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 침탈에 투쟁으로 맞선다!

정권의 폭력탄압에 맞선 병원노동자들의 투쟁

이백윤(노동자의 힘 회원)

9월 11일 오전 9시. 농성장에는 마지막 남은 잔해를 빗자루로 연신 쓸어담는 청소부아줌마들만이 있었고 강남성모병원에는 플랭카드, 대자보 한 장 남아있지 않았다. 뒤늦게 도착해서 배회하는 학생동지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을 뿐 '우리 사람'들은 농성장과 함께 말끔히 정리되었다.
11일 새벽 6시. 파업대오에게 연민의 정을 느낀다던 의료원장에 의해, 명동성당 주임신부를 앞장세워 노사 간담회를 열기로 한 그 날, 그 정권에 의해 550여명의 농성대오가 강제로 연행되었다. 3,000명의 여경, 사복경찰과 사복을 입은 전경이 경희의료원과 강남성모병원에 투입되었다. 누구는 사지를 붙잡혀 들려갔고, 누구는 멱살잡혀 갔고 누구는 목이 졸린 채 끌려갔다.
신부는 성당에 군홧발을 들여놓게 했고, '신부님, 이럴 수 있습니까?' 라며 절규하는 조합원들의 울부짖음과 '한 명씩 차례로 처리해' 라는 경찰간부의 메가폰 소리가 성당에 진동했다.
11일 오후, 명동성당에는 굳어진 표정에 새벽의 침탈 후로 잠을 이루지 못해서인지 피곤한 기색이 덧씌워진 노동자들이 모여들었다. 여느 집회장에서나 볼 수 있는 왁자지껄함도 웃음소리도 들리지 않고 침울함과 비장함만이 감돌고 있었다. '결사! 투쟁!'을 외치는 여성조합원의 핏대선 목소리는, 구사대에 의해 쫓겨난 경희의료원 앞에서, 전경들 뒤에서 비실거리며 웃고 있는 사측 간부들을 향해서 더욱 커져갔다.
15일 종묘집회와 행진에서 본 병원노동자들은 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공권력 침탈 직후의 침울한 분위기와 멍한 표정은 사라졌다. 더욱 힘차게 구호를 외쳤고, 지나가는 차마다 피켓을 들어 보이며 한 명이라도 더 알아주기를 호소했다. 교통경찰이 보일 때마다 전경이 지나갈 때마다 '폭력경찰 물러가라'고 목청이 터져라 소리쳤다. 공권력 침탈의 충격은 투쟁으로 극복했고, 짓밟혔지만 투항하거나 쭈그리고 앉아서 울지 않았다.

협상 거부와 파업 장기화를 통한 노조무력화 시도

CMC(가톨릭성모병원) 사측은 임금인상 1.5% 등 자신의 안을 일방적으로 고수하면서 실질적으로 협상을 거부했고, 파업 전 마지막 교섭에서도 의료원장은 '로비에 조합원들이 모여있으면 교섭 안하겠다'는 말을 늘어놓으며 노동자들의 단결의지를 무시함으로써 오히려 파업을 조장했다.
경희의료원 사측도 사학연금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합의한 협상안을 일방적으로 철회하며, 타결점을 찾아가고 있다는 노조측의 보도를 거짓말이라고 선전했고, 노조원들이 끌려나간 후 농성장인 병원로비를 철근으로 둘러쳐서 출입자체를 통제하고 있다.
이렇듯 실재 파업을 조장하고 장기화하는 주범인 사측은 오히려 환자들의 생명을 볼모로 민주노총과 몇몇 간부들이 자신들의 목적달성을 위해 파업을 장기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들의 의도는 사립대 대병원 중심으로 현장동력을 형성하고 있는 보건의료노조를 무력화시키고, 외주·하청의 강화 등으로 진행되는 병원 구조조정의 최대 걸림돌인 노조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협상을 사실상 거부하고 파업을 유도하며, 파업의 장기화와 개별 조합원에 대한 압력을 통해 파업대오 이탈자를 증가시키고 공권력을 투입하는 노조무력화의 수순을 밟아가고 있는 것이다.

계속되는 투쟁. 계속되어야 하는 투쟁.

그러나 투쟁은 정권과 병원자본의 의도대로 쉽게 '정리'될 수 없다.
병원노동자들은 9월 25-27일 보건의료노조 간부중심의 경고파업, 10월2일 대의원대회에서 지부장 및 간부 구속결단식을 가진 후 조합원 현장 간담회, 10월 9-11일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를 거쳐 10월16일 전 사업장 연대파업에 돌입하는 싸움을 앞두고 있다.
지금의 심경에 대한 질문에 경희의료원지부의 한 조합원은 이렇게 대답한다.
"평소에는 '경희가족'이라고 친한 척 하면서 병원건물 지을 때 노동자들한테 돈 걷어가고, 지금은 폭도취급을 하면서 탄압하는 것이 너무 기가 막힙니다. 직권중재라는 악법을 이용해서 노조를 파괴하려는 작자들한테 이대로 질 수는 없어요. 억울해서 이대로 질 순 없어요..."
인터뷰 중간에도 집회의 구호소리에 맞춰 결사투쟁을 외치는 모습에서, 명동성당에서 거점농성을 하고 있는 조합원들의 힘찬 팔둑질에서 끊임없이 자행되는 정권의 폭력탄압에 맞선 노동자의 투쟁은 결코 끝날 수 없음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