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교육기획의 전문화로 노동자교육의 한계를 돌파하자

신재걸((가칭)한국노동자교육센터 준비모임)

노동조합 간부나 현장활동가치고 교육을 몇차례 안받아본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년 정세와 투쟁방향, 간부의 역할과 자세, 우리 노동조합의 당면과제 등은 아마도 가장 일반적인 교육주제일 듯 싶다. 이런 기본적인 교육주제를 이수한 간부나 활동가라면 그 다음은 심화교육으로 넘어간다. 자본주의 경제와 신자유주의, 노동자의 철학, 노동운동사, 노동조합 조직론, 현장조직론, 산별노조론, 노동법, 노동자와 문화, 노동조합 일상활동, 노조 부서활동론 등등...
우리가 제목만 보아도 그 내용을 이제는 짐작할 수 있는 내용들이 오랜 기간 조합원교육, 간부교육, 활동가 교육 등의 이름으로 교육되어져 왔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들은 이제 노동현장에서 오랜 기간 반복 교육되면서 흡인력을 잃고 있고, 조합원 대중에게 식상하게 느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노동자교육 현장의 많은 교육활동가들의 수고와 고민 속에서 실행되어온 교육을 더욱 발전시켜 교육대상의 상태와 조직의 상황, 노동운동의 제반 조건 속에서 다양하게 접목될 수 있는 교육기획의 전문성과 연구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데 이런 교육을 내가 기획한다면? 이런 질문을 스스로 해볼 때 과연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을까?
우리 노동조합에서 내가 교육사업을 기획한다면? 현장활동에서 학습소모임을 조직해서 학습계획을 짠다면? 이런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막상 교육을 기획하려고 하면 무슨 교육을 어떤 순서로 배치하고 준비해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많이 있다.
이제는 노동조합 간부들도 교육부장이나 교육위원이 아니라도 교육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는 능력과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현장활동가 역시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의 다양한 상황에서 요구되는 보다 세련되고 전문적인 교육기획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지금까지 교육활동가들이 이루어놓은 성과를 빠른 시간 내에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현장 상황에 조응해서 창조적으로 적용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노동조합 활동이나 현장활동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있는 노동자교육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이제까지의 경험만을 바탕으로 주먹구구식으로 활동한다면 노동운동의 발전을 기약하기 어렵지 않겠는가?

그러면 이제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노동자 교육기획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교육기획이란, '교육목표'를 정확하게 또는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방법(Program)'을 모색하는 것이다. 즉 '교육을 기획한다는 것'은 교육대상의 상태와 교육목표 사이의 차이(Gap)를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교육내용과 방법을 만드는 과정이다. 즉 교육하려고 하는 내용을 가장 적절한 벙법으로 교육함으로서 교육대상에게 최대의 교육효과를 낳게 하기 위한 목적의식적인 활동이 바로 교육기획인 것이다. 교육기획을 위한 상황은 각사업장 마다, 각 시기마다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교육기획 역시 조직적 조건과 시기에 따라서 다양하게 변화될 수 있다. 자신의 활동 경험을 그대로 차용해서 교육을 잡는 것은 우연히 한두번 성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교육을 망치는 지름길인 것이다. 교육을 많이 받아본 노조 간부나 현장 활동가가 자신의 경험만 믿고 섣불리 교육하겠다고 덤벼들었다가 벽에 부닥치는 것은 기획적 사고로 교육을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적 사고로 교육을 접근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 교육기획의 구체적인 과정으로 넘어가 보자.
우선 교육을 기획하기 위해 가장먼저 하는 일은 교육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와 분석을 하는 일이다. 교육대상의 상태와 요구분석은 교육기획의 준비단계인 셈이다. 즉 누구를 대상으로 교육할 것인지를 정하고, 교육대상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어떤 교육요구가 있는지를 조사/분석하는 일이다. 교육은 그 대상이 노동조합의 간부인지, 조합원인지 또는 간부중심의 현장소모임인지, 조합원 중심의 소모임인지에 따라서 교육기획내용과 교육방식이 매우 달라질 것이다.
예를들어 똑같은 교육역량 강화교육을 기획하더라도 노동조합의 교육기획과 현장 소모임에서의 교육기획은 교육중점과 교육내용 설정에 있어서 차이를 가질 수 있다. 공통의 내용으로 교육기획력/운영력/진행력 훈련을 설정하지만, 노동조합 교육에서는 조합원 대중교육을 위한 다양한 교육방법 훈련, 강사역량 강화훈련이 특화될 수 있고, 현장소모임에서는 조직력 강화훈련, 현장토론훈련, 부서활동론, 현장투쟁론 등의 내용이 특화될 수 있는 것이다.

+-- 노동조합의 교육대상 분류 -----------------------------------------------------+
|- 조직체계상의 대상: 임원, 상집간부, 대의원, 조합원 (지부가 있을 경우 지부장, 지부간부) |
|- 직무에 따른 대상 : 교육선전, 조직쟁의, 문화, 정보통신, 조사연구, 총무 등 담당자 |
|- 성격에 따른 조직대상 : 신임간부, 신규조합원, 선봉대, 조합원 가족과 자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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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 소모임의 교육대상 분류 -------------------+
|- 간부, 대의원 중심의 현장소모임 |
|- 활동경험이 있는 조합원 중심의 소모임 |
|- 활동경험이 없는 조합원 중심의 소모임 |
|- 활동가 소모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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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대상에게 설문이나 면접 등의 방법으로 다음과 같은 항목들을 조사한다. 기초사항 (나이, 성별, 결혼유무, 부서, 직책, 노조활동 경력 등), 교육대상의 의식정도, 투쟁과 활동 경험, 사업장의 상태와 현재의 주요문제, 자신의 활동에서 어려운 점, 받고싶은 교육, 어떤 교육방법이 좋은지에 대해서 조사하고 평상시에 파악해둔 정보와 결합해서 분석한다.
교육대상에 대한 분석이 끝나면 이제 교육기획의 본격적인 과정의 첫단계로 교육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교육주제를 선정한다.
임단투 시기나 급박한 투쟁현안 또는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는 교육대상의 상태분석과 당면투쟁의 구체적인 조건과 내용을 참고하여 해당 투쟁과제에 대한 교육주제를 잡으면 될 것이다. 그러나 일상시기에는 교육대상 분석에 근거해서 조합원의 상태와 현장의 상황, 노조상태를 보고 현재 가장 필요한 교육을 추진한다. 모든 교육을 한꺼번에 다 할 수 없으므로, 이번에 꼭 해야하는 교육과 다음으로 미루어야 할 교육을 구분한다.
간혹 보면 교육목표와 교육주제를 먼저 잡고 대상에 대한 분석과 고려는 대충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경우 대상의 구체상태에 대한 고려 없이 교육을 일방적으로 잡게 되는 결과가 되어 교육효과를 충분히 달성할 수 없게 될 수 있다. 급박한 당면투쟁이 닥친 상황이라면 모를까 교육기획의 ABC를 지키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교육주제 설정이 끝나면 이제 본격적인 교육내용을 마련하는 과정으로 넘어간다.
교육주제에 대한 풍부한 자료조사를 하고, 당면 정세와 조직의 상태, 교육대상의 상태를 고려하여 교육내용을 어떤 수위로 할 것인가를 설정한다. 혹 외부강사에게 교육을 의뢰하더라도 '교육주제가 ooo 이니 강사님께서 알아서 강의안을 짜주세요' 라는 식의 교육의뢰는 이제 지양해야 할 것이다. '이번 교육의 목표는 무엇이고, 왜 교육을 하며, 교육대상의 상태는 어떻기 때문에 중심내용과 강조점이 어떻게 드러났으면 좋겠다'는 구체적이고 교육대상의 상태분석을 통해서 정리된 교육내용의 수위와 구체적인 강조점을 강사에게 요청해야 한다.
교육내용을 설정할 때 또하나 고려해야 할 점은 교육방식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강의식 교육을 할 것인지, 토론식 또는 참여식 교육을 할 것인지를 염두에 두어야 하며, 교육여건 역시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토론/참여식 교육은 경험있는 진행자가 다수 필요하며, 준비와 교육시간도 강의식 교육보다 3~4배는 많이 요구되며, 교육장소와 예산도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 물론 교육규모도 고려해야 하며, 교육대상은 어떠한 교육방식을 요구하는지, 기획자가 판단하기에 교육대상에게 어떠한 교육방식이 가장 적절할지를 함께 고려하여 가장 적절한 교육방식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토론식/참여식 교육은 소규모의 인원(1조당 5~6명)에 교육과목 당 충분한 시간(3~4시간의 실습시간)이 확보된 상태에서 교육효과가 극대화된다. 현재 노동조합과 현장의 많은 교육은 주로 강의식으로 이루어져 왔다. 강의식 교육은 교육준비와 교육시간이 짧고, 많은 내용을 비교적 짧은 시간에 전달할수 있는 장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내용이 교육대상에게 깊이 있게 전달 또는 공유되었는지의 측면에서는 많은 한계를 갖고 있다. 물론 강의식 교육에 교육매체를 결합하여 강의 효과를 높여내는 방법들이 개발되고 있으나 기본적으로 참여식 교육에 비교하면 교육효과의 측면에서 낮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때문에 교육여건이 허락하는 한 참여식 교육의 방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개발해야 할 것이다.

교육주제, 내용, 교육기법, 교육일정, 교육대상의 규모 등이 모두 결정되면 이제 그 교육을 실행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교육실행 단계는 교육내용을 하나의 진행흐름으로 짜고, 강사와 장소를 섭외하고, 교육을 홍보하고, 교육참가자들이 교육에 참가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우선 교육기획자는 각 교육과목간의 앞/뒤 순서, 교육시간 배분, 시작과 마무리 등을 설정하고, 전체 교육과정에서 필요로 되는 준비물이나 진행과정, 강사 및 진행자 등을 정리한 진행시나리오를 작성한다. 특히 참여식, 토론식 교육방법을 실시할 때에는 세부적인 교육진행 시나리오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숙박식 교육 시에는 단결의 밤 또는 교류의 시간/대화의 시간 등이 일반적으로 배치되는데 이러한 시간도 그냥 무의미하게 술자리를 갖는 것이 아니라 조별로 장기자랑 또는 교육내용과 관련한 촌극을 미리 준비하도록 전체 진행흐름 속에서 고려하여야 한다. 또한 교육이 끝나면 필히 교육참가자들이 교육과정과 내용에 대해서 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하고, 평가내용은 다음 교육 시 필히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강사 및 장소 섭외와 교육홍보는 많이 해보았을 것이기 때문에 이글에서는 생략한다.


교육기획은 교육대상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교육내용에 대한 풍부한 준비, 교육을 성과있게 수행해내기 위한 제반 조건 마련을 위한 교육기획자의 노력에 의해서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훌륭한 교육기획자가 되는 길은 무엇보다도 교육기획의 ABC를 지키는 것이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교육기획의 조건과 상황은 매우 다양하고 변화무쌍하다 그리고 교육대상의 상태도 천차만별인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속에서 효과적이고 내용있는 교육기획을 해내기 위해서는 교육기획자의 철저한 분석과 고민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때문에 노동자교육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실천하는 교육활동가의 육성과 지금까지의 교육활동의 성과를 계승하고, 현재 부닥치고 있는 노동자교육의 한계를 돌파함으로서 노동자교육운동으로 발전시켜 노동자의 의식과 실천의 성장을 확실히 담보할 수 있는 노동자교육의 장을 열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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