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륜 시절과 뭐가 다르냐?'

문화예술계 '영등위 개혁' 뜻·힘 모으기로


민예총, 문화연대, 영화인회의, 한국독립영화협회 등 주요 문화예술단체가 영상물등급위원회 개혁을 2002년 하반기 문화예술계 최대 현안으로 삼아 지속적인 실천에 돌입할 계획이어서 주목된다.
문화예술계가 이처럼 영등위 개혁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은 영화 <죽어도 좋아> 재심 판정과 3명의 영등위원 사퇴 파문 과정에서 드러난 영등위의 태도가 과거 공륜 시절과 큰 차별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계는 지난 8월 헌법재판소가 '영등위는 실질적인 행정기구이며, 따라서 검열기구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이후 영등위 구성과 위원선임 과정, 그리고 영상물 등급심의 과정, 심의 기준 등 모든 과정에서 약간의 변화가 있었으나 과거 공륜 시절에 비해 질적으로 달라진 점이 거의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이 단체들은 영등위를 행정적으로 관리·감독하는 문화관광부와 위원선임 대행기관인 대한민국 예술원, 현 영등위 사무국 구조 일체가 과거 검열의 칼날을 휘둘렀던 공륜 시절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논거로 ▲첫째, 실질적으로 문화부가 행정적 관리감독권을 행사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헌재의 판결 이전과 차별성이 없다는 점 ▲둘째, 위원 선임기준과 선임과정이 불투명하고 비합리적이라는 점 ▲셋째, 따라서 현재의 영등위를 '민간 전문인들로 구성된 자율적 위원회'로 볼 수 없다는 점 ▲넷째, 영등위 내부 심의 과정이 합리적이지 못하고, 소통도 원활하지 못하다는 점 ▲다섯째, 명확한 심의 기준 없이 위원들의 자의적 심의가 가능하다는 점 ▲여섯째, 헌재 판결 이후 영등위 사무국 구조에 민간 전문인이 채용되는 등의 큰 변화가 없었다는 점 ▲일곱째, 위원 사퇴 이후 영등위가 아무런 가시적 조처도 취하지 못할 만큼 자율적이지 못하다는 점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은 이러한 논거를 근거로 영등위가 합리적이고 자율적인 민간 전문기구로 거듭나야 하며, 국민들의 볼 권리와 영상물 소비 선택권에 대한 서비스 기관으로서, 예술 창작물에 대한 합리적 판단을 통해 시장 유통을 원활하게 하는 데 기여하는 기관으로서, 창작물에 대한 합리적인 등급 판정을 통해 창작의욕을 고취시키는 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다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화예술 단체들은 이러한 주장을 관철시키고 영등위 개혁을 포함한 영상물등급 심의 체계 전반을 개혁하기 위해 24일 경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기자회견에서는 뜻을 같이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선언과 영등위 개혁을 위한 제안이 발표될 예정이다. 기자회견에 앞서 이들은 대안을 모색하는 워크샵을 개최하기로 했으며, 워크샵을 통해 모아진 의견들을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하고, 국정감사에 참여하는 문화관광위원들에게 공식 제안할 예정이다.

문화계의 한 인사는 '<오아시스>나 <취화선>이 국제 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87년 이후 서슬 퍼런 검열제도가 완화되고 열린 사회분위기가 형성된 탓이 크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등급심의 체계와 그것을 담당하는 기구인 영등위만이 과거의 폐해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반드시 개혁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일문화정책동향 안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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