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악의 수해 - 천재(天災)냐 인재(人災)냐

난개발과 부실공사가 부른 비극

사상최악의 수해. 물론 대책없이 쏟아지는 폭우에 1차적인 책임이 있겠지만, 피해상황이 구체적으로 밝혀지면서 무분별한 개발과 부실공사가 2차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물의 흐름을 차단한 복개하천, 부실한 댐 공사, 수해방지를 고려하지 않은 마구잡이 공사 등은 울분에 찬 수해민들의 가슴을 깊숙이 헤집는다.

◇ 강원도 동해 = 동해시는 지난 2000년 4월 대형산불이 발생했던 지역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해방지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은 가운데 동해고속도로 확장공사를 진행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이곳 주민들은 “동해고속도로 확장공사 때문에 천곡동, 부곡동, 망상동 일대에 산허리를 자르는 대규모 토목공사가 진행되었으나 수해방지대책을 소홀히 해 대규모 토사유출이 있었다”고 한탄한다.

확장공사 주변의 산들은 대부분 산불로 피해를 입어 집중 호우시 많은 양의 나무가 배수관으로 흘러들어 배수관을 막거나 아예 물길의 흐름을 시가지 방향으로 돌려놓았다. 특히 시가지 방향으로 흐르는 소규모 하천들이 많아 이를 통해 나무와 토사가 흘러들어 주택과 농지를 매몰시킨 것. 또한 소하천들을 복개한 후 수년동안 퇴적물들을 관리하지 않아 복개천 입구가 넘치면서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 강원도 태백 = 태백은 물의 흐름을 막는 ‘다리’ 때문에 큰 피해를 봤다. 철암천 내의 2개 다리와 복개장터가 10여m 간격으로 늘어서 있어 하천의 흐름을 방해한 것. 더욱 안타까운 것은 주민들로부터 “이 다리들이 폭우때마다 물길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이 계속해서 이어져왔다는 점이다. 이들 하천 시설물들은 기초 기둥은 물론, 시설 상판과 난간대 등 구조물이 모두 하천의 흐름을 방해하는 모양으로 세워져 있으며, 복개장터의 경우 무용지물로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 경남 김해·합천·함안 = 지난달 집중호우에 이어 태풍까지 견뎌야 했던 경남 지역은 댐 붕괴와 제구실을 하지 못한 배수장, 무너진 절개지(산을 깍아 조성한 구간) 등으로 인해 주민들의 분노가 그 어느 지역보다 높은 상황이다.

태풍 루사의 영향으로 붕괴된 절개지는 전국적으로 60곳. 경남지방경찰청은 김해시 절개지 붕괴로 인한 매몰사고와 관련 절개지 시공업체를 조사중이며, 함안군 백산제방 붕괴로 인한 침수피해와 관련해 시공업체를 소환조사중이다. 합천군 가현둑 역시 이번 태풍으로 붕괴되었다. 김해시 한림면 수해비상대책위 등 수재민들은 “배수장 관리 부실 및 화포천유역의 담수능력 축소 등의 원인으로 이번 수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한림면의 수해는 인재(人災)라는 점을 인식하고 철저히 조사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20년간 여의도 넓이 400배 훼손
2000년 여름, 고지대로 그동안 수해를 몰랐던 용인지역에서 물난리가 발생했다. 주범은 난(亂)개발. 마구잡이식 개발로 녹지가 파헤쳐진 결과, 저수기능이 상실되고 깎아내린 절개지 등에서 토사가 흘러내려 하수구와 하천을 막아버렸다.

이 지역은 지난 10년 동안 여의도 12배 면적의 농지와 산림이 훼손돼 자연적 홍수조절기능이 11%정도 상실된 것으로 분석됐다.

전국적으로 보면 지난 20년 동안 여의도 면적의 386배에 달하는 모두 30만 9923㏊의 농지와 산림이 전용되면서 저수, 지하수 흡수 기능 등 홍수에 대한 자연적 조절기능이 상실됐다.

용인시는 91년에도 당시 무계획적으로 개발되던 골프장에서의 토사유출로 인해 많은 피해를 본 일이 있다. 계속해서 같은 피해가 반복되는 원인은 바로 난개발을 부추기는 개발이익에 있다. 1987년에 발생한 개발이익은 272조원. 중앙정부 총세출의 16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였지만, 토지관련 조세 등을 통해서 환수한 개발이익은 총 발생액의 2%에 불과했다. 이 엄청난 개발이익의 98%가 땅 소유자에게 귀속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며, 이 때문에 굳이 필요하지 않은 개발행위가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전현정 / jhj@s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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