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루마불을 아시나요

'부루마불(Blue Marble)' 게임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부루마불'을 모르시는 분들은 가까운 동네문방구나 인터넷 사이트를 찾아보길 바란다). 태어난 지 어느덧 20년이나 된 '부루마불'. '새우깡'의 30년만큼은 안되지만 어렸을 적 우리들을 줄기차게 방안으로 불러모은 추억의 게임이자 아직도 동네문방구의 한 구석을 장식하고 있는 장수 게임이 '부루마불' 이다. 또한 꽤 비싼 가격 때문에 동네에 하나밖에 없어서 정말 '게임판이 닳을 때까지' 했던 게임이 바로 '부루마불'이다.

최근 '부루마불'이 다시 인기다. 나는 한동안 한물간 게임으로 인정받았던 '부루마불'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데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확산되는 현재의 한국사회의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좀 과하다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초국가적 혹은 탈민족적 자본의 출현과 세계의 금융적 통합과정, 그리고 IMF 이후 신보수주의와 결합된

신자유주의 문화가 확산되는 경향이 '부루마불'의 재유행에 반영되어 있다는 말이다.

서두가 좀 거창했다면, 이제 '부루마불'을 좀 구체적으로 뜯어보면서 왜 그런지를 보자. '부루마불'은 우선 세계를 표현한 게임판이 기본이다. 그리고 '세계은행'이 존재하며, 기본적으로 게임의 운영이 '초국가적'이다. 또한 파산을 하면 '세계은행'의 구제를 받아야 한다는 점(구제를 받아도 대부분 다시 파산한다는 점까지 비슷하다)과 그러한 세계질서를 거스르면서는 살 수 없다는 점(무인도에 들어가도 주사위를 세 번 굴린 후나 '더블'이면 나와야 한다), 그리고 한 번 빠져들면 헤어나올 수 없다는 점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현실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부루마불' 게임판을 살펴보면 게임판의 각 도시들이 경제상황에 따라 4단계로 구분되어 배치되어 있고 그러한 구분에 따라서 도시의 가격과 건물을 지었을 때 받는 돈도 상당히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로마, 파리, 뉴욕 등 '빨간색 땅'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 결국 1등을 하게 된다는 점도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한 단면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그 가운데 '서울'이 가장 비싼 도시라는 점은 게임제작자의 민족주의적인 '조크'라고 할 수 있겠다). 정말 비슷하다.

전 세계적으로 1970년대 이후에 추진된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한국에서는 IMF 외환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면, '부루마불'은 한국의 정치 경제 상황보다 한 발 앞서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소개한 역사적 의의를 가진 게임이라 할 수 있다. 추억의 게임, 장수 게임, 역사적 게임 '부루마불'을 한 번쯤 해보는 건 어떨지. 굳이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문제점을 알기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부루마불'은 재밌는 게임이다.

최준영 (문화연대 활동가 ptrevo@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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