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관련 법·제도, 국제기준 '나 몰라라'

복수노조, 해고자 조합원 자격, 공무원 단결권 등 수준 미달 '결사의 자유' 보장 위해 법 개정 불가피


복수노조나 해고자의 조합원 자격, 필수공익사업의 범위 등 각종 노동관련 법과 제도가 국제기준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가 25일 국회 환경노동위 신계륜 의원(민주당)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복수노조 등 6건이 국제노동기구(ILO)의 '결사의 자유'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우선 ILO 협약 87호에서는 자유로운 조직설립과 가입활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나, 현행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서는 기업단위의 복수노조 설립이 2006년 말까지 금지했다. 또한 ILO는 공무원을 포함한 근로자의 차별 없는 단결권을 인정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공무원직장협의회만 인정하고 6급 이하 공무원에게만 가입을 허용하고 있다.

직권중재의 대상이 되는 필수공익사업의 범위에 대해서 ILO는 생명, 안전, 건강 등에 영향을 주는 부분에 한정하고, 조폐업·은행업·운수업·정유업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입장인 반면 우리나라엔 철도·버스 등 운송업, 은행업, 통신업, 수도·전기·가스·석유정제 및 공급사업 등이 포함돼 있다.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 때까지로 제한한 해고자의 노조원 자격도 ILO에서는 자유롭게 허용하고 있고, ILO는 노조의 자율판단에 맡겨야 된다고 했던 해고자 등 비조합원의 노조임원자격도 우리나라에서는 금지돼 있다. 노조전임자 임금 역시 ILO는 정부가 관여할 사항이 아니라는 입장인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노조법에서 전임자 임금지급을 금지(2007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그 동안 국제노동단체들에서도 폐지를 촉구해 왔던 제3자 개입에 대해서도 현행법에서는 제3자 개입시 사전신고 규정을 두고 있고 만약 신고하지 않고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에 개입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해, 이를 폐지할 것을 권고한 ILO 정신에 위배된다.

노동부 "아직 검토 중"

그러나 노동부는 서둘러 법을 개정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우선 제3자 개입시 신고하도록 한 조항에 대해서는, 지난 98년 제3자 개입 금지조항을 폐지할 당시 노사관계 당사자가 아닌 외부단체 등이 부당하게 관여, 노사 자율성을 침해할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것인만큼 노사관행이 성숙됐다고 판단될 때 개정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해고·실직자의 노조원·임원자격은 법무부 등 관계부처의 반대로 입법이 유보됐고, 필수공익사업 범위는 노사정위에서 결론 도출에 실패한 만큼 추후 노사정 대화를 통해 신중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공무원 단결권 인정문제는 연내 입법이 추진될 예정이고,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는 노사정 합의에 따라 2006년 말까지 유예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가 아직 비준하지 않은 결사의 자유 관련 ILO 협약은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제87호)'과 '단결권 및 단체교섭에 관한 협약(제98호)'이다. 하지만 이 협약을 비준하기 위해서라도 앞서 언급한 ILO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법·제도를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노동부는 "노사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이므로 충분한 협의를 거쳐 국내법의 개정이 이루어진 뒤 비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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