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1 1년, '그라운드 제로'는 이제 새로운 건물을 세우기 위한 공사가 한창이다.
이지안 mulu@kdlpnews.org
9.11 테러는 국제질서를 바꿔놓았다. “적이 아니면 우방”이라는 부시정권의 양자택일 논리는 세계 각국을 미국 주도의 반테러전에 적극 가담케 했으며, 전 세계 보수세력들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로 작동했다.
그러나 테러 1년이 지난 지금 국제사회는 ‘힘의 외교’를 강제하는 미국의 신보수주의 실체에 우려의 시선을 던지며 9.11 한 돌을 맞고 있다. 특히 유럽의 반발이 거세진 가운데 반테러 연합전선에도 균열이 생기는 양상이다.
독일은 이미 슈뢰더의 입을 통해 이라크 침공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프랑스의 시라크 또한 전쟁과 평화의 문제는 미국이 아닌 “유엔이 결정할 사항”이라고 못을 박았다. 부시 정권 출범 이후 새로운 동반자관계를 구축한 러시아의 경우도 북한을 비롯한 이라크, 이란 등 이른바 ‘악의 축’ 국가들을 상대로 미국과 서로 상반된 외교군사정책을 추진중이다.
벨기에 정부는 “유럽의 국제적 위치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행동”이라며 미국에 수동적인 영국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미국 유럽 간 가교역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에 매달리지 말고 유럽을 위한 영국이 되라는 주문이다.
실제로 유럽인들의 55%는 9.11 테러의 책임이 어느 정도 미국의 외교정책에 있다고 믿는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유럽 협력 촉진 단체인 독일마셜기금(GMF)과 미국의 비영리기관인 시카고대외관계위원회(CCFR)가 6월과 7월에 걸쳐 9천여명의 유럽 및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4일 발표한 ‘월드뷰 2002’ 여론조사에 따르면 많은 유럽인들은 외교정책을 다루는 부시의 방식에 비판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반면, 영국은 미국의 행보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이라크 전쟁을 부채질하는 등 미국과의 공조를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이는 지난해 총선 이후 당권을 장악하고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신노동당(New Labour Party)정책을 효과적으로 밀어붙이기 위한 토니 블레어의 정치적 술수에 근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블레어의 대테러 정책은 영국 여론으로부터 거센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영국의 진보세력들은 블레어 정부의 소수인종과 종교에 대한 반인권적 태도 및 군산복합체 산업을 위한 전쟁책동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으며 오는 9월28일 이라크 침공계획에 대한 대규모 반대 시위를 계획중이다.
미국과 적극적인 공조를 취하기는 네덜란드도 마찬가지. 9.11 이후 반이슬람 정서가 확산되고 ‘인종주의자들의 천국’이 된 네덜란드에서는 현재 우파 연정이 난민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감축하고 사회 모든 분야에서 우익적인 정책들을 추진하면서 노동조합과 좌파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게다가 최근 필립스를 비롯한 네덜란드 기업이 미국의 신예 전투기 ‘조인트 스트라이트 파이터’ 개발에 파트너로 참여하기로 결정한 이후 미국 군수산업에 합승하려는 정부와 주류언론들은 9.11 한 돌을 이라크 전쟁여론을 형성하는 기회로 삼고 있는 형편이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9.11 테러를 빌미로 신장지역의 위구르족 분리독립주의자들에 대한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 이를 두고 ‘반테러’를 지상과제로 내세우고 있는 미국의 묵인 하에 이루어진 ‘인권탄압’의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9.11 한 돌을 맞는 중국은 다시금 위구르 분리독립주의자들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있는 상태다.
[ 103호] 9.9 ~ 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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