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문화분야 양허요청안 철회하라!!'
'세계문화기구를위한연대회의' 12일 기자회견 개최
지난 6월 30일 우리 정부가 WTO에 제출한 문화분야의 양허요청안을 철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외교통상부 자료에 의하면, 정부가 제출한 양허요청안에는 출판, 영화 등의 서비스에 대한 시장개방 요구가 담겨져 있다. 주목할 것은 한류와 관련해서 중국, 동남아 등 문화시장의 개방수위가 비교적 낮은 나라들에게 적극적인 양허 요구를 했다는 점. 그러나, 이러한 결정이 어떠한 사회적 합의나 공론화 과정 없이 정부의 일방적 결정대로 추진되고 있고, 기본적인 정보마저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양허요청안 제출이 문화적 다양성을 파괴하는 WTO 국제무역질서의 흐름에 무비판적으로 편승하고 있다는 점.
우리와는 대조적으로 문화선진국이라 불리는 EU, 캐나다뿐만 아니라 심지어 중남미, 동유럽,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은 문화 분야의 양허요청안을 제출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들 나라들이 양허요청안을 제출하지 않은 것은 문화부문이 WTO체제에서 협상의 대상 즉, 무역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원칙을 세웠기 때문. 이 같은 원칙은 양허요청안 제출이 문화다양성과 정체성을 위협하고 문화재앙을 가속화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WTO 협상의제로 문화부문을 상정하는 것은 문화 창작물도 자유무역의 대상으로 일반 상품과 같은 범주에서 취급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게 되면 문화 분야도 WTO 시장경제 체제에서 시장개방 압력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산업적으로 발달한 미국 등의 시장 독점이 강화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
이 때문에 양허요청안을 제출하지 않은 나라들은 WTO가 아닌 새로운 세계문화기구(문화협정)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문화부문에 대해서는 어떠한 약속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화 부문이 자유무역의 대상이 될 때 문화발전을 위한 각 나라 정부의 권리는 포기되거나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결국 문화의 획일화를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들의 대응은 적절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재 우리 정부 일각에서는 GATS(시청각서비스 상품의 무역자유화) 협정에서 문화 분야에 대한 정부지원이 가능하고, 미국도 문화 정체성 유지를 위한 국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를 느끼지 않는 분위기다. 그러나, 결국 미국이 요구하는 자유무역화는 전면적인 자유무역화를 뜻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는 지나치게 사태를 낙관한 데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또, 미국과의 교역량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유독 문화분야만 문호를 개방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유도 내세운다. 이 또한 미국과의 교역량이 우리보다 훨씬 많은 80%대에 이르는 캐나다마저 양허요청안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다.
이런 이유로 앞서 얘기한 많은 나라들은 WTO에 대응하는 세계문화협약 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눈앞의 경제적 이익이나 통상압력을 못 이겨 국제사회의 이런 흐름을 외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마치 생물학적 종 다양성 파괴로 인한 자연생태의 변화가 인류에 대재앙을 불러오듯이, 문화적 다양성과 창조적 상상력 고갈로 인한 사회생태의 피폐함으로 이어져 문화적 재앙을 초래할 위험성을 높인다.
국제적 NGO회의인 INCD와 CCD는 이러한 대재앙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결성된 국제 단체들이라고 할 수 있다. CCD의 한국지부로 16개 문화예술단체가 모여 지난 5월 출범한 '세계문화기구를위한연대회의(KCCD)'도 이런 목적을 지니고 활동하는 단체.
KCCD는 12일(목) 10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정부의 문화분야 양허요청안 철회를 강력히 주장할 예정이다. 이런 주장을 강력하게 전달하기 위해 KCCD 소속 단체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문화관광부를 방문해 장관 앞으로 건의서를 전달한다.
건의서에는 양허요청안 철회 외에도 우리 정부가 이 같은 국제적 흐름에 적극 동참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또, 우리 문화상품의 시장확대를 꾀하기 위한 대안이 무역자유화가 아닌, 세계 각 국들과의 공동제작협정 확대에 있음을 얘기하고 있다. 공동제작협정은 시장개방 요구로 다른 나라의 문화정책을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실질적인 시장확대뿐만 아니라 기술교환과 협력을 통해 각자의 문화정체성을 발전시키고 다양성을 증진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우리 정부가 WTO 서비스 무역위원회에 '최혜국대우 면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서한을 제출함에 따라 공동제작협정은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WTO 144개 회원국들은 양허요구안을 요구하는 나라와 요구받는 나라 사이에 협상을 진행하여 내년 3월말까지 어느 분야를 어떻게 개방하겠다는 약속인 '양허안'을 다시 제출하도록 돼 있다. 이 협정은 2005년 1월 1일부로 공식 발효된다. 그 전까지 우리 정부의 입장이 바뀌지 않을 경우 미국 중심의 초국적 문화자본에 의한 문화독점과 획일화라는 끔찍한 결과를 피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기자회견을 계기로 정부입장이 변화하길 바라는 이유다.
인권하루소식 안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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