 미동도 하지 않고 전쟁 프로그램을 그대로 밀고 나갔다.

막판에 카터 전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의 전격적인 합의에 의해 전쟁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94년과 유사한 98년 금창리 핵위기 당시 남과 북은 비록 정상회담 이전이었지만 간접적 공조를 통해 슬기롭게 대처해 전쟁국면으로 치닫는 것을 미리 예방할 수 있었다. 지난 4월 임동원 특사의 방북이나 이번 남북관계의 복원은 미국의 막무가내식 전쟁국면 돌입을 미연에 방지해 민족의 생명권을 지키기 위한 남북공조다.

이와 때를 맞추어 발표된 북한의 내부적 경제개혁은 북한의 강력한 변화의지를 내외적으로 과시하여 미국의 표적을 둔화시키면서 북한의 장기적 자생력을 겨냥한 원대한 정책이다. 북한은 지난 90년대 중반의 ‘고난의 행군’ 기간에 식량난을 계기로 엄청난 사회경제적 변화의 길에 들어섰다.

이 과정은 세 단계로 진행되고 있다. 이미 총생산의 20%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비대해진 ‘제2사회’ 수준의 사회변화를 사후 수용하는 ‘수동적 적응정책’이 1998년 경제 헌법개정 등에서 나타났다. 이후 남한과의 서해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등 남북경제협력을 강화하는 개방으로 제2사회의 변화를 능동적으로 뒷받침하고 활성화하는 ‘능동적 적응정책’을 취했다.

그리고 이번 배급제 폐지와 물가현실화 등으로 상품시장경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아래로부터 진행되고 있는 개혁수준을 능가하여 위로부터 주도적으로 내부개혁을 이끌어 가는 ‘능동적 개혁정책’이라는 대변혁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북한내부의 개혁적 변화와 서해공단과 경의선 복원 등을 바탕으로 추진되는 개방적 민족경제공동체는 북한주민의 삶을 위해서도 또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도 긴요하고 필수적이다.

이는 결코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남북 모두의 생명권과 통일권에 직결된 일이다. 이제 남한의 변치 않는 주류들도 이 도도한 역사적 흐름에 순응하여 민족의 화해와 협력, 평화와 통일의 장에 늦었지만 적극적으로 동참할 때다.
[ 103호] 9.9 ~ 9.15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클리핑기사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