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밟혀도 일어나 싸운다. 독사처럼...

경희의료원ㆍ강남 성모병원 경찰력 투입 이후

정용상 ysjung@kdlpnews.org
“너희가 뭔데 병원 직원이 병원에 못 들어가게 해”

지난 12일 경희의료원 앞에서 항의 집회를 하던 경희의료원 지부 조합원들은 너무 화가 나 있었다. 지부 집행부는 불필요한 ‘출혈’을 막기 위해 조합원들을 말렸지만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40∼50대 여성 조합원들은 ‘아들 뻘’ 되는 전투경찰이 휘두르는 방패 앞으로 자꾸만 돌진해 들어갔고 그걸 말리는 조합 간부들의 눈에는 서러움과 분노의 눈물이 맺혀 있었다. 눈물을 닦아내며 말리고 있는 노조 간부와 분노로 달아오른 조합원들의 몸짓은 김대중 정권을 지내온 노동자들의 절망의 몸부림을 닮아 있었다.

그러나 경찰력 투입은 파업의 끝이 아니었다. 11일 새벽 정부는 강남성모병원과 경희의료원에 경찰을 투입해 농성자들을 연행했다. 이날 연행된 사람들은 강남성모병원, 경희의료원에서 4백여명에 이른다. 공권력 투입에 항의하던 학생들과 지원 농성을 하고 있던 의료노조, 공공연맹 소속 조합원들도 함께 끌려갔다. 특히 이 과정에서 유덕상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를 포함한 대표단도 연행됐다.

그러나 이같은 경찰의 농성장 난입과 조합원의 대규모 연행이 싸움을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3교대 근무형태인 병원의 경우 다음 교대조를 중심으로 한 조합원들이 경찰 투입에 강력하게 항의하면서 ‘투쟁 교대조’가 형성됐다. 빠져나가는 조합원들은 없었으며 파업 지도부도 상당 부분 건재했다.

일부 연행된 지도부를 대신해 2선 지도부가 빠르게 조직됐으며 파업 현장은 계속 유지됐다. 또 연행됐던 조합원도 일부 구속된 사람들을 제외하곤 12일 새벽 대부분 석방돼 다시 파업대열에 합류했다.

성모병원 조합원들은 명동성당 내 서울 대교구 앞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했고 경희의료원 지부 조합원들도 경희대 본관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은 조직력을 재정비한 후 대국민 선전전을 집중적으로 전개했으며 이후 본격적인 병원 진입 투쟁을 기획하고 있다.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은 “정부와 사용자가 병원 파업 조합원의 정서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공권력 투입 이후 이탈 조합원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으며 파업 조직력은 건재하다”로 말했다.

보건의료노조와 민주노총은 이미 공권력 투입 10여일 전에 “공력력 투입은 파국과 전면 대결만을 유발할 뿐 사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한 바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25∼27일 연대 경고파업을 진행한 후 10월 중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민주노총도 거리 집회 등 대정부 총력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직권중재, 공권력 투입 경고 등으로 ‘교섭에 의한 사태해결을 방해’하고 ‘사측의 불성실한 교섭 태도를 독려’하던 정부는 실제로 병원 농성장에 공권력을 투입함으로써 사태를 벼랑 끝으로 몰았다.

경희의료원 지부 조합원들은 구호 끝에 이런 말을 붙인다. “죽여! 밟아! 묻어! X발! X새끼야!” 성모병원 지부의 한 조합원도 “이젠 ‘독사’처럼 변해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두 병원의 조합원들은 ‘죽이고 밟아서 묻어’도 ‘독사’처럼 물고 싸울 수밖에 없다.
[ 104호] 9.16 ~ 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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