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악안 단협에 적용] 부칙은 [강제조항]

노동부 '해명' 불구 문맥상 명백...근기법 '법규정은 최저기준·노사자율원칙' 스스로 뒤집어

주5일근무제 도입과 관련해 정부가 입법예고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각종 노동조건을 크게 개악한 데다가 기존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을 개악된 내용으로 바꾸도록 하는 부칙을 달고 있어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부가 9월5일 발표한 근기법 개정안은 부칙 제2조 '임금보전 및 단체협약 변경 등에 관한 경과조치' 제2항에 "노·사는 이 법 시행과 관련하여 단체협약 유효기간의 만료여부를 불문하고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임금보전방안 및 법 개정사항이 반영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노동부는 이에 대해 "노사가 법개정 사항이 단체협약에 반영되도록 노력하라는 선언적인 문구"라고 변명하고 있지만, 법조문 자체가 '선언적'이라 해석할 수 없는 '강제조항'으로 문장이 구성돼 있다. 뿐만 아니라 "최저기준인 근기법을 단체협약에 적용하라는 것으로 입법취지에서 벗어난 몰상식한 조항"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행 근기법 제2조에는 '이 법에서 정하는 근로조건은 최저기준이므로 근로관계당사자는 이 기준을 이유로 근로조건을 저하시킬 수 없다'고 못박아 두고 있다.

민주노총 권두섭 법규차장(변호사)은 이와 관련해 "노조 조직률이 12%에 지나지 않는
한국의 현실에서 사용자들이 이를 무기로 취업규칙을 일방적으로 바꿀 가능성이 아주
높다"면서 "노동조건을 최저수준으로 낮추라는 주장은 근기법 제2조를 스스로 어기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권 차장은 이어 "근기법 부칙에 단체협약과 취업규칙 개정 의무화 조항을 넣는 것은 '근로조건의 결정은 노사자율의 원칙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는 근기법 제3조도 어기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생리휴가 무급화 등 법이 개정됐는데도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이 내용이 그대로 있다면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법과 제도의 취지에 맞게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을 바꾸라는 선언적인 의미"라며 "'∼하여야 한다'는 등 표현이 오해의 소지가 있어 보완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면 검토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 내용은 노사정위 논의과정에서도 거론되지 않다가 지난 7월22일 최종 결렬되던 시점에서 '임금보전 내용을 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요구와 '총액수준에서 다루면 된다'는 재계의 주장이 맞서면서 노동부가 중재안으로 던진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부칙 제2조제2항이 '임금보전방안' 뿐만 아니라 노동조건 후퇴를 대거 포함하고 있는 '법 개정사항'까지 끼워 넣은 강제조항으로 변질된 것이다.

정경은 joungke@nodo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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