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화/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jungwha82@lycos.co.kr
오는 9월 17일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 총리가 평양을 방문한다. 고이즈미 총리의 전격적인 방북은 향후 북일관계는 물론 동북아시아의 정세변화와 관련해 대내외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정상회담에서 양국정상은 일본의 한반도지배와 관련한 과거청산 문제와 ‘일본인납치의혹’ 등의 현안문제들을 토의하고, 2000년 11월 이후 중단됐던 북·일간 수교회담 재개를 주요내용으로 하는 ‘합의문’을 발표가 예상된다.
그 후 현안과 관련된 양측 실무자 회담이 몇년간 개최된 후 북한과 일본은 국교정상화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즉 북일국교정상화 과정은 한일국교정상화 과정과 비슷한 경로로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6.25전쟁 중이었던 1951년부터 국교정상화를 위한 회담을 개최했다. 약 10년간의 회담을 거친 후인 1962년 12월 김종필―오히라(大平)메모에 의해 한일간 최대현안이었던 청구권문제에 대한 해결 골격이 세워졌음에도 불구하고, 한일간에 국교가 정상화되는 데에 그후 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은 지난 10여 년 간의 수교회담의 경험을 통해 국교정상화의 장애가 되고 있는 현안문제(과거청산문제와 ‘일본인납치의혹’등)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양국의 최고지도자에 의한 정치적 해결이라는 점에 북한과 일본이 동의했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점은 그 이면에 있는 북한과 일본의 계산이다.
북한은 지난 7월 임금·물가 인상 등 폭 넓은 경제개선 조치를 단행했다. 이번 조치는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개혁이기보다는 마비된 공급체계의 회복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내부적으로 활용한 경제자원이 고갈된 현상태에서, 북한이 공급체계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외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남한 김대중 정부의 포용정책이 국내 반대세력에 의해 답보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과거문제와 관련해 막대한 보상금(배상금)을 확보할 수 있는 일본과의 관계개선은 경제개선 조치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한편 일본의 경우는 자국의 안전보장 및 동북아시아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목적으로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이미 일본은 ‘일본인납치의혹’, ‘핵개발 의혹’, 그리고 미사일문제 등의 우선적 해결을 주장하는 것을 통해 조·일 국교정상화를 자국의 안전보장문제와 연결시켜 왔다.
그리고 ‘북한위협론’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통해, 1996년 4월의 ‘미일안보 공동선언’, 1997년 9월의 ‘신가이드라인’, 1999년 5월의 ‘주변사태시 일본의 평화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에 관한 법률’, ‘일본자위대와 미국 군대간의 후방지원, 물품 또는 용역의 상호 제공에 관한 일본정부와 미국정부간의 협정을 개정하는 협정’(ASCA 개정협정) 등이 상징하듯이 군사대국화를 추진해 왔다.
그리고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자위대는 한반도에서 유사(전쟁) 발생시, 미국에 대한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한반도에 개입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따라서 고이즈미의 방북은 군사력에 의한 자국의 안전 및 동북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이미 확보해 놓은 상태에서, 북한과의 관계개선이라는 외교적 수단을 통한 영향력의 증대를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고이즈미 방북을 계기로 급물결을 타게 될 북일관계는 북한과 일본의 철저한 국익계산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 103호] 9.9 ~ 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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