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미정 (노동자의 힘 인천기본단위)
인천 십정동 철거민대책위원회(이하 철대위) 주민들이 부평구청 앞마당에서 농성하는 9월13일은 비가 한두 방울씩 떨어지는 흐린 날이었다. 그 동안 뙤약볕에 앉아 농성투쟁을 전개한 십정동 철대위 주민들에겐 아주 반가운 날씨다.
철대위는 "십정동 강제철거 규탄 및 이주대책 수립촉구"라고 쓰인 플랭카드를 걸고, 요구사항과 투쟁경과를 알리는 대자보를 곳곳에 붙였다. 방송차에선 '동지가' '단결투쟁가' 등 노동가요가 크게 흘러나오고 네 명의 철대위 주민이 앉아 피켓시위를 하고 있었다. 방송차 앞에 붙여 둔 대자보가 눈에 띤다. '부평구청 앞 농성 13일째, 강제철거 당한지 149일째'라는 문구가 철대위의 오랜 투쟁과 결연한 의지를 보여준다.
주변의 상가 주민들이 장사가 안되니 음악소리 좀 줄여달라고 연신 왔다갔다 한다. 부평구청을 견학 온 유치원생들이 우리를 호기심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것을 보며 그들에게 우리의 모습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심란해지면서 철대위 두 언니들과 함께 피켓을 들고 앉아 말문을 열었다.
Q. 십정동 철거를 하게된 이유와 언니들의 집이 철거당할 당시의 상황을 듣고싶어요.
십정동 190번지 일대가 지난 96년도 3월에 주거환경개선지구로 선정되었죠. 그해 6월26일 지구 지정입안 공고일을 붙이면서 주민이주 및 철거를 시작했어요. 근데 그때 당시 이주대책 대상자는 공고일 3개월 전부터 살고있는 주민이나 가능하고, 이후에 이사온 주민은 투기를 목적으로 이사오는 사람으로 취급하더군요. 하지만, 우리가 이사온 때에는 97년 초인데, 그들이 말하는 기간 안에 들어가 있지 못하고 결국 선심 쓰듯 이사비용 24만원을 주고 내쫓으려 했지요. 너무 억울하더라구요, 가뜩이나 IMF한파로 가정경제가 파탄나고 쫓겨나듯 이곳에 터를 잡았는데 확실한 이주대책도 없이 나가라고만 하니 말이예요.
2002년 4월16일 그날은 정말 잊을 수가 없는 날이예요. 비가 내리는 날이었는데, 아이들 다 학교로 보내고 머리감고 있다가 쿵쿵거리는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 가재도구를 챙길 겨를도 없이 이미 집이 다 헐리고 있었죠. 하루아침에 날벼락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일꺼예요.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이웃에 살고 있는 할머니 집은 그대로 있는데 우리 집이 없더래요. 당시 십정동 주민들 대다수가 이전을 하고 50여세대만 남아있었는데, 그 중 12세대가 인천빈민연합(준)의 박원주의장과 함께 철대위에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었어요. 근데 다른 집은 놔두고 12세대만 강제철거가 들어왔는데, 나중에 이유를 들어보니 우리가 지역단체들과 연대-저들의 말을 빌리면 소위 빨갱이들과 야합-하여 철거관련 투쟁을 한다는 이유로 본보기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나요.
곧바로 부평구청으로 항의방문을 했지만, 그들은 적법한 절차를 밟았고 이미 자기들의 손을 떠나 이제 주택공사가 책임이니 그 쪽으로 알아보라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주대책 마련과 피해보상을 해 줄 때까지 천막을 치고 살꺼라 했죠. 12세대가 끝까지 같이 했으면 했는데, 대다수가 여러 가지 이유로 떠나면서 우리 4가구만 남아 그렇게 백운 전철 길옆에 천막을 치고 함께 생활한지 5개월이 넘었네요.
Q. 그럼 생계는 어떻게 하고 있어요?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다고 봐야죠. 가뜩이나 집안에서 우리가 가장인데, 농성을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해서 생계수단은 막막하고 이곳저곳에서 도움을 주시지만 어려운 건 사실이예요. 추석명절은 둘째치고, 천막도 다시 동여매고, 보일러도 깔아야 하는 월동준비를 해야 하는데 걱정이죠.
Q. 보통 철거를 당하면 담당자인 주택공사 앞에서 농성을 하던데, 부평구청앞에서 농성을 하게된 이유가 뭐죠?
주택공사측에 면담을 신청하고 3번 정도 찾아갔더니 번번히 셔터문을 내리고, 철대위에 비협조적인 주민들을 가세시켜 주민들과의 싸움으로 비화시켜 결국 면담을 무력화시켰습니다. 주택공사 앞에서 농성하는 것을 생각 안한 것은 아니지만, 위치가 너무 외지고 드나드는 사람도 별로 없어요. 그리고, 부평구 관할 십정동 철거문제이기 때문에 담당 구청에서 책임지고 있고, 구청에 왔다갔다하는 주민들이 많아 선전효과가 더 있어요.
Q. 그럼, 그 동안 부평구청과 면담해서 진척된 내용은 어느 정도죠?
지난 7월 박원주 빈민연합의장이 대우자동차투쟁시 화염병 투척건으로 연행, 구속되면서 전철연 중앙지도부와 함께 8월12일 부평구청장과의 면담을 신청했었죠. 당시 면담을 담당했던 도로교통과 과장은 신임 부평구청장 앞에서 "지금의 철대위 주민들은 투기를 목적으로 이사온 분들이 아니므로 당연히 이주대책을 마련해 주고, 당시 강제철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피해액은 보상해 줘야 한다"고 말하더니 그 이후로 깜깜 무소식이예요.
우리의 요구가 분명하면 그 만큼 투쟁을 지속적으로 했어야 했는데, 가만히 있으니까 나 몰라라 하는 것 같아 더 이상 가만히 있어서는 안되겠다 싶어 9월3일부터 무기한 농성에 돌입하게 된 것이죠.
Q. 하루 투쟁일정과 이후 계획은 어떤지요?
아침 9시부터 선무방송을 시작으로 오후 5시까지 계속적으로 노동가를 틀어놓고 피켓팅하면서 중간중간 규탄발언도 하고 지역에 연대오시는 분들이 있으면 같이 간담회를 하거나 지지연설을 해 주시곤 하죠. 매주 금요일 4시에는 집중연대 집회로 해서 진행하고 있어요. 현재 11월3일까지 집회신고를 해 놓고 있지만, 어쨌든 부평구청과 담판을 지어 우리의 요구사항인 '이주대책마련과 강제철거시 피해액 보상'을 쟁취할 때까지 끝장을 보겠다는 각오로 하고 있습니다.
* 동지들의 연대투쟁을 바랍니다. ☎ 십정동철대위 032)522-2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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