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임원보궐선거를 바라보며…
발전노조 파업과 4월2일 총파업의 유실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민주노총은 부위원장 선출을 위한 보궐선거가 8월 27일 임시대의원대회를 통해 진행되었다. 1년이 넘게 징역을 살고 있는 단병호 위원장을 대신해서 민주노총을 이끌어 갈 부위원장 7명 선출을 위해 총 11명의 후보가 선거운동을 벌였다. 선출된 7명의 부위원장 중 위원장 직무대행과 사무총장을 민주노총 중앙위원회에서 다시 선출하는 방식으로 민주노총의 지도부를 재구성하게 된다.
이로써 5개월여의 비상대책위체제를 정리하고 그동안 공백상태에 있던 민주노총이 다시 정상궤도에 진입할 것인지는 다시 남아 있는 문제가 된다.
발전노조 연대총파업의 유보 이후 민주노총의 위상이 훼손되고 지도집행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민주노총이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는 금속연맹에 까지 이르고 있다. 금속연맹 부위원장 보궐선거에 입후보자가 2차 마감일인 8월23일까지 나타나지 않아 대의원대회는 무기 연기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민주노총의 위기를 단순히 당시 지도부의 문제로, 그리고 민주노총 자체의 문제로만 평가할 문제가 아니다. 발전노조 총파업 유보가 의미하는 평가지점들은 민주노총을 비롯한 민주노조운동의 현주소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비단 2002년만의 문제가 아닌 수년간에 걸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대응투쟁의 과정에서 누적된 민주노조운동 내부의 위기가 응축되어 표현된 것이다. 그것은 바로 총노동의 계급적 단결을 저해하는 자본의 노동에 대한 분할구도(대기업과 중소기업/정규직과 비정규직/업종과 지역의 벽)를 투쟁으로 돌파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 구조조정에 대한 투쟁적 대안의 불투명한 현실을 반영한다. 따라서 수많은 투쟁 속에서 투쟁의 구심점이 되지 못한 민주노총이 이제는 조합원 대중의 신뢰를 잃고 말로만 파업하는 양치기소년으로 취급당하는 위기의 현실은 이러한 민주노조운동의 현주소를 압축하여 표현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가운데 치뤄진 이번 임원보궐선거는 민주노총이 처한 현실을 건져 올려 다시 조합원들의 희망으로 세워야 하는 과제의 첫 번째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예상했듯이 그 시작은 대단히 냉혹하다. 후보들의 유세장은 광역단위 유세였음에도 불구하고 40~50명 수준을 밑돌았고, 조합원들의 외면과 냉대는 유세장의 공기를 싸늘하게 했다. 후보들의 공약과 유세도 모두가 비슷하였다. 11명 후보가 대부분 현장, 실천, 혁신, 희망, 대안, 노동계급 대단결, 그리고 비정규직 투쟁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그 중에서 한국통신계약직노조 위원장 출신인 홍준표 후보의 경우 비정규직 대표후보로서의 색깔을 분명히 하고 나왔고, 기호 2번 이향원 후보의 경우 여성부위원장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며 출마하여 자신의 임무를 구체화하여 나왔다는 점이 차라리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말대로 모든 게 이루어진다면 무슨 말이든 못하리오만, 지금은 훌륭한 선동보다 투박하고 진실된 실천이 더 요구되는 때가 아닌가 한다.
앞서 말했듯이 이번 임원보궐선거는 민주노총의 위상을 복원하고 정상화시키기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 남아 있는 하반기 투쟁사업 - 중소영세 비정규 노동기본권 쟁취투쟁, 공공부문 사유화저지투쟁, 대선투쟁 등 - 에 얼마나 총력을 기울이느냐에 조합원들은 다시금 기대를 모아갈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이 다가 아니다. 새 지도부를 구성하였지만 사람을 바꾼다고 민주노조운동이 처한 위기가 극복되거나 민주노총이 바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수많은 현장활동가들이 다같이 힘을 모아야 할 모두의 과제인 것이다. 바로 생산현장에서, 투쟁의 현장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는 민주노총, 그것은 지도부가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손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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