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미국적인 현상이었기에 그만큼 세계적인 사건이 되어버린 '9.11테러'는 상황 자체가 전세계에 생중계된 데서도 볼 수 있듯, 불가피하게 이미지를 둘러싼 국제적 전투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CNN을 비롯한 주류 미디어가 애국주의를 확산시키는데 주력을 다하는 동안(오죽했으면 그 극심한 영웅주의를 미국의 시청자들조차 이제는 지겨워하겠는가) 비판적 혹은 급진적 영상운동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9.11 이후의 상황에 개입했다. 그 다채로운 모델을 통해서 비판적, 진보적 영상운동의 현주소를 가늠해본다.
가장 신속한 개입은, 1999년 WTO 반대 시애틀 투쟁 이후 세계 각지로 급진적 운영 모델을 수출해온(?) 독립미디어센터(Independent media center = IMC)로부터 나왔다. 뉴욕의 독립미디어 센터는 사건 발생 이후 한 달 여만에 <911>(미국, 28분)이라는 영상물을 통해서 막연한 공포감과 인종차별적 선동이 범람해간 뉴욕시의 상황 및 그러한 테러의 근본적인 원인인 미국의 제국주의적 개입에 대한 역사적 분석을 시도했다. (국내배급은 인권운동사랑방이 맡고 있으며, 영어판은 아래의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911> 영문판 스트리밍 - http://www.freespeech.org/ramfiles/911_nycmc.ram. 인권운동사랑방 작품소개 - http://www.sarangbang.or.kr/hrfilm/2002hrfilm/video_list.html)
<911>이 사건 이후 이어질 위기 상황을 예고하는 기동전을 의미했다면, 그러한 분석과 9.11 이후 이어진 아프가니스탄 공격, 그리고 곧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이라크 공격 등의 이슈를 지속적으로 추적하며 지구전을 전개한 것은 일상적으로 24시간 위성방송을 가동하고 있는 프리스피치 TV이다. 프리스피치는 <911>을 스트리밍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는 이라크 공격을 합리화하기 위해 애쓰는 부시 행정부의 이데올로기 공세를 매우 구체적인 정보와 치밀한 분석을 기초로 인터넷과 위성방송을 통해서 반박해내고 있기 때문이다.(www.freespeech.org/중 Special report 참조.)
독립 미디어 센터나 프리스피치처럼 조직적인 영상운동에 직접 소속되어 있지 않은 다양한 영상 제작자들, 그 중에서도 웹 공간을 통한 토론과 정보 공유를 소통의 방식으로 선택한 다큐멘터리 제작자들 역시 침묵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특히 디워드 공동체(D-word community)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전쟁과 평화 - D-word 공동 프로젝트>는, 팔레스타인 출신 미국 제작자의 정체성과 테러리즘에 대한 탐구로부터 아프가니스탄에 첫 번째 폭탄이 떨어진 날 있었던 뮌헨의 한 페스티벌의 스케치에 이르기까지 9.11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고 논쟁을 제기함으로서, 주류 매체의 애국주의적이고 영웅주의적인 대작 시리즈와는 다른 시각이 존재함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http://www.d-word.com/warandpeace/proposal.html)
유럽의 경우, 일관되게 부시 정권과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블레어의 우익(!) 노동당이 있는 영국에서는 <탄광 노동자 캠페인 비디오>, <영국 노동운동사> 등 지난 20여 년간 좌파 영상운동을 이끌어온 플랫폼 필름이 작년말 제작된
그리고 마지막으로, 며칠 전 프랑스에서 개봉된 옴니버스 영화 <110901>은 이른바 주류 영화계가 뒤늦게나마 비판적 담론의 리스트에 그 이름을 올리게 된 최근의 사례이다. 유세프 샤힌, 켄 로치, 사미라 마흐말바프, 끌로드 르르슈, 아모스 기따리, 션 펜, 쇼헤이 이마무라 등 11명의 감독은 각각 11분 9초 1프레임이라는 시간동안 9.11을 자유롭게 발언한다. 감독들의 명단에서 보듯 아랍계 민중들의 목소리가 다채롭게 대변되며, 좌파 감독 켄 로치는 1973년 9월11일 (9.11의 28년전) 미국의 지원에 의해 자행되어 무차별 학살로 이어진 칠레 피노체트의 군부 쿠데타를 통해서 우회적으로 911의 근원을 지적한다.(http://www.bacfilms.com/september11/)
"우리는 당신을 잊지 않을 것이다", "그 날을 잊지 말자", "영웅들" 등 역사의 교훈을 망각한 채 그날 하루의 비극에 대한 기억과 복수에 대한 다짐만을 쏟아내는 주류 미디어의 늪을 뚫고 나오는 이런 목소리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은, 한편으로는 비판적 영상제작자들의 존재가 만만치 않게 존재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직도 그런 목소리들의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미디어 운동의 역량 강화가 너무도 절실하다는 자각을 새롭게 일깨우는 것이기도 하다. 9.11을 애국주의적 선동의 도구로 각인시키려는 그들과, 거꾸로 9.11을 제국주의의 파국적 결과에 대한 경고장으로 읽어내려는 우리와의 이미지를 둘러싼 전투는 이후로도 계속될 것이며, 지금 이 순간의 전략적 판단과 실천이 그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