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도은(노동자의힘 회원)
성모상을 부여잡은 가녀린 조합원의 손을 떼어내 연행하는 경찰. "신은 죽었다!" "천주교는 자성하라"며 외치는 성모병원 여성노동자들... 112일 간의 파업농성을 펼치고 있는 병원현장에 대한 무장 경찰의 침탈 장면이 인터넷뉴스를 통해 전해진다. 그 날 난 농성장이 폭력에 짓밟힌 소식을 접하고 분노에 치를 떨며 하루를 보냈다. 뭘 해야하나 하는 생각에 병원 노동자들이 모여 농성을 하고 있는 명동성당으로 갔다. 만나는 몇몇 동지들과 현재의 상황을 극복하려면 진정으로 총파업을 해야 한다고 대책을 얘기했다. 그러나 나와 동료들이 생각하는 대안이 왜 현실화되지 않는 것일까... 왜 입으로만 총파업이 외쳐지는 걸까... 정답을 피해 가는 노동조합운동의 현실을 보면서 지금 이 시간 11년 전 연대투쟁의 정신을 실천하다 앞서간 박창수 열사를 생각해 본다. 그래서 이번 호에 소개하는 노래는 1991년 5월 박창수 열사의 주검을 통해 만들어진 노래 '다시 노동자로 태어나' 이다.
폭력에 눌려 찢겨진 목숨 우리의 맹세 다시 세기며
사수하라 민주노조 동지여 함께 가자
차가운 쇠창살 적들의 음모 살아 날뛰고
노동자 가슴에 맺힌 원한 동지의 주검 안고 투쟁하리라
다시 노동자로 태어나 해방 투쟁 선봉이 되어
민주노조 깃발 움켜쥐고 가자 동지여
- 안양민중문화운동연합 노래단 '새힘' 집단 창작 -
노동자의 연대투쟁을 지키려다 목숨을 잃은 노동자 박창수! 그는 91년 2월 대우조선노조의 파업에 대한 지원방안을 논의했다는 이유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어 서른 한 살의 짧은 삶을 마감한다. 열사의 죽음에 대한 진상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천 여명의 백골단과 경찰이 영안실의 벽을 허물고 열사의 시신을 탈취한 현실과 강제부검을 통해 단순 실족사 처리한 경위만 남아 있다.
11년 전 53일간 열사의 시신을 부여잡고 진상규명을 외치며 투쟁했었는데 우리들은 아직도 열사의 죽음에 대한 진상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 13일 김대중 정부 아래서 설치되어 운영하던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이 사실을 규명하지 못하고 마감되는 것을 보았다. 열사를 죽인 놈들이나 그 주검에 함께 한 놈들에 의해 진상을 규명한다는 것이 얼마나 헛된 일인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지난 12일 또다시 농성현장에 경찰의 폭력진압이 자행되는 일이 벌어졌다. 해마다 파업 현장에 경찰이 난입되어 짓밟히고 투쟁의 현장에서 밀려나 싸우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저항인지를 보면서 되풀이하지 말자고 되뇌인다. 계속해서 이러한 현실을 반복해야만 하는가. 되풀이하지 말자! 폭력에 짓눌리는 현실을 극복하자! 진정으로 열사 죽음의 원인을 밝혀내고, 그리고 경찰에 짓밟히는 현실을 뚫기 위해 총파업으로 붙어보자! 외쳐보지만 대답 없는 메아리만 돌아온다. 죽을 각오를 하고 싸워야 하는데... 오늘의 현실을 반성하면서 이 노래를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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