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하는 노동자계급정당-(가칭)사회주의정치연합 건설-을 위한 새로운 결집을 제안한다

▒▒ 이 글은 2002년 9월14일 노동자의 힘 제9차 임시총회에서, 노동자의 힘 회원인 오세철 동지가 "노동자 계급정당 건설을 책임감 있고 속도감 있게 추진하자"는 취지와 문제인식에 기초하여 제출한 정치제안입니다. 오세철 동지는 이후 건설될 조직의 상과 역할, 일정과 경로 등을 포함한 구체안을 성안하여 제출하기로 하였습니다. 노동자의 힘은 이 제안에 기초한 구체안을 2002년 10월12∼13일 제10차 정기총회에서 심의안건으로 다루기로 하였습니다. - 편집자 주



전국의 모든 동지들에게
투쟁하는 노동자계급정당-(가칭)사회주의정치연합 건설-을 위한 새로운 결집을 제안한다.

2002.9.13
제안자: 오세철(ohsc@base.yonsei.ac.kr)(노동자의 힘 회원)

1.

1997년 경제위기 폭발과 노동자계급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정치투쟁(96-97년 총파업) 속에서 출범한 김대중 정권은 민영화, 자유화, 탈규제화, 투자자유화, 노동시장 완전 유연화 등을 중심으로, 노동계급대중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을 단행하였다. 이러한 결과 한국 노동자민중의 삶은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졌다.
그것은 4백만의 실업자와 정리해고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급증으로 인한 노동시장의 불안. 중간계층의 파괴를 통한 빈부격차의 심화. 도시빈민과 농민의 생활파탄 확대. 초국적 투기자본의 유입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으로 나타나고 있다.

김대중 정권의 신자유주의 공세에 가장 큰 걸림돌은 87년 노동자대투쟁을 이어 받아, 96~97년 총파업투쟁을 주도한 민주노총이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국가경쟁력강화론'이라는 김대중 정권과 총자본진영의 이데올로기를 수용하였고 정책참여와 사회개혁투쟁을 통한 민주노총의 사회적 위상강화를 목표로 투쟁을 전개한 바 있다. 결국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원회라는 '사회적 합의주의' 공세에 직면하여, '총파업'과 '사회적 교섭' 사이에서 혼란과 동요를 거듭하다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 도입에 대한 '총노동 전선'을 구축하지도 못한 채 주저앉고 말았다. 또한 김대중 정권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단행에 가장 큰 고비였던, 대우자동차 노동자 대량 정리해고 반대투쟁, 발전소 사유화 반대투쟁은 각각 민주노총 지도부 자진출두, 일방적인 총파업 유보로 일단락 짓게 되었다. 한국사회 변혁의 주체로 우뚝 섰던 노동계급은 민주노총 지도부의 개량화와 관료화 때문에 위력있는 신자유주의 반대투쟁을 전개하지 못하고 있다.

2.

이러한 민주노조운동의 위기 속에 '노동운동과 사회주의 운동의 결합'이라는 목표로 활동하는 노동자계급정치운동세력은 어떠한가?

먼저 한국에서 노동자계급정치운동의 역사는 분단으로 단절된 혁명적 사회주의운동을 계승발전시키는 계급정치투쟁의 역사로 규정할 수 있다. 80년대 중반 이후 사회주의노동당을 지향하는 비합법 조직과 반합법 조직은 국가권력에 의한 탄압으로 해체되는 과정을 거치면서도 노동현장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다. 90년대 사회주의 운동세력은 현실사회주의 몰락과 함께 사상노선과 조직노선의 전환을 통해, 한편으론 열려진 합법정치 공간에서 사회주의 정치활동을 시작한다. 92년 백기완 선거운동본부는 사회주의 운동의 이념과 깃발을 부여안고 성장하는 노동자민중투쟁과 함께 대중투쟁과 선거투쟁을 결합시키려는 목표를 두고 민중후보운동을 전개하였다. 그 이후 사회주의 운동세력은 합법-의회주의를 중시하는 노선, 변혁적 진보정당 노선으로 구별되었으며, 노동단체운동과 노동청년운동, 연구소 활동으로 각각 분화되었다. 각개 약진하던 사회주의 운동세력은 96-97년 총파업투쟁을 경험하면서 노동자계급대중운동 스스로가 정치적 지향성을 강화해 가는 시점에, 이러한 흐름과 결합하기 위한 사회주의 운동의 정치적 단결의 필요성을 자각하게된다.

민주노총 정치방침을 '무기'로 삼아 합법-의회주의에 경도된 국민승리21(준)과 공개영역에서 활동하던 사회주의운동세력이 결집한 정치연대(준) 결성이 그것이다. 당시 정치연대는 97년 대선투쟁과 관련한 전술논쟁과 조직전망의 불일치 속에서 민주노동당 입당파, 청년진보당, 노동자의 힘(준비모임)으로 분화되었다. 이로써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를 추구하던 사회주의운동세력은 크게 3자구도로 정립되었다.

개혁적 국민정당 노선을 표방하는 (정파연합) 민주노동당, 합법정당으로서 자기위상을 놓고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사회당, 노동자계급정당을 표방하는 노동자의 힘이 그것이다.

3.

80년대 중반 이후 지금까지, 한국에서 혁명적 사회주의 운동세력은 노동자의 계급적 주체형성과 계급대중투쟁을 위해 복무해왔다. 현재 세계화의 이념적 지주인 신자유주의 공세는 자본의 천국을 이루기 위해 노동자의 삶과 존엄성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현 시기 핵심적으로 제기되는 사안은 관료화된 민주노총 지도부를 뛰어넘어 아래로부터의 투쟁하는 노동계급대중과 결합하는 노동자계급정치조직의 전망 문제이다.

사회주의적 실천을 창조적으로 계승 발전시켜야 할 세력은 여전히 자조직 중심의 정파적 활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칭 '좌파' 노동/사회단체는 각 부분에 산재한 형태로 존재하면서, 투쟁하는 노동자계급과 실질적인 결합을 이루어내지 못하고 있다.

좌파 정치조직인 노동자의 힘은 노동조합 '배후 정치'를 활동의 축으로 삼고 있으며,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사회당은 계급운동과 결합하지 못한 채 '립 서비스(lip service)수준의 사회주의'를 선전하고 있다.

노동자의 힘은 출범 당시 좌파의 통일과 이후 노동자계급정당을 표방하였으나, 과거 노동단체 수준을 벗어난 독자적인 전국적 정치활동을 전개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그늘에서, 배후에서만,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작년 계급투쟁의 향방을 가르는 현대자동차 파업투쟁 철회에, 노동자의 힘 배후정치가 작동했다는 것은 활동가 수준에서만 떠돌 뿐이다. 노동자의 힘은 대중에게서 정치적 책임 검증을 받지 않는다! 노동자의 힘은 현장정치를 강조한다. 그러나 그들에게서 현장정치활동에 관한 입론 수준의 글과 어떻게 현장정치활동을 강화하는 것인지에 대한 답안은 없다. 단지 노동자의 힘 기관지 표지 슬로건에만 고장난 녹음기처럼 반복되는 '현장정치 강화'다! 최근 노동자의 힘은 자신의 목표인 계급정당을 '속으로 삼키면서' 활동가 정치조직을 건설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 활동가 정치조직에 참가한 좌파 노동/사회단체는 당조직을 거부하고 있어, 그 활동가 (정치)조직은 말 그대로 서로 동상이몽을 꿈꾸고 있다. 오직 정치적 '책략'만이 있을 뿐이다.

다른 한편 사회당은 자신의 정체성을 계보학적으로 민중후보정신에서 찾는다. 그러나 최근 사회당 명의로 6단체에 제안한 '통합사회주의 정당 건설 속에서 통합 사회주의후보를 내자'는 통합 제안 공문은 사회당이 얼마나 선거주의에 빠져있는가를 철저하게 보여준다. 사회당은 92년 민중후보 정신이 대중투쟁 강화 속에서 선거투쟁을 결합한다는 기본원칙을 모른단 말인가? 사회당은 자신이 그렇게 주장하는 민중후보 정신과도 다르다. 사회당은 자조직의 사고테두리를 벗어나야 한다. 선거투쟁 공간에서도 ‘선거운동’에만 필요한 이벤트성 활동만 할 뿐, 노동자민중투쟁을 자신의 선거코드로만 활용한다는 현장노동자의 비판을 듣기 바란다. 한국 좌파 운동의 양대 조직인 노동자의 힘의 노동조합 '배후정치'와 사회당의 '합법주의' 편향은 투쟁하는 노동계급대중에게 철저하게 비판받아야 한다.

4.

1백12일째 장기파업을 펼치고 있는 병원노동자에 대한 공권력 침탈, 장애인 동지들의 이동권 쟁취를 위한 선로점거 투쟁, 이주노동자 강제추방 반대 투쟁, 노점상 동지들의 박봉규 열사 투쟁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

다른 한편, 대통령선거를 몇 달 앞둔 지금 시점에 한국노총, 민주노총, 민주노동당이 '선거법 개악저지와 정치관계법 개정'을 위한 공동투쟁을 제안하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이러한 두 가지 흐름은 첫째, 발전소 파업 이후 민주노총 중앙파가 주도한 굴욕적인 합의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 공세에 맞선 아래로부터 노동계급대중의 투쟁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둘째, 세계 자본주의 체제하에 지구적 자본에 종속된 김대중 정권이 말기에 들어서도 신자유주의 개혁을 위해 철저하게 노동계급대중투쟁을 탄압하겠다는 것이다. 셋째, 2002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노총이 지지하는 민주노동당이 제3세력으로 등장하면서, 민주노총이 노동계급대중투쟁보다는 - 한국노총 독자창당 행보와 맞물리면서 - 선거와 의회에서의 활동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최근 권력 재편기를 앞두고 대중투쟁을 기반으로 한 선거투쟁의 방향이 아니라 대중 투쟁과 선거를 분리하는 제 경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이러한 제 경향의 시도는 결국 개혁적 국민정당 세력에게 모든 투쟁의 성과를 넘겨주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제 사회주의자, 계급좌파진영을 중심으로 계급대중투쟁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투쟁의 성과를 바탕으로 노동자계급의 이념과 사상을 구현할 수 있는 노동자계급의 독자후보 전술은 가능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 공세에 대한 노동계급대중의 투쟁이 거세지고 있다. 이러한 전세계노동계급 대중투쟁으로부터 자본주의를 뛰어넘는 새로운 대안사회가 모색될 것이다.

현존사회주의 몰락, 사상적 혼란과 동요, 잡다한 수정주의 범람속에서 올바른 사회주의적 실천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전세계 노동계급의 혁명적 실천에 의해 자유와 평등이 살아 숨쉬는 노동해방, 인간해방의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확신을 갖자.

나는 그 길에 투쟁하는 노동계급대중과 결합하는 '투쟁하는 노동자계급정당 건설'-(가칭)사회주의정치연합-을 모든 사회주의자, 계급적 좌파진영에게 제안하는 바이다. 이 계급투쟁의 역사를 기록하는 일에 현존하는 정파적 이해와 관습을 깨고, 노동의 대지에 희망의 싹을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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